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추천권 둘러싼 정치권 기싸움 팽팽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여 지났지만 아직까지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 직전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으로 그는 지난해 9월 사임했다. 대통령 특별감찰관이 공석인 가운데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문재인 정부 고위직 인사 중 처음으로 부패 관련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비록 과거 행위로 인한 조사였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무원들의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할 특별감찰관 공백이 문제다.  

文 대통령, 5월 24일 국회에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 요청 
청와대 “특별감찰관법, 공수처 도입과 맞물린 부분 있어”


특별감찰관 임기는 3년으로 국회에서 후보자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가운데 한명을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박근혜정부 당시 ‘대통령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에 대한 비위 감찰’을 목적으로 특별감찰관법을 제정해 도입했다. 법에 따라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 등을 감찰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 유출 의혹 등의 이유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자 지난해 8월 29일 사의를 표명, 9월 23일 사표가 수리되면서 특별감찰관 자리는 장기간 공석으로 사실상 업무가 중단됐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24일 공석인 특별감찰관 임명 의사를 밝히고 국회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은 법률상 기구로 이를 적정하게 운영할 의무가 있고, 대통령 친인척 비위 감찰이란 기능에 독자성이 있다”며 “공석 중인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진행하고 그 기능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법에 따라 정해진 특별감찰관의 대통령 및 친족, 핵심 참모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 수용함으로써 본인을 포함한 청와대의 투명성을 상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이 추천한 감찰관으로
청와대 비리 예방하겠다?


현재 특별감찰관이 공석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정치적인 문제다. 지난달 19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자신들이 추천한 특별감찰관으로 청와대 비리를 예방하겠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정유라의 부정입학 및 성적 조작, 승마훈련 지원 등 특권 앞에서 공정이 무너진 데서 비롯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해임된 지 1년이 지나도록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못함으로써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 그리고 대통령 친인척 등에 대한 각종 유혹으로부터 어떤 통제장치도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민주당이 추천권을 고집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원내대표는 “이 점에 대해 문재인-민주당 정부는 통렬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청와대 주변의 비리 등은 모두가 다 문재인-민주당 정부의 온전한 책임이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현행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국회가 3명의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번째 특별감찰관으로 당시 여당이었던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추천했던 이석수 변호사를 선택했다. 

김 원내대표와 야당 의원들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국회서 후보를 추천한다 해도 여당 후보가 임명될 게 뻔한 만큼 집권 여당의 추천권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0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이같은 주장은 계속됐다.  당시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 제도와 관련해 “현재 특별감찰관 제도는 감시받아야 할 정부 여당과 청와대가 특별감찰관을 뽑는 제도다”며 “정권이 살아있는 권력일 때는 권력남용을 하고, 정권이 바뀌면 수사기관에 불려가는 일을 막으려면 살아있는 권력을 반대편 세력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만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지난 2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대통령 친인척·수석비서관 등의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관련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했다. 야당에서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업무 겹치는 특별감찰관
공수처 흡수 가능성도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공수처와 업무영역이 겹친다는 점이다. 문재인정부는 공수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 개혁위의 공수처 신설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찰과 별개로 수사와 기소권을 갖도록 했다. 직접 수사를 담당할 공수처 검사만 30~50명 가량이다. 3년 임기의 공수처장은 국회 추천위원회가 2명을 천거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수사 대상도 대통령과 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기관장 및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 2급 이상 공무원(청와대 비서진 및 국정원은 3급 이상),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간부, 군 장성을 포함하고 있다. 또 퇴직 3년 이내인 전직 공무원과 배우자·형제자매·부모·자녀도 대상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공무원들의 비리 조사를 위한 특별검사·특별감찰관 제도를 도입했다. 특별감찰관의 업무인 대통령과 고위급 공무원 및 가족·자녀 등에 대한 감시와 수사가 공수처와 중복된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9월 18일 논평에서 정부의 공수처 신설 권고안에 대해 “권력을 잡겠다고 또 하나의 거대 권력을 만드는 것이 개혁인가”라며 “공무원의 비리를 잡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공무원의 복종을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대단한 위세를 가지게 될 판이다”라며 비판했다.

이어 “이미 19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특별검사·특별감찰관 제도가 도입되어 공무원에 대한 비리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며 “하지만 모든 권력을 뛰어넘는 권력 독점의 공수처는 그야말로 ‘권력 위의 권력’ ‘옥상옥’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는 국회에서 관련법을 제정할 때 공수처와 특별감찰관 관계를 고려해 대상 및 기능을 규율하면 해당 취지에 맞게 특별감찰관 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이 공수처에 흡수될 가능성에 대해 “특별감찰관법의 탄생이 공수처 도입과 맞물린 부분이 상당히 있었고 도입 당시부터 그런 논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뒤 “공수처법이 마련된다면 내용을 들여다보고 겹치는 내용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법을 만드는 국회와 논의해 두 법의 관계를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