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울산·부산·경남 + 인천 또는 충남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내년 6월 예정된 전국동시지방선거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려는 민주당과 보수 아성 복원에 나서는 한국당의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이미 정가에선 ‘보수 궤멸론’이 심상치 않게 떠돌고 있다. 한국당은 이번 지선을 통해 보수의 본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정부·여당에 맞서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이에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광역단체장 6곳을 지켜내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배수진을 치기에 이르렀다. 홍 대표가 ‘콕’ 찍어 ‘6곳’을 공언한 데는 한국당의 텃밭인 영남권 ‘5곳’을 사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제됐다. 여기에 현 시장이 한국당 소속인 인천 또는 안희정 현 충남지사가 3선 불출마로 가닥을 잡으면서 무주공산이 된 충남 중 한 곳만 더 가져온다면 ‘절반의 성공’은 거둘 수 있다는 전략이다. 홍 대표가 해당 지역에 어떤 필승 카드를 낼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당내에선 이미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림 의원, 이철우 의원, 이종혁 최고위원, 서병수 부산시장, 안대희 전 대법관
  - 경북지사 이철우 우세 지속? “최근 들어 洪과 사이 소원해져...”
- 경남 안대희 영입설… 부산 ‘서병수 불가론’에 洪 측근 이종혁 내정?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6곳을 지켜내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홍 대표는 9월 29일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자신의 사퇴로 공석이 된 경남지사를 비롯해 한국당 소속인 부산·인천·대구·울산시장, 경북지사 선거 등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당 대표에서 내려오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친박계 사실상 소멸 과정...
너도나도 홍준표 ‘구애’ 총력
 

이에 따라 홍 대표가 해당 지역 후보로 어떤 인사를 내세울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일단 ‘보수의 심장’ TK 지역에서는 탈박(脫朴) 현상이 눈에 띈다. 대구 시장 경선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관측되는 권영진 현 대구시장과 이재만 최고위원 모두 최근 들어 부쩍 홍 대표에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호텔수성에서 열린 대구경북중견언론인모임인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상식에 기반하는 정치를 하는 분”이라며 “내년 선거를 책임질 대표로 상식에 맞는, 민심에 부합하는 선거 관리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 역시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얼마 전 홍 대표와 함께 베트남을 방문하는 등 관계 재정립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지사 후보군으로는 친박계 김광림 의원과 친홍계 이철우 의원이 거론된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경북은 유일하게 자유한국당 후보가 안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당내 경선에선 혈투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의원과 이 의원 외에도 남유진 구미시장, 감석호 의원, 최경환 의원, 김장주 경북 행정부지사, 김영석 영천시장 등이 경북도지사 후보 경선 참여를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지금까지는 그동안 꾸준한 준비와 의지를 분명히 밝혀 왔던 이철우 의원이 조금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당내 관계자는 “최근 들어 홍 대표와 이 의원 사이에 금이 가고 있다”고 밝혀 향후 경북지사 경선에 이목이 집중된다.
 
홍 대표의 사퇴로 공석이 된 경남지사 후보군에는 안대희 전 대법관 영입설이 나오고 있다. 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이주영 의원은 오는 12일 실시 예정인 원내대표 출마로 마음을 굳혔고 홍 대표가 힘을 싣는 것으로 알려진 윤한홍 의원은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법관은 ‘국민검사’로 통할 정도로 인지도와 지명도를 갖춘 중량급 인사로 평가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로 내정됐다가 낙마했지만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안 전 대법관으로서는 홍 대표 공과에 대한 경남지역 내 찬반론이 팽팽한 만큼 일단 가능성을 열어 놓고 향후 여론과 선거 구도를 관망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 대표가 연일 ‘서병수 불가론’을 천명하고 있는 부산시장 후보군에는 경남지사에도 이름을 올린 안 전 대법관을 비롯해 홍 대표의 측근 중에 측근으로 꼽히는 이종혁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반면 서병수 현 부산시장의 경우 홍 대표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 탓에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홍 대표는 지난달 17일 부산을 방문해 “현역 단체장이 가망 없으면 경선을 하지 않고 경쟁력 있는 신인에게 공천을 줄 것이며, 자기한테 공천을 안 준다고 사천이라고 말한다면 미친 사람”이라며 서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홍 대표는 하루 전 16일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낮은 광역단체장 후보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배제하겠다”며 “울산은 걱정되지 않는데 부산이 걱정”이라고 서 시장을 ‘콕’ 찍어 비난하기도 했다. 이렇든 홍 대표의 압박이 날로 심해지자 서 시장은 무소속 출마에도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홍 대표의 신임을 받는 이종혁 최고위원의 경우 본선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면 부산 시장 후보로 내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달 12일 부산 진구 어린이대공원 앞에서 4000여 명이 참석한 ‘한길산악회 발대식’을 열었는데 이 행사가 사실상 부산시장 선거 출정식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울산·인천 조기 공천으로
지지세 결집할 듯...

