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했던 학창시절…최고를 위해 남달라야 한다는 신념 ‘남달라’를 새기며 극복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평정했던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미국 진출 첫해에 3관왕 자리에 오르면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39년 만의 진기록을 달성하며 ‘박성현 시대’를 개막했다. 특히 그는 과거 힘든 시절을 참고 이겨내며 자신을 갈고 닦은 노력 끝에 자신의 별명인 ‘닥공(닥치고 공격)’ 같은 화끈한 인생역전 드라마를 써 내려가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다.
‘슈퍼루키’ 박성현은 지난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티뷰론 골프클럽(파72·6570야드)에서 열린 2017 LPGA 투어 마지막 경기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25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6위에 오르며 신인상에 이어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데뷔 첫해에 신인상에 이어 상금왕, 올해의 선수 타이틀까지 거머쥔 것은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LPGA투어 사상 39년 만에 성사됐다. 1978년 당시 낸시 로페즈는 3관왕에 이어 평균 타수 1위까지 차지하며 4관왕에 올랐다.

박성현의 3관왕은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운도 따랐다.

상금 2위인 유소연이 이번 대회에서 공동 30위로 부진하면서 박성현이 이번 대회 상금 7만3411달러를 추가하며 시즌 상금 233만5883달러(약 26억 원)으로 상금 선두를 고수할 수 있었다.

LPGA투어에서 올시즌 상금 200만 달러를 넘긴 선수는 박성현이 유일하다.

또 렉시 톰프슨(미국)이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약 30m 파 퍼트에 실패해 아리야 쭈타누간(태국)에게 역전 우승을 내주면서 박성현은 올해의 선수 포인트 5점을 추가해 유소연과 나란히 공동 1위(162점)에 이름을 올렸다.

1966년 올해의 선수상이 도입된 이후 공동 수상자가 나온 건 처음이다. 2위로 마친 톰프슨은 12점을 추가해 159점에 머무르며 펑샨샨과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박성현과 유소연이 올해의 선수상을 공동수상하며 한국 선수로는 2013년 박인비 이후 4년 만이다.
장타력에 버디능력도
세계정상급


미국 현지에서 박성현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 경험이 있는 골프 채널 해설자 브랜덜 챔블리는 자신 소셜 미디어에 ‘세계 최고의 스윙 소유자는 박성현’이라는 글을 통해서 “박성현은 장타자이면서 공을 똑바로 보내는 능력이 있다. 기술적 완벽함이나 우아한 정도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기 힘들다”며 남자 골퍼인 리키 파울러(미국) 등과 비교해도 박성현이 더 낫다고 극찬했다.

또 LPGA 홈페이지는 박성현의 스윙을 ‘모던 스윙의 창시자인 벤 호건에 비유하기도 했다.

실제 박성현은 올 시즌을 시작하며 여러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한층 완성된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그는 장신의 장기인 장타력을 더욱 살리고 약점이었던 정확성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즌 박성현은 LPGA투어에서 장타 7위(평균 270.815야드)에 올랐다. 세계 최강이 한데 모인 만큼 국내서 장타 1위였던 박성현보다 더 멀린 친 선수가 6명이나 있을 정도로 경쟁은 치열했다.

하지만 장타 순위 10위 이내 선수 중 상금 랭킹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박성현과 톰프슨 단 둘뿐이다.

더욱이 그는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가 지난해 KLPGA 투어에서 찍은 265.59야드에서 5야드 이상 늘었다. 여기에 드라이브샷 페어웨이 안착률도 지난해 67.5%보다 향상된 69%를 기록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이와 더불어 박성현의 버디 기록도 인상적이다. 그는 올해 LPGA투어에서 라운드당 4.56개를 잡아냈다. 이는 라운드당 4.67개의 버디를 기록한 톰프슨에 이어 2위다.

LPGA투어에서 올해 라운드당 버디를 4개 이상 잡아낸 선수는 8명뿐이고 4.5개 이상의 기록한 선수 역시 톰프슨과 박성현 둘뿐이라는 점은 어디에도 밀리지 않는 기량을 갖췄다는 증거다. 다만 박성현에게도 약점은 남아 있다.

그린 플레이가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물론 기록으로 확인한 박성현의 그린 플레이는 수준급이다.

