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한명숙·이광재까지 진보 인사 수두룩…文정부 사면복권 카드 ‘만지작’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크리스마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성탄절 특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광복절 무렵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특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연말연시를 맞아 문재인 정부 첫 특사가 단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정부에서 특사 관련해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어 ‘사면 리스트’가 더욱 주목되는 상황이다.
 
주무부처 “실무 차원 검토 단계”…민생·시국 사범 대상
한상균 ‘파란불’ 이석기 ‘불가능’ 관측…보수 진영 “극렬 투쟁”
‘BBK’ 외치다 감옥행 정봉주 등도 관심…안민석 “좋은 결과 기대”
현 정부 첫 특사 단행 여부 ‘촉각’…성탄절 또는 내년 설 가능성 대두

 
사면·복권 실무 부처인 법무부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현재 특별사면을 검토 중이다. 법무부 대변인실은 24일 “사면에 대한 실무 차원의 검토 단계”라고 공식 답변했다. 시기나 구체적 방식에 대해선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으나, 현재 도로교통법 등을 위반한 민생 사범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시위 등 주요 시국 사건과 관련해 집회·시위에 참여했다 형사처벌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특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광복절 특사는 ‘대상자를 분류할 물리적 시간 부족’을 이유로 이뤄지지 못했고 지난 7일 박상기 법무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나와 성탄절 특사에 대해 “법무부는 구체적인 사면 대상자나 일정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으나, 최근 청와대와의 교감 하에 구체적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최근 전국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사면 대상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도로교통법 위반 등 민생 사범과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자 등이 주요 대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주요 시국 사건으로 ▲사드 배치 반대 시위 ▲세월호 관련 집회 ▲용산 참사 관련 시위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 등 5개 특정 집회 참가자 전원을 대상으로 사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文, 수차례 사면권 제한 의사 밝혀
기업인 제한·민생 사범 위주 유력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과 관련해 여러 차례 ‘권한 제한 행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을 ‘5대 중대 부패 범죄’로 규정, 이들 범죄에 대해서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기 위한 사면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8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에는 박근혜 정부의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재벌 대기업 총수의 특혜 사면을 자제하고 약자를 위한 국민 사면이 돼야 한다”며 “강정 해군기지, 용산 참사 등 사건에 대해 화합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월 대선 후보 시절에도 “재벌의 중대한 경제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며 “중대한 반(反)시장 범죄자는 시장에서 퇴출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에 비춰보면 사면이 단행될 경우 기업인 사면은 제한되고 ‘민생 사범’ 위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주요 시국 사건과 관련해 집시법 위반자를 사면 대상자로 검토 지시하면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특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집회와 민중총궐기 집회 등에서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16년 7월 1심 재판부는 한 위원장이 불법 집회를 주도하고, 폭력 시위를 독려했다고 판단해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같은 해 12월 항소심 재판부는 2년 감형한 징역 3년에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 전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를 비롯해 정세균 국회의장,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주요 인사들은 한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9월 여야 대표 간담회에서 “한상균 위원장이 눈에 밟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한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대표는 통화에서 “폭력 유무만 따질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무엇을 위한 투쟁이었는가를 보면 (사면 대상으로) 우선될 수밖에 없다”며 “(한 위원장 사면은) 촛불정부라고 지칭하는 문재인 정부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한 위원장 사면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이와 관련해 “(한상균) 위원장이 (특사 대상에) 포함된다면 국민적 저항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당도 극렬한 반대 투쟁에 임할 것을 미리 경고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정치인 사면 여부 ‘쟁점’
이석기 전 의원 ‘부담’
 

특사 문제에 있어 핵심 관심 대상은 정치인의 사면 여부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봉주 전 의원, 한명숙 전 총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여기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까지 특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내란선동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의원과 관련해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사면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거부감이 커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정부 출범 이후 이념 논쟁이 너무 많은데 만약 이석기 전 의원이 사면된다면 우리 사회가 또 극단적인 이념 갈등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도 사법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 요소가 있기 때문에 아주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8월 혁명 조직(RO)을 통해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주의 혁명을 도모했다는 혐의(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등)가 국정원에 의해 드러나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는데 통진당은 2014년 12월 헌재재판관 8대1의 의결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2015년 1월 대법원은 이 의원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 내란선동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다스 실소유주 논란에 정봉주 관심↑
여야 125명 “복권 촉구 탄원”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재점화하는 가운데 2007년 대선에서 ‘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사면복권 목소리도 지속되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여야 의원 125명은 정 전 의원 복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제외한 여야 3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탄원서’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에서 “‘BBK는 누구 것입니까’라고 가장 앞장서 국민을 대신해 물었다가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정봉주 전 의원을 반드시 복권시켜 정치적 자유를 돌려주어야 한다”며 “문 대통령께서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사면복권 제외시키는 등 더 이상 그의 복권을 미루지 말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2011년 12월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됐다.
 
당시 정 전 의원은 ‘BBK 저격수’로 불리며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허위 사실을 유포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일각에서는 이 선고를 두고 당시 정권과 각을 세우던 인사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그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2년까지 공직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후보 검증 차원에서 그런 얘기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건데 그거야말로 정치 보복이었다”라며 “(복권 여부에 대해선) 전망은 어렵지만 많은 의원들이 동참했으니까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015년 8월 수감됐다가 지난 8월 만기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도 복권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태다. 한 전 총리는 건설업자 한만호 씨로부터 9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0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무죄가 나왔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으며 뒤집혔고, 2015년 8월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해 구치소에 수감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최측근이었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복권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전 지사는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후 구속, 보석, 도지사 당선, 직무 정지, 재복귀 등 롤러코스터 같은 정치생명을 이어오다 2011년 1월 대법원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취임 7개월 만에 도지사직을 상실했다. 그는 현재 50대 잠룡들이 포진한 싱크탱크 ‘여시재’에서 원장을 역임하며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하고 있다.
 
사면복권 대상으로 진보 진영 인사들이 즐비한 가운데 실제 이들이 성탄절 특사 명단에 오를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무부가 내부적으로 사면 검토를 하더라도 대통령이 사면 최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탄절에 만약 특사를 단행한다면 현 정부 첫 특사는 취임 230일 만에 이뤄지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6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17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10일 만에 각각 특별사면을 실시했다.
 
첫 특사 시기가 내년 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실무 작업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성탄절보다 내년 설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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