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 선수
-부진 거듭한 신태용호 4-4-2 전술을 통해 일거양득…공·수 해법 찾았다
-손·기·장·김 뼈대의 짝 찾기가 관건…수비라인 완성이 본선 마지막 과제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최악의 10월 A매치 평가전을 치른 신태용 감독이 강적 콜럼비아를 상대로 1승을 거둔 후 세르비아전에서도 무승부로 장식하며 고비를 넘었다. 더욱이 달라진 손흥민 활용법을 내놓으면서 침체돼 있던 대표팀의 활력을 되찾았다. 하지만 조 추첨부터 기적을 바랄 만큼 여전히 숨 가뿐 신태용호가 어떤 필승전략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월 A매치 평가전은 우려를 불식시킨 반전의 무대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4일 밤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1-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후반 14분 세르비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구자철이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만회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에 경기를 마친 뒤 신 감독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힘에서 밀렸지만 한발씩 더 뛰는 근성을 보여줬다. 감독이 원하는 대로 잘해 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한국은 지난 10일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2-1로 물리치며 반전의 물꼬를 틔웠다.

더욱이 신 감독은 이번 A매치전을 앞두고 약속했던 두 가지를 모두 지켜냄으로써 그간의 불신을 씻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그는 ‘순한 축구’를 버리고 ‘거친 축구’를 펼치겠다는 것과 ‘최정예 멤버’로 선전을 펼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신태용 감독

달라진 전술,
점유율 대신 실리

 
이번 평가전의 큰 소득 중 하나는 4-4-2 포메이션에서 가능성을 찾았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신 감독은 부임 이후 6경기에서 4-2-3-1, 4-1-4-1, 3-4-3 등 다양한 전술을 실험해 왔다.

하지만 매번 약점이 노출되며 현 대표팀에 맞춘 전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특히 신 감독은 10월 A매치에서 해외파 선수들만 소집해 정상적인 선수 구성을 펼치지 못하면서 결과마저 최악에 가까웠다. 더욱이 당시 수준 미달의 수비력을 보여줌으로서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A매치에서는 국내 K리그 선수들을 합류시키면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수비진의 안정을 꾀했다. 여기에 전술까지 바꾸면서 변형 쓰리백 대신 플랫4 수비를 펼쳐 2경기서 2실점에 그쳤다.

콜롬비아·세르비아전에서 내세운 4-4-2가 기대 이상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줘 신태용호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 특히 신 감독은 그간 고집해 온 점유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전방위 압박과 무한 스위칭, 빠른 역습을 내세운 4-4-2를 선보였다.

이는 기존 한국 축구 고유의 스타일을 회복했을 뿐 아니라 현재 선수 구성에서도 가장 잘 부합하는 전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4-2는 체력적인 부담이 크지만 수비 측면에서 두 줄 수비라고 불리는 플랫4를 통해 상대에게 좀처럼 전진 패스를 허용하지 않았고 결국 안정적인 수비를 일궈 냈다.

플랫4는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만 지키면 된다. 물론 선수들이 몸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선수들의 실수가 나오면서 실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최정예 멤버를 구성하기 위해 소폭의 변화를 통해 만족한 만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신 감독은 두 가지 약속을 지켜냈다.
 
이근호 선수

손흥민 활약에
이근호 궁합 인상적

 
또 이번 4-4-2 전술을 통해 새로운 손흥민 활용법을 찾아 내는 기쁨도 맛봤다. 이번 대회에서 신 감독은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없는 4-4-2 카드를 꺼내들자 대표팀은 꾸준히 찬스를 만들어내면서 공격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손흥민은 그간 왼쪽 측면 날개로 뛰다가 이번에 이근호(콜럼비아전), 구자철(세르비아전)과 각각 투톱 콤비를 이뤄 최전방에 섰다.

손흥민은 콜롬비아전에선 멀티골로 펄펄 날았고 세르비아전에서는 득점에는 실패했으나 유효슈팅 6개를 포함해 슈팅을 9개나 쏘아대면서 유독 대표팀에서 보여 줬던 위축된 모습을 떨쳐버렸다.

이와 더불어 한동안 대표팀에서 잊혀진 이근호의 맹활약도 인상적이다. 이근호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러시아 월드컵 출전에 먹구름이 낀 상태였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득점을 기록했지만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더욱이 중동 무대 진출 후 떨어진 경기력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강원FC에서 맹활약 중인 이근호는 올 시즌 리그 37경기 중 36경기에 나섰고 이중 32경기를 풀타임으로 뛰면서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를, 그것도 좋은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이번 A매치에서 빛을 발했다. 더욱이 손흥민과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이근호가 곳곳을 누비며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으로 손흥민이 파고드는 전술은 효과적이었다.

