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SNS는 규제 못하나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소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앱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촬영한 뒤 일명 ‘인증샷’을 게시하는 것이다. 이런 인증샷은 성관계 대상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무분별하게 청소년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 서버 둔 ‘텀블러’···성적 콘텐츠 만연
초대남‧초대녀 게시물도···게시자‧앱 개발자 모두 문제


현재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노출 인증샷’이라는 게시물이 떠돌고 있다. 해외 SNS인 텀블러(tumblr)에서는 ‘대X’ 등의 간단한 검색으로도 자신의 신체 일부를 촬영한 사진‧동영상 등을 접할 수 있다. 인증샷을 올리는 게시자의 행태는 성관계를 제안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측된다.

노출 인증샷 게시물에는 사진의 내용을 평가한 댓글들이 수두룩하다. 다른 이용자들은 사진 게시자에 대한 평가와 함께 성관계 제안도 은밀하게 하고 있다. 또 청소년들에게 여과 없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노출 인증샷을 올리는 게시자를 ‘디지털 바바리맨’이라 칭한다.

이러한 행태가 만연한 텀블러의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텀블러는 최근 인터넷 음란물의 온상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불법 콘텐츠 자율규제 협조 요청에 대해 ‘미국회사’라며 거부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방심위 협력 거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불법·유해정보 통신심의 내역’을 보면 삭제 또는 차단 등 시정 요구를 내린 게시물 중 ‘성매매·음란’ 정보가 가장 많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20만1791건 중 성매매·음란은 8만1898건으로 40%를 넘었다. 올해 6월까지 통계에서도 전체 8만4872건 중 성매매·음란 정보가 35%를 넘는 3만200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중에서도 텀블러의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전체 ‘성매매·음란’ 정보의 58%(4만7480건)가 텀블러 콘텐츠였다. 특히 지난 2015년 9477건에서 2016년 4만7480건으로 5배가량 급증했으며, 올해는 비중이 더 늘어 전체의 74%가량을 텀블러의 정보가 차지했다.

이에 방심위는 지난해 8월 텀블러 측에 “최근에 성적으로 노골적인 많은 동영상이 텀블러에 업로드되고 있어 텀블러는 한국에서 새로운 포르노 사이트로 오해받게 됐다”며 “불법 콘텐츠에 대한 대응에 협력을 요청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텀블러 측은 “텀블러는 미국 법률에 의해 규제되는 미국 회사”라며 “텀블러는 대한민국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으며 관할권이나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요청을 거절했다.

뿐만 아니라 방심위가 몇몇 음란 콘텐츠의 인터넷주소(URL)를 적시해 한국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불법정보라며 한국에서 제거되거나 ‘블록’ 조치하도록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텀블러 측은 “신고된 콘텐츠를 검토했지만 우리 정책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이처럼 방심위가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미국 회사라는 이유로 음란물 유포를 막지 않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텀블러가 국내서 영업행위를 하면서도 음란물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 요청을 거부한 것은 오만하고 지나친 처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밖에 앱 개발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홍보를 위해 앱을 방치한다는 의심도 받는다. 음란물을 통해 접속률이 올라가면 광고를 유치한 뒤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의 소라넷
가능성 농후

 
텀블러에서는 ‘ㅊㄷㄴ(초대남‧초대녀) 구합니다’라는 게시물도 눈에 띈다. 접선할 지역과 나이, 장소를 공유 한 뒤 이른바 ‘쓰리썸’ ‘포썸’을 하려고 정보와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다.

국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앱이나 온라인 사이트‧커뮤니티 등에 신체 은밀한 부위를 촬영해 게재하는 것은 음란물유포죄에 해당한다. 이에 해당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전문가들은 앱 개발자, 이용자 모두 온라인 윤리의식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개발진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은 상황이다.
 
자율심의협력시스템
도입 시급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은 도박, 불법 마약, 아동포르노, 성매매·음란, 장기매매, 자살 등 명백한 불법정보에 대해 방심위가 심의에 앞서 사업자에게 자율규제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직접 정보를 삭제하거나 사용자의 계정을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불법정보 유통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하는 인터넷사업자는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스 등 국내 포털사업자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FC2 등을 운영하는 해외 사업자까지 모두 39곳이다.

텀블러의 경우 데이비드 카프가 2007년 창업한 뒤 2013년에 야후에 인수됐다. 야후는 2013년 야후코리아가 사이트를 폐쇄한 이후 2014년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한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한국에서 불법 성매매·음란 정보의 온상으로 떠오른 텀블러가 방심위의 자율심의 협력 요청을 거절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텀블러는 한국에 지사는 없지만 2013년부터 한글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한국법과 실정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을 가지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방심위 역시 메일을 보내는 수준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외교부나 방통위 등의 협조를 얻거나 미국에 직접 찾아가는 등 텀블러가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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