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직업 코미디언들이 벌이는 코미디는 그나마 국민들에게 웃음이라도 선사하지만 바른정당 탈당파들이 펼쳐는 코미디는 웃음은커녕 짜증만 나게 만든다.

  혹자는 이들을 철새정치인이라고 비아냥대지만, 솔직히 그들에게는 철새라는 용어도 과분하다. 이념도 소신도 없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의 귀재들이 아닌가. 

  이른바 ‘촛불민심’에 화들짝 놀라 줄행랑을 치더니 또 어느새 ‘탕아’가 되어 친정으로 돌아오는 뻔뻔함이 역겹기까지 하다. 

  그런 마당에 감히 보수통합을 하겠단다. 그 가벼운 입으로 보수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지 말라. 시정잡배들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게 보수인가. 그렇게 복당하는 것이 보수통합인가. 

  그들이 왜 돌아왔겠는가. 뻔하다. 바른정당에 그대로 있으면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다음 총선에서의 생존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사라진 지 오래된 친정에서 자신들이 들어가 당권을 거머쥘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복당 명분 역시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든다. 보수가 하나 되어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겠단다. 스스로 나서서 ‘꽃길’을 만들어 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 길을 없애겠다고? 어떻게? 무슨 재주로? 또 상대가 헛발질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이들은 살기 위해 그랬다고 치자. 그런 철새들을 극진히 맞아준 한국당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정말 가증스럽다. 졸지에 ‘철새도래지’가 되었는데도 희색이 만연하다. 몸집만 크면 뭐하나. 주군이 강제로 쫓겨났는데도 눈치나 보고 있는 ‘오합지졸(烏合之卒)’들과 철새들에게 어느 보수 유권자가 표를 주겠는가. 

  착각에는 커트라인이 없다 했다. 지금 한국당은 그렇게라도 철새들을 받아들여 보수통합을 이루었노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그들만의 보수통합인데도 말이다. 이 기세를 몰아 지방선거에서 최소한 현상유지는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은데,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권력구조에 관한 개헌을 연기시켜보겠다고? 그래서 투표율을 낮게 해 보수층의 조직표로 이겨보겠다고? 지금도 그런 꼼수가 통할 것 같은가. 이들은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그 썩은 물을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정치적 야합이나 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부실한 인사들이 무슨 보수를 재건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사람들이 지난 9년간 정권을 잡았으니, 보수가 이토록 망가진 게 아닌가.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옛날 같으면 사약이라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눈 하나 까딱 안 하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 
 
  누군가 이렇게 외치지 않았던가. “진창을 딛고 있어도 손은 하늘을 가리켜야한다. 비루한 현실 속에서도 부단히 이상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의 소임이다”라고. 한국당에 이런 정치철학을 품고 있는 인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늘을 가리키지는 않고 자신만을 가리키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닌가. 부단히 이상을 찾아 움직이지는 않고 자기 살 길만 찾아 헤매는 인사들로만 가득한 것은 아닌가. 
 
  그러나 어쩌랴. 그렇다고 보수층이 한국당을 버릴 순 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정당이라곤 사실상 한국당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보수를 재건해보겠다고 하니 지켜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니 한국당이 앞으로 잘 해야 한다. 보수라 자처하고 싶으면 제발 건강한 보수가 돼라. 과거와는 달리 좀 더 통 크게, 좀 더 무게감 있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라. 더 죽어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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