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동·서양을 이어주던 실크로드의 중심에 우즈베키스탄이 있었다. 카라반(대상)이 드나들며 남겨놓은 동서양의 문화와 티무르 대제국의 영화가 황토빛 사막을 황금빛으로 수놓았다. 중앙아시아의 광활한 평원에서 마주한 그 화려한 이름들.

사마르칸트

우즈베키스탄 제2의 도시인 사마르칸트는 중앙아시아와 실크로드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로 기록돼 있다. 아미르 티무르가 건설한 대제국 티무르 제국의 수도가 바로 사마르칸트였기 때문. 문화와 예술을 사랑했던 티무르는 정복지에서 발견한 모든 아름다움을 사마르칸트로 가져와 우즈베키스탄의 정신 위에 화려하게 이식했다.

위대한 학자와 예술가들을 데려와 진정한 아름다움의 정수를 그의 도시 사마르칸트에서 화려하게 탄생시킨 것. 중앙아시아의 심장에 박힌 ‘동양의 진주’,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사마르칸트 여행은 융성했던 한 시대의 거룩한 영혼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Info>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 간 고속철도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까지는 버스와 기차를 비롯해 항공과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버스와 일반 기차는 약 4시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자는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스페인에서 수입한 이 고속열차는 약 2시간 10분 만에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를 연결하며 이동 중에 간단한 스낵도 제공한다. 반드시 사전에 웹사이트 또는 현지 여행사 등을 통하여 티켓을 예매하는 것이 좋다.

군주의 마지막, 구르 에미르

아미르 티무르가 잠들어 있는, 그의 최후의 안식처. 무덤을 뜻하는 ‘구르’와 왕을 뜻하는 ‘에미 르’ 두 단어의 조합은 구르 에미르의 정문 앞에 서부터 여행자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아미르 티무르가 건네는 위엄에 묘지의 이미지가 더하는 거룩함은 우즈베키스탄의 어느 곳에서도 경험하기 쉽지 않은 무게감이 돼 여행자를 맞이한다. 아미르 티무르는 전장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그의 손자 무하마드 술탄을 위한 묘지로 구르 에미르를 마련했다.
하지만 명나라 원정길에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 그 역시 이곳에 함께 묻히고 말았다. 이곳에는 모두 9개의 묘석이 놓여있다. 티무르와 무하마드, 두 번째 손자인 울르그벡 그리고 그의 스승이었던 미르 사이드 바카라 등이 함께 누워있는 것.
모두가 그 자리에서 한 군주의 죽음을 애도하고 위대한 그의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 비록 티무르의 진짜 시신은 이곳이 아닌 지하에 안치돼 있지만 그의 영혼은 그 자리에서 그를 찾아온 이들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대제국의 증거, 레기스탄 광장

눈앞에 펼쳐진 레기스탄 광장은 사마르칸트에 대한 진실을 묵묵히 이야기한다. 바로 이 땅이 대제국의 수도였으며 실크로드의 중심이었음을.
거대한 광장 주위로 그 어느 곳보다도 웅장한 모스크와 왠지 더욱 찬란하게 빛을 내는 푸른 돔과 미나레트가 시선을 압도한다. 세밀함의 절정을 보여주는 레기스탄 광장을 가득 메운 모든 문양의 우아함과 정교함은 사마르칸트를 찾아야 할 이유에 대한 생생한 대답이자 우리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였는지도 모른다.
광장의 입구에 서면 3면을 채운 3개의 건물이 시선을 자신들의 속으로 빠르게 끌어들인다. 강렬한 모습으로 절대 다른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곳. 금박으로 만들어졌다는 뜻의 정중앙에 위치한 ‘틸라카리 매드레세’, 우즈베키스탄의 200숨 지폐 속 모델이자 사자가 그려졌다는 뜻을 품은 ‘쉬르도르 매드레세’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신학교로 ‘무슬림에게는 열정적인 교육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문구가 새겨진 ‘울루그벡 메드레세’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슬람을 배우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이들이 경전을 공부하고 수행의 길을 걷던 모습이 그려진다.

잘못된 만남, 비비하늠 모스크

중앙아시아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스크 중 하나인 비비하늠 모스크에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아미르 티무르가 가장 사랑했던 왕비 ‘비비하늠’. 티무르가 원정길에 올랐을 때 그녀의 이름으로 이 거대한 모스크가 건설 중이었다.
이 모스크의 건설을 책임지고 있던 젊은 건축가는 비비하늠을 너무나 사랑했고 그녀에게 단 한 번의 키스를 청했다. 끈질긴 그의 청에 결국 한 번의 키스를 허락한 비비하늠. 티무르는 원정길에서 돌아와 이 모든 사실을 알아버렸고, 건축사는 죽임을 당하고 비비하늠은 모스크에서 떨어져 자살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비비하늠 모스크를 둘러볼 때에는 좀 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이 가슴을 스치는지도 모르겠다. 모스크의 마당 한가운데에는 돌로 된 커다란 조형물이 하나 놓여 있다.
티무르가 원정길에서 가져온 코란을 놓아두던 받침대다. 이 코란은 14세기 아미르 티무르가 원정길에 가져온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코란으로 현재는 타슈켄트의 무이 무보락 매드레세에 보관 중이다.
주변 볼거리들

