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김지완·정지원·이동빈 등 부산 출신 금융 수장 인선

왼쪽부터 김지완, 정지원, 이동빈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부산 출신의 금융인들이 금융권 기관장이나 단체장으로 연달아 임명되면서 “‘서금회’가 지고, ‘부금회’가 떴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가 승승장구 했던 것과 같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금회(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가 실세로 떠올랐다는 말이다. 또 이를 두고 “금융권의 뿌리 깊은 병폐 중 하나인 학연·지연 중심의 친(親) 정부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과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로 금융 수장들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선다.

“정권 교체 때마다 낙하산” vs “사실과 맞지 않은 억측이다”
투자공사·조폐공사·주택금융공사 등 남은 금융 단체장 자리는?


‘부금회’란 지난해 상반기 발족한 사교 모임으로 ‘민·관·정’의 부산 출신 금융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장남식 전 손해보험협회장(부산고)과 김교태 삼정KPMG 대표(배정고), 이재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동성고) 등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선임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등은 모두 부산 출신이다. 또 은행연합회장에 부산 출신인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가 임명, 부산 출신 금융인 전성시대가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김 신임 회장은 영남상고(현 부산정보고)를 졸업하고 1971년 농협중앙회에 주산 특기생으로 입사했다. 농협중앙회에서는 금융제도팀 과장, 금융기획부장, 기획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8년 농협중앙회의 금융 부문인 신용 부문 대표에 올랐다.

특히 김 신임 회장은 기존에 유력하게 거론됐던 홍재형 전 부총리,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쟁쟁한 후보를 물리치고 단독 후보자로 추천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신임 회장이) 부산 출신이라는 점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소문도 있다.

앞서 취임한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김 신임 회장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사장 선정 과정에서 전례 없던 추가 공모로 뒤늦게 뛰어들면서 선임되자 부산 출신이라는 점이 인사 배경으로 지목된 바 있다.

지난 9월 BNK금융지주 자리에 오른 김지완 회장도 부산 출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 상고 동문이자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의 경제 고문으로 활약한 점이 부각됐다.

마지막 한 명인 이동빈 SH수협은행장은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났지만 부산대 경영학과를 나와 부산 출신 금융인으로 분류된다. SH수협은행의 행장 공모는 세 번이나 불발되는 진통을 치른 끝에 선임됐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학연·지연 인사라거나 언제까지 관치 금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냐는 비판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권을 주도했던 ‘서금회’나 이명박 정부 때 ‘고금회’와 같은 모습의 되풀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영주 전 산업부 장관이 무역협회장이 되고 김용덕 전 금융감독원장이 손해보험협회장이 되면서 관료 출신 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지자 이 틈을 타 부산 출신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해석도 있다.

또 전 정부의 색깔 지우기라는 지적은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나오는 단골 의혹이다.

다만 이들 4명의 연고가 부산이라는 점으로 ‘부금회’라고 분류하는 것은 사실과도 맞지 않고, 고금회나 서금회 때 낙하산 논란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습관적 해석’이라는 견해도 상당수다.

실제 부금회로 지목된 이들 4명 중 부금회 소속은 정 이사장 한 명뿐이다. 그동안 정 이사장은 장남식 전 손해보험협회장 등과 지난해 부금회를 결성하고 지속적으로 세미나도 열어 왔다.

나머지 세 명은 정작 “부금회가 실제 모임이냐”고 되물을 만큼 연관성이 없다. 앞서 김 신임 회장은 부금회와 관련된 질문에 “모임 이름조차 생소하다”며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부금회 멤버로 알려진 다른 인사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김 회장과 이 행장은 모두 “금시초문”이라면서 “(부금회 쪽에) 줄을 대거나 참여한 적이 없다. (나도) 부금회로 분류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부금회가 지난 정부에서 결성됐는데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부분은 정 이사장 선임 당시, 거래소 노동조합의 반대 성명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당시 노조는 “정 사장은 본인이 (전 정권의) 낙하산이자, 더 나아가 다른 낙하산을 불러들이는 첨병이었다"라며 “증권금융 사장 재직 시절 전문성 없는 대통령 연설비서관을 증권금융 감사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부사장으로 선임하는 데 앞장섰다”고 말했다.

아울러 “또한 보수 정치권이 주도한 지역주의 사조직 부금회에서 활동하며,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 적폐 정책인 거래소 지주사법 통과를 주장하기도 했다”면서 “거래소 이사장이 되면 모피아 권력에 한 번 더 은혜를 입는 꼴이니 자본시장 적폐 청산은 물 건너갔다"고 했다.

한편 이처럼 부산 출신 금융인이 급부상하자 남은 공기업 수장 자리 인선도 주목된다.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금융 공공기관은 한국투자공사, 한국증권금융, 한국조폐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터라, 당분간 정부의 인사 개입은 두드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 문재인 정부와의 인연이 있다 해도 전문성이 보장된다면 정부의 공격적 인선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충돌하는 형세다.

다만 어느 쪽이 진실이든 향후 해당 인사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따라 ‘정부의 입맛대로 금융권을 좌지우지하려 만들어낸 관치’일지 ‘전문성을 강화해 건강한 금융권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결단’인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