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높여 준다더니…현실화된 ‘최저임금의 역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최저임금 인상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과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경영계와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정치권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 대책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는 꼴이다. 또 인건비 상승 여파로 초래될 고용 부진이나 자영업·소상공인 등의 줄도산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영계 vs 노동계, 산입범위 놓고 갈등 격화
최저임금 인상 발(發) 고용 한파 본격화될 듯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6470원보다 1060원 상승하게 된다. 상승률로 따지면 16.4%로 역대 최대치다. 적용 대상은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기 때문에 파급 효과 역시 상당할 전망이다.

문제는 해당 최저임금과 관련해 아직까지 긍정적인 영향 보다 부정적인 모습들이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는 부분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때문인데 경영계는 “상여금은 물론 교통비와 숙식비, 초과근로수당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노동계는 “매월 정기·일률적인 급여만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하며, 산입범위를 늘리면 최저임금 인상의 의미가 없다”고 대립하고 있다.

실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23일 국회를 찾아가 최저임금의 제도 보완 필요성을 호소했다. 산입 범위 개정 없이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실질 급여가 높은 근로자까지 최저임금 인상 대상이 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만 노동계는 그동안 경영계가 퇴직금 등 각종 부담을 없애기 위해 기본급을 줄이고 상여나 수당을 만들어 현행 임금 체계가 만들어졌는데, 이제 와서 산입범위를 확대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없애려는 것은 꼼수일 뿐이라는 견해다.

이와 관련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과 법인세율 인상을 우려하면서 노동 개혁 등 구조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OECD는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을 한국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OECD는 세계 경제 전망 자료를 통해 “한국은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비용 증가,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투자 둔화가 우려된다”며 “각종 하방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구조 개혁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수출 개선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 부진과 가계 부채 악화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최저임금 및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의 대립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영세 소상공인들이 어떻게 사업을 영위해 나갈지에 대해서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인력을 감원하거나, 상품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고육지책이 최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일례로 음식점과 커피 전문점, 주유소 등 사업장들은 무인화 점포 만들기가 확산되고 있다. 무인 결제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당장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한 달 수백에서 천만 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서울 시내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우리나라에 하루에도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2000명에 달한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면서 “아무래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폐업자들이 더욱 늘어나지 않겠나”라고 걱정했다.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실직 위기에 직면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사업주들이 대량 감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비원과 같은 고령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처우개선 추진위원회(추진위)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해고 위기에 놓인 전국 경비원은 1만715명으로 추산된다. 추진위원회는 아파트 경비원수를 서울 3만5000명, 전국 18만 명으로 추산한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는 포함하면서도 최저임금 계산 때는 배제하자 일부 기업에서는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있다. 정부는 3조원을 투입해 최저임금 따른 충격을 완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수혜대상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업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인건비 급증 부담을 느낀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체들이 선제적으로 대응, 최저임금 인상 발(發) 고용 한파가 시작된 꼴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해 보호한다던 경비원·식당 종업원 등이 되레 희생양으로 전락했다는 시각도 있다.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덩달아 높아지는 최저임금 미준수율 줄이기도 숙제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263만7000명(지난해 3월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13.7%에 달했다.

특히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장의 약 70% 가량이 10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세할수록 최저임금을 지급하는데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매출 증가 속도보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속도가 빠를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즉,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시 미준수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곳이 많은 데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 등 편법도 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대량해고 위협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정부의 지원 등 임시방편이 아니라 법·제도 개선을 통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종이나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그 중 한 가지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빈곤 계층으로 돌아가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를 정확히 바라보고 가장 부작용이 덜한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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