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치팀] 바른정당이 사무처 직원 13명에게 대기발령 처분을 내린 가운데 이들의 고용 문제를 놓고 이른바 복당파와 잔류파간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고 있어 자칫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지 못할 전망이다.

복당파 의원들과 함께 탈당계를 내고 자유한국당행을 택했던 일부 직원들은 한국당으로부터 채용을 거부당한 뒤 그대로 바른정당에 남았고 약 열흘 만에 대기발령 통보를 받았다. 분당 사태 끝에 힘없는 사무처 직원들만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지만 이를 주도한 의원들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바른정당은 지난 2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인사위원회를 열고 지난 10일 탈당계를 제출한 사무처 직원 13명에 대해 대기발령 처분을 내렸다. 대상자들은 22일부터 직무에서 배제된다. 출근도 하지 않는다.

탈당계를 낸 직원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사태가 빚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 등 9명은 복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바른정당 사무처 직원 일부를 함께 이동시킬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사무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당 이동 희망자'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해당 결과를 한국당에 보내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협상 과정에서 바른정당 소속 당원의 한국당 채용을 논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나오자 이동 희망자 13명 전원은 의원들의 복당이 결정된 지 하루만인 지난 10일 바른정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하지만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 한국당 사무처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구조조정을 통해 이미 40여명의 당직자들이 희망퇴직이나 대기발령 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바른정당 인원들을 새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또 과거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분당 과정에서 얼굴을 붉히며 등을 돌린 일부 고위 당직자들 간의 악연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괘씸죄가 적용 돼 일부 인원들과는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다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한국당 사무처 노조가 단식 투쟁에 나서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비공개 회의에서 바른정당 당직자들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후 한국당 쪽에선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탈당계 제출로 당직을 잃은 직원들은 가시방석 위에서 낭보를 기다렸지만 복당파 의원들로부터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 결국 새 지도부 출범으로 내부 정리가 필요했던 바른정당은 숙고 끝에 인사위를 개최해 이들 13명에 대한 대기발령 결정을 내렸다.

바른정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탈당을 택한 만큼 이동 희망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이동 희망자 명단이 당 안팎에 퍼지면서 일부 직원들은 동료 직원의 눈을 피할 만큼 정신적인 압박을 받기도 했다.

아직 바른정당에는 대기발령 후 면직 조치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대상자 13명은 실직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사태를 촉발한 의원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 누구도 책임있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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