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 이경후 등 ‘경영 참여’ ‘독자 행보’ 관심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초미의 관심사는 총수 일가 3~4세의 승진 여부다. 올해 역시 임원 인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재계는 총수 일가 자제들의 초고속 승진을 단행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일부러 승진 시기를 늦추며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그럼에도 초고속으로 승진시키는 데는 향후 경영권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일요서울은 2018년이 주목되는 재벌 3세에 대해 알아봤다.

지배구조 튼실히하며 기업 전면에 등장
능력 검증 통해 세간 우려 불식시켜야

2018년에 기대되는 인물 중 으뜸은 지난달 30일 전역한 최민정 중위다. 그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둘째 딸이다. 할아버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뉴시스>

 2014년 9월 재벌가 딸로는 처음으로 해군 사관 후보생으로 자원 입대해 눈길을 끈 최 중위는 같은 해 11월 해군 소위로 임관했다.

2015년에는 청해부대 19진에 속해 아덴만에 파병됐고 지난해 1월부터는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의 방어를 책임지는 부대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전역 후 행보에 관심

현재까지 그의 전역 후 구체적인 계획이 전해지지 않았지만 향후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은 “해군에 복무 중인 최민정 중위가 지난달 30일 제대했다”며 “제대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 중위가 ‘재벌가 딸’의 군 자원 입대라는 전례 없는 행보를 보였던 만큼 전역 후 그룹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신선한’ 행보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 중위는 군 생활 중에도 그룹 최대 경영 철학이자 최태원 회장이 최우선 실천과제로 지목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 4월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 최 중위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각별히 신경쓰는 사회적 가치 창출 분야에 높은 관심과 이해도를 갖춘 최 중위가 해당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언론들도 그의 행보에 관심을 보였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등은 최민정 중위가 전역했으며 한국 재벌가 출신의 첫 여성 장교라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 언론은 “대부분의 재벌가 자녀들이 병역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최 중위는 스스로 입대해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며 한국 남성은 2년간의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하고 여성은 자원해야 입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중위가 중국에서 장기간 거주했던 이력도 소개됐다. 중국 언론은 “최 중위는 고등학교 시절 부모와 떨어져 중국에서 수학했고 베이징대를 졸업했다”며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생활비를 직접 버는 등 독립심이 강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SK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최 중위의 그룹 경영 참여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맏딸 이경후 상무도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계열사 지배구조 재편의 중심에 서면서 승계 재원을 마련했고, 고속 임원 승진을 통해 경영 참여 무게감도 높여 나가고 있다.

CJ에 따르면 이경후 미주 통합마케팅팀장과 남편 정종환 미주공동본부장이 최근 CJ정기 인사에서 각각 상무대우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 3월 상무대우로 첫 임원직에 오른 두 사람은 8개월 만에 다시 승진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이다

입사 7년 만에 임원이 된 이경후 상무의 초고속 승진 배경에는 이재현 회장의 경영승계 작업이 더욱 빨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현 회장은 선천적으로 샤르코 마리 투스(CMT)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을 앓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도 이 회장의 병세는 쉽게 나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미리 경영 승계 작업에 들어갔다는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 회장이 물러나 있는 동안 경영을 맡은 외삼촌 손경식 회장도 80세를 바라보는 고령이어서 경영 승계는 더욱 필요해진 상황이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이번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LS그룹은 지난달 28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2018년도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을 유임시키며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화에 무게를 뒀다. 이날 승진 명단에는 오너 3세 2명도 포함됐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장남 구동휘(35) LS산전 이사가 상무로,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 구본혁(40) LS니꼬동제련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S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은 경영 환경과 실적 등을 고려해 조직 분위기 쇄신 및 슬림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면 올해는 지난해(31명)에 비해 승진을 소폭 확대하고 주요 계열사 CEO들을 유임함으로써 조직을 안정화하고 성과 창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단행한 (주)GS그룹 인사에도 오너가 4세인 허철홍 GS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허 상무의 나이는 38세다. 4세 중 임원 배출은 5번째다. 26일 임원 인사를 단행한 코오롱그룹의 이웅열 회장의 장남인 이규모 상무보도 상무로 승진했다. 2012년 코오롱인더 차장으로 입사해 6년 만에 임원 직함을 달았다.

비판적인 시선…탈피해야

그동안 재계는 총수 일가 자제들의 초고속 승진을 단행하면서 쏟아지는 비판을 그대로 맞아야 했다. 여전히 재벌 총수 3~4세들의 일탈과 갑질로 인해 이들을 향한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다. 부모의 부가 자녀들에게 대물림 되면서 사회의 계급을 결정한다며 ‘금수저’ ‘흙수저’ 계급론에 항상 등장하는 이들이 총수 일가 자제들이다.

몇십 년을 일해도 임원을 달지 못해 퇴사하는 직장인이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3~4세들이 초고속으로 승진하는 모습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때문에 이번에 승진한 재벌 4세의 향후 행보가 아버지의 기업의 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만큼 이들에게 거는 희망이 더 크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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