▲울르그벡 천문대

아미르 티무르의 손자이자 티무르 제국의 네 번째 왕으로 티무르 지배 이후 가장 번성한 나라를 만들었던 울르그벡은 뛰어난 천문학자로 사마르칸트에 천문대를 세웠다. 대부분의 시설이 사라지고 지금은 천문 관측 시설의 기초 일부분만 남아있다.
현대의 천문대에서는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시설이지만 울르그벡이 남긴 기록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그의 기록은 1년간의 항성시를 365일 6시간 10분 8초로 전하고 있는데 이는 현대의 결과와 단 1분의 차이도 나지 않는 것.
옛 천문대 자리 옆에는 당시의 기록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1만 원권 지폐에 그려진 혼천의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꼼꼼히 살펴보면 조선과 세종대왕에 대한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의 천문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던 궁극적인 이유를 이곳 사마르칸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시압 바자르

레기스탄 광장 입구 옆에 서 있는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의 동상 주변에서 전동카를 타면 시압 바자르에 갈 수 있다.

비비하늠 모스크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좋은 코스. 시압 바자르는 사마르칸트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타슈켄트의 초르수 바자르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과 전통 빵인 리포슈카를 파는 노점이 어느 곳으로 방향을 잡을지 고민스럽게 한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먹을 것, 입을 것, 즐길 것 그리고 기념할 것까지 정말 다양하다.

특히 예쁘장한 무늬와 색상으로 만든 리포슈카를 비롯한 여러 먹거리들은 입에 넣기 아까운 모습. 또 상인들이 예술적 감각을 최대한 발휘해 제품들을 진열해놓은 독특한 모습도 우즈베키스탄 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다.

▲시압 바자르-성자 다니엘의 묘

성경 속 등장인물인 성자 다니엘. 그는 다양한 종교를 아우르는 성인이자 이스라엘 왕조의 멸망 후 바빌론과 페르시아 제국의 포로로 잡혀가서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믿음을 버리지 않고 살아난 선지자로 알려져 있다.
사마르칸트에 관의 길이가 무려 18m나 되는 그의 묘가 있는데 신비한 전설이 전해진다. 아미르 티무르가 현재의 시리아 지역 정복에 나셨을 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다니엘의 묘가 그곳을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듣고 티무르는 다니엘의 무덤을 파헤쳐 유골의 일부를 사마르칸트로 가져와 묘를 만들었고, 이후 그 지역을 정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묘지를 만든 곳은 황무지나 다름없던 땅. 그곳에서 샘물이 터지고 아몬드나무 한 그루가 자라기 시작했다. 지금도 샘터는 멈추지 않고 물이 흐르고 있으며 아몬드 나무는 여전히 묘지 옆을 지키고 있다.

▲사마르칸트 레스토랑

사마르칸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레스토랑으로 식사시간 이면 전 세계에서 찾아온 여행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사마르칸트의 전통음식들을 맛보면서 사마르칸트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특산품인 와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또한 전통무용단의 흥겨운 공연과 노래가 펼쳐져 식사와 함께 우즈베키스탄의 아름다운 문화를 즐길 수 있다.

히바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 라와 함께 우즈베키스탄의 4대 도시에 꼽히는 히바. 그 작은 도시에는 타슈켄트나 사마르칸트에서 만날 수 없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그동안 현대의 도시 속에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온 옛 유적들을 하나씩 둘러봤다면, 히바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유적이다. 이찬칼라라는 이름의 옛 도시 안을 걷다 보면 실크로드를 따라 온 대상들이 사막을 건너기 전, 히바 오아시스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세월의 풍파 속에 많이 사라지고 일부만이 남아있지만 당시의 황톳빛 도시를 상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그곳. 실크로드의 진실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이찬칼라

이찬칼라의 골목을 걷다가 눈앞에 나타난 낮은 전망대에 올랐다. 온통 황톳빛으로 물든 옛 도시가 펼쳐진 풍경은 뜻 밖에도 화려했고 우아했으며 때로는 그윽했다.

누군가 해변가에 모래를 쌓아 만든 모래성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군데군데 파란색을 띤 돔과 미나레트가 이찬칼라에 푸른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는 모습에 가만히 숨을 죽이고 오래도록 바라보기만 했던 그곳.
이찬칼라 속에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독특한 모습의 볼거리가 가득하지만 여행자의 마음은 잠시 이곳을 마냥 걷고 싶어진다. 머리를 채우기보다는 마음을 채우고 싶어졌기 때문. 황토와 블루만이 존재하는 것 같던 이찬칼라의 골목 속에는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곳 주민들이 직접 짜는 카페트와 옷감, 끊임없이 발길을 멈추게 하는 탐나는 기념품들, 그리고 그들이 입고 있는 알록달록한 옷가지에서. 어쩌면 이찬칼라에 존재하는 황토색을 모두 메우고도 남을 만큼이나 흔한 색의 조각들이 끝없이 눈앞을 서성인다.
서서히 해가 저무는 시간이 되면 이찬칼라는 더 없이 멋진 풍경을 내어놓는다. 붉은 기운이 밀려와 순수한 이찬칼라의 황토 성벽을 조금씩 덮어갈 때, 대제국의 영화로운 하루가 저무는 기운이 이곳에 가득히 스며든다.
실크로드를 넘나들던 이들이 가슴 속에 커다란 희망을 품고 바라보던 그 황홀한 석양이 여행자의 발길 앞에도 말없이 떨어진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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