2018 특활비 5000억 배정 정부 부처 '태운 돈' 8000억?!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근혜 정부시절 수십억 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에 상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박근혜 정부 측근 실세인 ‘문고리 3인방’부터 전직 국정원장들이 검찰에 구속됐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도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의도는 국정원 발 사정정국에 전전긍긍한다. 내년 예산에는 5000억 원가량 공식적으로 국정원 특활비 명목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각 부처에 숨겨진 국정원 돈까지 합칠 경우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정치권은 파악하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문제시됐지만 결국 열리지 않았던 판도라 상자 국정원 내 특활비. 과연 이번에는 열릴지 국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 집권여당 “최순실 도피 자금 사용됐다” 의혹 제기
- 정부 A부처 특활비 1480억 중 단 ‘8억 원’ 나머지 부처는...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은 해마다 10억 원씩 모두 40억 원 이상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상납해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금은 직접 받은 안봉근 전 대통령 제2부속비서관, 이재만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은 구속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진술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정원 특활비를 처음으로 건네기 시작한 남재준 전 원장과 이병기 전 원장은 구속됐고 이병호 전 원장의 경우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박 전 대통령과 문고리 3인방뿐만 아니라 국정원 특활비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경선 여론조사에 사용된 비용 5억 원을 비롯해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현기환 전 정무수석 역시 국정원으로부터 매월 500만원씩 받아오는 등 청와대 10개 수석비서관실에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정원 특활비 후폭풍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1월14일 여의도 정가에서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여야 정치인 5명의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여야 국회의원 5명에게 총 10여 차례에 걸쳐 회당 수백만원씩 이른바 ‘떡값’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건넨 것으로 보도됐다. 아울러 이들은 모두 현직 의원으로 이 가운데 3명은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도 입성한 재선·3선 의원이며 2명은 20대 당선된 초선 의원이라며 실명은 밝히진 않았지만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여야 의원 5명 떡값?
소가 웃을 일, 더 늘어날 것”

 
급기야 11월16일에는 구속된 이병기 전 원장이 검찰조사에서 친박계 핵심이자 홍준표 당 대표로부터 ‘출당’ 요구를 받고 있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현.자유한국당 의원)에게 1억 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을 긴장케 만들었다.
 
이 전 원장은 2004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친박 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과는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의 특보단으로 함께 일한 사이로 최 의원은 경제정책특보, 이 전 원장은 정치특보를 맡았다. 최 의원은 국정원 특활비 수사 관련 처음으로 검찰수사를 받는 현직 의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최 의원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 5명이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것과 관련해 정치권은 더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야권에 정통한 인사는 “통상 국정원은 여야 정보위원뿐만아니라 원대대표단, 국정원 관련 법안을 낸 의원들까지 합칠 경우 수십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대 국회를 기준으로 국정원을 피감기관으로 갖고 있는 정보위원회(20대 국회 기준) 위원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5명, 자유한국당 4명, 국민의당 2명으로 총 11명이다.
 
나아가 여야 원내대표단을 포함시킬 경우 더 늘어난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원내대표를 제외하고 원내수석부대표, 원내부대표, 원내대변인만 15명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원내대표를 포함해 원내대표단이 11명이나 된다. 국민의당까지 합칠 경우 국정원이 예의 주시할 인사들은 대폭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법 관련 19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발의한 법안을 보면 30건 넘게 올라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참조) 대표 발의한 국회의원들을 보면 여야 의원 20명에 육박한다.
 
대표적으로 현재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최경환 의원과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불법 후원금 수수 의혹을 받아 청와대에서 밀려난 전병헌 전 정무수석도 국정원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인사는 “국정원 특활비 수사가 전 정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야당이었던 민주당보다는 여당이었던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 상당수가 연루됐을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의도는 국정원 발 특활비 후폭풍이 여야 정치인 사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여야 국회의원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이 사실이고 검찰이 이를 파악하고 있다면 조만간 정식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검찰이 정치권 사정으로 검찰 개혁 등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반면 야권에서는 “의원들이 특수 활동비인 줄 모르고 받았는데 형사상 죄가 되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런 의혹이 터져 나온 건 정치권의 손발을 묶어 두려는 것”이라고 여야 모두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한편 국정원 특활비 논란이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서훈 국정원장이 진압에 나섰다. 서 원장은 11월16일 ‘국정원 내 여야 의원들에게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자료가 남아 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자료는 없고 확인도 안 된다”며 “검찰로부터도 수사 착수를 통보받은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검찰에서 통보가 이뤄지지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국정원 특활비가 최순실 씨 해외 도피 자금으로 쓰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여당에서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 파문이 확산되기 시작하던 11월5일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최 씨의 도피가 시작되던 지난해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 자금 2억 원을 수수했다는 정호성 당시 비서관의 진술이 나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히 이 돈이 최순실 사태가 드러날 때 요구됐고, 최 씨가 독일로 도피할 때 2억 원이 건네진 점으로 볼 때 최 씨와의 연관성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여당, “최순실 도피 자금,
국정원 돈 아니냐” 의혹
 

