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선수<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한국 테니스계의 중심축으로 성장한 정현(21·한국체대·세계랭킹 59위)이 한국 테니스 사상 14년 10개월 만에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우승을 차지하면서 새 역사를 장식했다.

 
정현은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피에라밀라노 특설코트에서 열린 ATP투어 ‘넥스트 제너레이션 ATP 파이널스’ 결승에서 안드레이 루블레프(20·러시아)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그는 우승상금 39만 달러(약 4억3000만 원)도 챙겼다.

올 시즌 ATP 투어 마지막 대회였던 ‘넥스트 제너레이션 ATP 파이널스’는 21세 이하 선수들 가운데 세계 랭킹이 높은 8명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나이 제한이 있었지만 정현보다 세계 랭킹이 높은 선수가 4명이나 있을 정도로 최고 선수들이 맞붙었다. 실제 결승에서 만난 루블레프도 세계 랭킹 37위로 정현보다는 상위권에 있는 선수다.

하지만 정현은 쉽지 않은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2014년 프로로 전향한 이후 3년 만에 ATP 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특히 한국 남자 테니스 선수가 ‘챌린지 투어’가 아닌 ‘ATP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무려 14년 10개월 만이다. 앞서 이형택이 ATP 투어 우승을 가지고 있다.

그는 2003년 1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는 당시 한국 남자 테니스 사상 최초 기록이다.

정현은 아직 개인 최고 랭킹, 메이저대회 16강 진출 등 이형택을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이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특히 이형택은 만 27세에 ATP 투어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현은 아직 만 21세라는 점이 강점이다.

한편 정현은 지난 17일 서울 한체대 체육과학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계획과 각오를 전했다. 그는 “한국에 온 뒤 인터뷰도 많이 하고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스포츠 구경도 많이 했고 맛있는 것도 먹었다”면서 “2018년에는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투어를 다니면서 톱 선수들과 경기를 해 봤지만 아직 그들을 잡아본 적이 없다. 2018년에는 기회를 잘 살려서 아쉽게 지는 게 아닌 기회를 잘 잡아 이기고 싶다”고 투지를 드러냈다.

특히 그는 3년 내 목표를 따로 세운 건 없다면서도 “제 테니스 인생에 있어 최종 목표는 언제가 됐든 그랜드 슬램 시상대에 서는 게 목표”라며 당찬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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