 
울산시장은 김기현 현 울산시장을 조기 공천해 지지세를 결집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홍 대표가 기자간담회나 토론회 등 공개석상에서 김 시장에 대한 신뢰감을 표명하고 있고, 대부분의 울산지역 당협위원장들도 김 시장 공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이유에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 시장의 경우 전국 시도지사 평가에서도 상위권을 지하는 등 지지 여론이 막강하다”며 “조기 공천을 바탕으로 김 시장이 ‘보수 재건’의 선두주자로 나설 경우 그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위원장 정갑윤) 역시 조만간 지방선거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김 시장이 단수후보로 공천을 확정 지을 경우 필승 선대위를 구성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시장 선거 역시 현 유정복 시장이 경선 없이 단독 출마하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지난달 17일 부산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열린 ‘YS 리더십문민개혁 재조명 토크 콘서트’에서 “같은 친박이라도 인천 유정복 시장은 경선 안 한다”며 “인천지역에서 유 시장에 대한 여론이 좋아 경선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 청산’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홍 대표가 친박계로 분류되는 유 시장에게 만큼은 특별대우를 하는 데는 ‘이기는 선거’를 위해서라는 게 지배적이다. 한국당 내 유 시장을 대신할 만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유 시장이 최선의 카드라는 얘기다.

그 밖에도 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각각 박남춘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이기에 유 시장을 조기 배치한다면 여권이 분열된 상황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든 각 지역에 ‘필승 카드’를 고심 중인 홍 대표는 안희정 현 충남지사가 3선 불출마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무주공산이 된 충남 탈환까지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양승조 의원의 충남지사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당은 대항마로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과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군예산군)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남경필·원희룡
‘악연’地選까지 지속되나

 
한편 홍 대표는 자신이 호언한 ‘6곳’을 지키기 위해 필승 카드를 고심하면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필승 전략’이 아닌 ‘낙선 전략’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경기지사와 제주지사 선거에도 한국당 후보를 배치해 보수 진영을 분산, ‘앙금’이 있는 바른정당 후보를 떨어뜨리겠다는 전략이다. 경기와 제주는 각각 남경필 현 지사와 원희룡 현 지사의 재선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는 지역이다.
 
홍 대표와 원 지사·남 지사 간 ‘앙금’의 배경은 2011년 당 대표 시절 소장파들과의 ‘악연’이 한몫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홍 대표는 2011년 7.4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직에 당선됐다. 2위는 현 바른정당 대표인 친박계 유승민 의원이 차지했고 3위는 나경원, 4위는 원희룡, 5위는 남경필 순으로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홍 의원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나 의원을 제외한 유승민·원희룡·남경필 3인방과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앙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후 결정적으로 홍 대표가 이들 3인방과 ‘적’이 된 계기는 취임한 지 5개월 만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데 세 사람이 앞장섰기 때문이다. 이들 3인방은 홍 대표가 당 대표직에 오른 직후부터 홍 대표 흠집 내기에 몰두했다.
 
이에 홍 대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었음에도 12월 7일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30분 간격으로 남경필, 원희룡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이유로 홍 대표가 해당 지역에 한국당 후보를 출마시킨다면 보수 표심은 자연히 분산될 수밖에 없다. 두 현역 시장이 현역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진보 정당에 어부지리 승리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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