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효율 도리어 상승…확산하는 유연근무제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워라밸(Work+Life+Balance,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가 기업의 근로 문화를 바꾸고 있다. 스타트업·IT·여행업계를 중심으로 주4일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점차 많아지는 것. 주4일제는 ‘시간제 정규직’ 개념으로, 주5일 근무자보다 약 20% 적은 급여를 받는다. 이들은 주4일제가 근로 시간 단축을 통해 공허한 노동시간(empty labor)을 소모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장시간 근로가 정착된 한국의 기업 풍토에 이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단계적 도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스타트업·IT·여행업계 중심 주4일제 도입 확산
“일자리 창출 등 효과” vs “단계적 도입 추진해야”


주4일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워라밸’은 일(Work), 생활(Life), 균형(Balance)의 준말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시하는 경향을 뜻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국민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766시간보다 무려 347시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가 경제 안정화에 접어든 후 실제 근로 시간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근로 시간이 많은 편에 속한다.

이에 스타트업·IT·여행업계를 중심으로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주4일제’가 확산되고 있다. 비타민 유통기업 ‘리오단’, 화장품 회사 ‘에네스티’, 광고대행사 ‘크리에이티브마스’ 등이 주4일제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업체들로 꼽힌다.

경상북도는 지차체 차원에서 주4일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출연·출자 기관들이 올해 신규 채용 모집을 모두 주4일제로 공고한 것. 경북테크노파크에서는 이미 월~목 주 32시간만 일하는 직원 3명이 근무 중이며, 경상북도 산하 한국국학진흥원·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등이 주4일제 직원을 채용했거나 예정하고 있다. 

주4일제 대신 4.5일제를 도입한 기업도 있다. 주4일제에 대한 위험 부담을 낮추는 대신, 근무시간 단축을 통해 업무 효율은 높이겠다는 취지다.

대표적인 예로,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 월요일 출근을 오후 1시로 늦춘 바 있다. 올해 3월부터는 퇴근시간도 오후 6시 30분에서 오후 6시로 앞당겼다. 주5일 출근하되 시간을 조금씩 단축해 주4일제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일자리 창출, 이직률 감소 등 긍정적 효과

주4일제의 가장 큰 효과로는 ‘일자리 창출’이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주4일제에 따라 기존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시간제 정규직’이 될 수 있고, 정규직 근로자는 장시간 노동의 감소로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일자리 나누기’다.

또 ‘이직률 감소’도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삶의 만족도 향상으로 이직에 대한 욕구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본의 한 기업은 주4일제 시행 전 이직률이 40%에 달했는데, 시행 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통계를 밝혔다. 

심지어 주5일제보다 업무 효율성이 더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주4일제를 시행 중인 스타트업의 직원 강모씨(29)는 “그전에는 잡담, 피로감 등으로 불필요한 야근이 잦아지는 악순환이었다”며 “주4일만 일한 후에는 정해진 시간 동안 집중해서 업무에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주4일제를 시행하더라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통계를 보면, 기업도 주4일제를 굳이 기피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주4일제는 정확하게 한 근로자의 절대적 업무량이 아닌 ‘공허한 노동시간(empty labor)’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괄 도입은 어려워도 단계적 추진에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정착하려면 공공기관부터 단계적으로

유럽에서는 이미 주4일제가 정착됐다. 일본도 주4일제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본의 행정기관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5년 일본 내 전체 기업의 8%가 주4일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많다. 한국 기업의 특성상 장시간 근로 문화가 고착화돼 있는데, 하루아침에 바꾸기에는 여러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아직까지 주6일제를 시행하는 사업체도 많은데 주4일제를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겠나”라며 “특히 중소기업은 부담이 크다. 주4일제로 생긴 공백을 또 다른 정규직을 고용해 채우는 것은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9월 ‘공공기관·중소기업 주4일제 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했으나, 사회 여건상 시기상조라는 반대에 부딪혀 보류됐다.
당시 남경순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장은 “주4일제 근무는 우리 사회 여건상 시기상조이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아 안건 처리를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주4일제가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중심의 점진적 도입, 정부 및 지자체 지원을 통한 민간기업의 시간제 정규직 도입 유도 등이 해법으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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