심지어 그는 하프라인 아래까지 수비에 가담했다가 손흥민에게 직접 연결해 찬스를 만들어 주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 교수는 “손흥민의 짝으론 이근호가 어울린다”고 평가할 정도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결국 달라진 손흥민 활용법에 따라 그 호흡을 맞출 단짝 찾기도 관심사다. 이근호가 인상적인 경기를 선보이면서 가능성을 키웠고 구자철 역시 세르비아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부상으로 빠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소속의 황희찬까지 손흥민 파트너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보여 최고의 궁합 찾기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그간 불안했던 풀백 역시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신 감독은 당초 풀백으로 풀어나가는 축구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까지는 마땅한 자원을 찾지 못해 줄곧 실험만 이어졌다.

특히 센터백 김영권을 측면으로 돌리는 무리수를 뒀다가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전북의 좌·우 풀백 김진수와 최철순이 합류하면서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김진수는 콜롬비아전에서 탄탄한 수비와 적절한 공격 가담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르비아전에서 풀백임에도 이례적으로 교체 투입되기도 했다.

최철순은 콜롬비아전에서 손흥민의 추가골을 돕는 등 두 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해 그간의 ‘K리그에서만 잘 한다’는 비판을 상당수 해소했다.

좌·우 날개도 전북 이재성과 프랑스 디종에서 뛰는 권창훈이 연달아 선발 출격해 헌신적인 수비와 과감한 돌파, 활발한 연계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재성은 주로 우측면 날개로 뛰는 권창훈을 위해 죄측 날개로 뛰었지만 마치 제 옷인 양 맹활약했다. 특히 상대의 패스 흐름을 미리 예측해 차단하는 영리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권창훈은 신 감독 기대에 200% 보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활동량과 연계는 물론 역습 시 저돌적인 돌파와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특히 기회가 날 때마다 지체 없는 중거리 슈팅과 패스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무릎부상을 털고 돌아온 주장 기성용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여전히 명품 미드필더로서의 기량을 선보이며 경기당 12km를 오가는 활동량을 보여줬다.
 
기성용 선수
  불안한 중앙 수비
실점으로 이어져

 
비교적 만족스러운 선수구성이 이뤄지면서 일각에서는 베스트 11에 대한 윤곽에 잡혔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아직 여러 변수가 남아 있고 아직 손흥민, 기성용, 장현수, 김승규로 이어지는 뼈대에 맞는 짝을 찾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 장현수는 그간 꾸준히 기용됐지만 아직 100% 확정된 것은 아니고 김민재 등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중앙 수비수가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신 감독은 “11월 두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성과”라면서도 “동아시안컵에서는 상대보다 더 많이 뛸 수 있는 경기, ‘한국 축구가 아직 살아 있구나’라는 모습을 보이도록 준비하겠다. 큰 변화 없이 조직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수비조직력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아질 거라 확신한다”며 이제는 조직력을 완성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신태용호의 마지막 과제는 센터백 조합과 기성용의 파트너 등 중앙 수비의 축을 이루는 삼각형 그리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여러 조합으로 실험을 이어오고 있지만 비아시아팀과 붙었던 10~11월 평가전에서 모두 실점했는데 센터백의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이를 해결하는 게 신태용호가 본선무대 준비를 위한 마지막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태용호는 쉴 틈 없이 월드컵 본선 조 추첨과 동아시안컵 준비에 들어간다. 오는 12월 8일 개막하는 동아시안컵은 K리그, 일본,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되며 오는 21일 명단을 발표한다.

특히 이번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A매치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유럽파 선수들은 소집되지 않는다. 대표팀은 이달 말 울산에서 소집해 국내 훈련을 한 뒤 다음달 6일 일본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한국은 오는 12월 9일 일본 도쿄에서 중국과 경기를 갖고 이후 12일에는 북한, 16일에는 일본과 경기를 치른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는 유럽파가 제외되는 만큼 K리그와 일본,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을 최종 점검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수비 라인이 주로 K리그와 일본,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이번 대회를 통해 수비 라인의 완성도를 높일지도 관심사다.

이에 앞서 김 감독은 오는 29일 김남일 코치와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로 출국해 12월 1일 열리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식에 참석한다.

한국은 이미 최하위 그룹인 포트4에 배정돼 상대적으로 강팀들과 조 편성이 불가피하게 됐다.

최상의 대진표는 폴란드-콜럼비아-세네갈과 한 조를 이루는 것으로 분석된 가운데 이번 본선 무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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