11월6일에는 박범계 의원은 예산결산특위 회의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논란 관련 “특활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사비나 최순실의 도피 자금으로 쓰였거나, 머리를 올리는 데나 의상비 지급에 썼다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이낙연 총리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그런 의심이 없도록 잘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최 씨가 도피하면서 빼돌린 자금은 일부 언론에서 8000억 원이 된다는 보도도 있었고 유럽 전체로 보면 수조 원이 넘을 거란 괴담도 있었다.
 
한편 ‘국민세금’인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인들의 ‘쌈짓돈’처럼 쓰이자 2018년 예산결산심사위에서 국정원 특활비는 얼마나 반영되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11월 5일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4672억, 2014년, 4712억 원으로 40억 원이 더 늘었다. 2015년엔 70억 원이 늘어 4800억 원에 육박했고 2016년에는 60억 원이 더 늘어나 4860억 원이 편성됐다. 이는 정부 전체 특활비 5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올해는 국정원 특활비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편성된 금액은 5천억 원에 육박하는 4천93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정원 특활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전체 특별활동비에 대한 삭감을 지시했다.
 
11월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특수활동비(국정원 특활비 제외) 전체 규모가 4천억 원 정도인데 여러 문제가 있어서 약 18%정도 깎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정원을 제외한 19개 기관의 특수활동비 예산을 올해 대비 17.9% 감액한 3289억 원으로 편성했다. 반면 김 부총리는 국정원 특활비는 국정원법에 의해 총액으로 요구 편성되고 심의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별도로 운영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국정원 특활비는 5000억 원 외에 18개 정부부처 내 ‘특활비’ 내역에 상당수 포함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과 밀접한 A부처를 피감기관으로 하고 있는 상임위 한 관계자는 “이번에 예산결산 보고서를 보니 A부처의 경우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1480억이 할당됐는데 그중 8억 원이 부처 특활비이고 나머지 1472억 원이 국정원 특활비로 알려져 있다”며 “우리 부처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도 비슷한 상황으로 국정원에서 이렇게 숨긴 특활비까지 합칠 경우 8000억 원 가까이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국정원 특활비가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관 관련해 국회 정보위관련 한 인사는 “청와대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삭감은 힘들다”며 “정보위원들뿐만 아니라 각 부처에 태운(숨겨둔 국정원 특활비) 돈이 해당 상임위 의정활동 지원비용이나 떡값, 해외여행경비, 식사비, 선거비 등으로 쓰여지는 것을 알아서 아무리 여당 의원이라도 선뜻 나서서 삭감하자는 말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정원 공식·비공식 특활비
총액 1조에서 8천억
 

이 인사는 나아가 국정원 특활비관련해서도 “5천억 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다른 정부 부처에 은닉된 국정원 돈까지 합칠 경우 1조원 가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가 국정원 특활비를 줄이지 않는 대신 다른 정부부처에 편성된 특활비를 줄여 국정원 특활비 총액은 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와 국회 등 정치권 내 ‘눈먼 돈’이 된 것은 ‘현금’으로 오가고 ‘영수증’처리가 필요없는 데다가 “국정원 돈은 써도 탈이 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한몫했다는 게 정치권 내 정설이다. 그러나 국정원 특활비 문제가 불거지고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특수활동비 예산 총액 편성의 법적 근거를 명문화하면서 특수활동비의 집행내역을 국회 소관 상임위위원회가 요구하는 경우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수년간 특활비 사용처 논란이 지속됐고 그때마다 대안과 해법이 제시됐지만 성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이 ‘특활비’를 두고 ‘칼자루’를 쥔 국정원의 손에서 벗어나 과연 특활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의 ‘칼자루’를 쥘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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