박성현의 그린 적중 시 퍼트 개수는 올해 1.758개로 LPGA 투어 9위에 해당한다. 또 상금랭킹 10위 이내는 크리스티커(1.737개) 모리야 주타누깐(1.747개), 톰프슨(1.756개) 3명뿐이다.

박성현은 스스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올 시즌 퍼트 실력은 그린 적중률이 지난해 79.72%에서 올해 75.7%로 낮아졌지만 시즌 평균 타수가 69.64타에서 69.25타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그의 노력을 체감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박성현이 가장 받고 싶다던 베어트로피(평균타수 1위)를 톰프슨에게 내준 이유는 장타, 그린 적중률, 그린 적중 시 퍼트 개수, 라운드당 평균 버디 등 모두 아직 부족했다. 루키시즌을 최고의 해로 만들었지만 아직 그에게도 많은 숙제가 남아 있어 다음 시즌 도전에 관심이 모이는 까닭이다.

박성현은 이번 3관왕에 대해 지난 2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이 부족한 제 실력에 비해 너무나 큰 상들을 받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의 힘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라는 글로 소감을 전했다.
부진했던 학창 시절
도전으로 극복


올 시즌 3관왕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박성현의 골프인생이 늘 탄탄대로는 아니였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처음 골프를 접한 박성현은 학생 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고교 시설 잠시 국가대표로 뽑히기도 했지만 드라이버 입스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드라이버 샷을 하기전 불안감에 시달리는 증상을 겪던 그는 교통사고, 맹장수술 등이 겹치며 또래들보다 늦은 2014년 루키로 KLPGA 투어에 데뷔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2014년부터 1부 투어에서 활동했지만 당시 ‘신인 빅3’로 불린 백규정, 고진영, 김민선에 밀려 신인상 경쟁에는 끼어들지도 못했다.

그는 24개 대회에 출전해 10번이나 컷 탈락하는 등 다음해 시드를 걱정할 정도로 초라했다. 박성현은 당시를 두고 “심적으로 힘들었고 그래서 초반에 공이 더 안 맞아 샷에 무리가 생겼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박성현의 부진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는 2014년 시즌을 마친 뒤 동계훈련에서 불안정한 샷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고 스윙이 가장 잘 됐던 중학교 3학년 때의 영상을 계속 돌려보며 당시 느낌을 찾으려 했다.

그의 노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최고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골프백에 ‘남달라’라는 글씨를 새겨 놓고는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의 잠재력은 마침내 2015년에 폭발했다.

KLPGA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컵을 품에 안은 이후 폭주기관차처럼 그해 시즌 3승, 상금 2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고 2016년에는 7승까지 쓸어 담으며 시즌 상금 13억3300만 원으로 KLPGA투어 사상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작성하며 정상에 우뚝 섰다.
신인 최고 기록에도
스스로 80점 부여


박성현의 미국 진출도 남달랐다. 그는 틈틈이 비회원 자격으로 LPGA 투어에 출전했고 7개 대회에서 상금순위 20위에 해당하는 68만2000달러를 획득하며 2017 L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특히 비회원 선수가 상금순위로 LPGA 투어에 진출한 것은 박성현이 사상 처음이다.

그의 남다른 면모는 진출 첫해부터 돌풍이 됐다. 특히 박성형의 장타와 ‘닥공 샷’은 골프팬들의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지난 3월 ‘HSBC 위민스 챔피언스’로 정식 데뷔전을 치른 그는 3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했고 7월에는 메이저 대회 ‘US 여자 오픈’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에 단숨에 세계랭킹 5위에 오른 박성현은 컷 탈락 한 번 없는 기록에, ‘캐나다 퍼시픽 여자 오픈’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랐고 지난 5일 신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랭킹 1위까지 오르며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이 같은 박성현의 돌풍은 다음 시즌 팬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아쉽게 놓친 세계 1위 자리를 비롯해 베어트로피 등 아직 박성현이 정복해야 할 산이 남아 있어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성현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팬들의 기대감이 많았는데 채워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올해는 첫해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발판으로 2018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올 시즌 자신에 대해서는 80점임을 강조했다. 그는 “목표로 했던 신인상을 받았고 2승을 수확했다.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점수를 매긴다면 80점”이라며 자신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사진=뉴시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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