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잠잠했던 북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는 또다시 공포정치의 전조가 보이면서 외부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일 국가정보원은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불경죄로 처벌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지위가 격상됐다고 밝히면서 북한 권력층 내부의 갈등 표출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탄도미사일 재발사 전망도 흘러나온다. 북한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국정원 “황병서·김원홍·총정치국 소속 장교들 처벌 첩보”
잠잠했던 북한, 국제사회 압박에 탄도미사일 재발사 전망


국정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주도 하에 지도부가 당에 대한 불손한 태도를 문제 삼아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또한 국정원은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제1부국장이 처벌받았다는 첩보를 갖고 있으며, 총정치국 소속 정치장교들도 줄줄이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전언이다.

핵심권력층 갈등?
김정은의 길들이기?


황병서와 최룡해의 갈등설은 올해 초부터 정보당국 일각에서 제기됐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3월 ‘북한 핵심권력층 갈등 징후’라는 제목의 참고자료를 통해 갈등설을 제기했다.

당시 연구원은 최룡해가 2015년 11월에 ‘혁명화’ 처벌을 받고 2개월가량 지방에 내려갔다가 복권 이후 ‘몸조심’을 하고는 있으나 황병서로 인해 자신이 불이익을 받았다고 보고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복수의 방법으로 김정은이 황병서의 충성심을 의심하도록 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원홍이 올 초 국가보위상에서 해임될 때도 최룡해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권력의 지형 변화를 유추할 수 있는 사례는 또 있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10월 8일에 있었던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 추대 중앙경축대회 보도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4명 중 황병서의 이름을 맨 마지막에 호명했다. 이전까지 황병서의 이름은 김영남 다음으로 호명됐으나, 뒤로 밀려난 것이다. 북한에서는 통상 서열에 따라 이름을 호명한다. 이전까지 최룡해의 이름은 황병서 뒤에 호명됐다.

다만 황병서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황병서는 지난달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동행했다. 당시 사진을 보면 황병서는 김정은 위원장 바로 옆에 서 있다. 또한 지난달 13일 만경대혁명학원 70돌 기념보고대회 보도에서도 황병서의 이름이 나왔다. 당시 보도는 황병서를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며, 총정치국장”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함께 북한 내 권력의 척도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김정은 공개활동 수행 횟수를 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황병서가 31회로 가장 많았다. 최룡해는 16회였다.

이날 국정원의 표현대로 황병서가 처벌을 받았다면 최근 1달 사이에 그의 신변에 변화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직책을 유지하면서 호명 서열을 낮추는 정도의 처벌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 독재 체제의 특성상 김정은이 황병서를 길들이기 위한 차원에서 일련의 조치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북 “테러지원국 재지정
정치적 테러다”


북한 내부적으로 변화의 소용돌이가 이는 가운데 미국이 지난 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추가 제재 대상을 발표했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곧바로 독자 제재 대상 개인과 단체 등을 추가 발표하자 외무성 대변인 문답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반박 입장을 표명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자신들이 어떤 형태의 테러 행위뿐만 아니라 테러와 연관된 어떠한 지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강조하며,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체제를 고립·압살시키려는 정치적 테러라고 주장했다. 물론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자신들의 핵 무력 고도화가 미국의 위협에 따른 억지력 확보 차원이라는 입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북한은 자신들이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한 것임에도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이 테러지원국이라고 음해하고, 나아가 교역 등 주권국가로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번 미국의 추가 대북 독자 제재는 그 대상을 ‘북한’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교역하는 중국인과 중국 기업 등을 포함하고 있어 규모에 비해 파급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중국은 국영항공사 에어차이나가 평양노선 운항을 중단한 이유도 ‘수요 부족’이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9월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시험발사를 마지막으로 70일 가까이 도발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추가 제재, 고립 심화 등 주변국의 대북 압박 기조는 여전하다. 북한으로서는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탄도미사일 재발사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중국 관계
‘나아질 기미 보이지 않아’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일 중국 쑹타오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 특사 자격으로 북한에 나흘간 체류하고 돌아왔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쑹 부장은 방북 첫날인 17일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둘째 날인 18일에는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을 만났다. 방북 셋째 날에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모두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그러나 특사 방문 전부터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과 북한이 당대당 교류 차원에서 당대회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상호 특사를 파견할 경우 최고지도자를 접견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고, 양국 관영매체를 통해 관련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쑹 부장의 특사 방북 관련 보도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북한 매체는 쑹 부장이 최룡해와 리수용을 만난 소식도 짤막하게 다뤘다. 의도적으로 축소 보도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차분하게 지나갔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한 중국 전문가는 북한과 중국이 북핵과 연관해 타협할 여력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쑨싱제 지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지난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위기가 양국의 핵심 이익에 가까워지는 위태로운 처지에 이르렀고, 구조적 차이로 인해 양측이 이를 극복할 여력이 없음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중국 난징대 구쑤 교수도 “중국이 미국과 함께 국제사회 대북제재를 지지하기로 한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시한 것”이라며 “이 같은 북한의 모욕으로 인해 북중 관계는 빙점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