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정 인원이 승강장 안전문 인원으로…국민안전 위협?

“야간과 주말에는 재난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어”
 
“인력감축 밑돌 빼서 윗돌 괴는 돌려막기 식 규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한국철도공사(KORAIL·이하 코레일)가 안전인력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건축지부 노동자에 따르면 코레일 측이 집수정(지하수를 밖으로 빼내는 기계설비) 담당 인력 19명을 승강장안전문 관리감독으로 인사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점검주기를 변경했으며 야간과 주말에 집수정이 넘쳐도 조치 인력이 없어 안전사고 등 피해 확산 우려가 있다. 또 외주를 맡긴 화재시스템은 야간과 주말에 운영하지 않아 이들이 긴급 점검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력감축으로 제한이 생겨 국민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점쳐진다.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 증가, 임금 축소로 인한 생존권 침해 등의 문제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특히 관리 인원의 이동으로 인한 관리 공백이 국민안전까지 위협할 것으로 보여 논란은 확대될 전망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건축지부 노동자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퇴근 후와 주말을 반납한 채 서울역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이 든 팻말에는 “집수정이 고장나면 어쩌려고? 안전 인력 충원하라” “8년 새 25% 인력 감축 밑돌 빼서 윗돌 괴는 철도공사 규탄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앞서 코레일은 지난달 1일자로 집수정 점검주기를 교체했다. 집수정 펌프의 점검주기를 매일 1회에서 3일 1회로 변경하고 일반 집수정의 경우 2일 1회에서 1달 1회로 축소했다. 또 기존 3교대로 운영되던 근무자 66명을 전원 주간에만 상주하게끔 변경하고 그 중 19명은 승강장 안전문 관리감독(기존 3명은 이미 해당 업무를 수행 중)으로 보냈다.
 
노동자들은 현재의 시스템에서 집수정이 고장나면 지하선로가 침수돼 지하철 운행이 중단될 수 있지만 야간 및 주말에는 집수정에 문제가 발생해도 조치 인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 44명의 인력으로 일을 처리해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도 강해졌으며 노동시간 감축으로 임금이 축소돼 기본적인 생존권까지 코레일이 빼앗아 갔다고 강조했다.
 
코레일 측은 승강장 안전문이 개통되는 수도권 광역전철 역사가 증가해 현재 관리감독 인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집수정 점검주기를 늘리고 교대근무 인원을 축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건축지부는 “안전인력 돌려막기일 뿐이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관리인원이 필요하다면 교대근무 인원을 전원 일근시키는 것이 아닌 최대한 교대근무 인원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필요최소한 인원을 뽑아갈 수 있다. 승강장 안전문을 인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고통분담차원에서 현재 타 직렬에 비해 비대한 기술원 정원 일부를 보태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피해 발생 가능성
 
노동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의 안전까지 위험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철도건축은 집수정뿐만 아니라 구간환기(화재 시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역할) 및 공조설비 유지·보수, 냉방보조공조기 점검 및 수리 등의 여러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인원이 없어 국민들의 안전까지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기존 서울건축지부가 업무를 맡았던 소방설비를 외주화했다. 문제는 외주업체가 24시간 교대근무가 아닌 낮에만 근무해 오동작 등의 발생 시 역무원이 즉시 수리해 완전작동하게끔 만들어야 하지만, 역무원이 이 점까지 해결할 수 없다. 아직까지도 서울건축지부에서 해당 업무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인력 감축으로 제한이 생겨 국민 안전에 심각한 문제 야기될 수 있으며, 인력부족으로 높아진 이들의 업무 강도에 따른 피로도가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인력감축에 따른 문제의 파생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5월 고양터미널 화재 시 야간근무 중이던 철도건축 노동자들이 구간환기와 공조설비를 가동해 근처 백석역 인명피해를 막았지만 교대근무가 폐지돼 야간과 주말에는 재난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2월 발생한 경기도 수원시 분당선 하행성 종착역인 신수원역에서 배수펌프 고장으로 인해 인상선(도착선에 있는 열차를 출발선으로 옮기는 선로) 선로가 침수돼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진 바 있다. 이런 문제가 교대 근무 폐지로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서울건축지부는 강조했다.
 
시민들 안전 문제로 직결
 
코레일 측은 통합관제시스템으로 고도화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관제시스템이 갖춰지면 문제 발생 시 문자 알림이 가 야간 상황근무를 굳이 서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서울건축지부 측은 노후화된 시설과 제대로 도입되지 않은 관제시스템(역당 3억 원으로 추산)을 갖추기 전에 인력 감축은 시민들의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층 이상의 동네 빌딩에도 비상대기 근무 인원이 1~2명 배치되지만 수도권 광역전철 지하구간을 담당하는 곳에서 인력감축은 억지라는 주장이다.
 
코레일 측에 해당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번 전화를 시도했지만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