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공수사 포기’ 비판, 보수 기대주?  숟가락 얹기?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보수층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를 거론할 때면 보수 인사로 황 전 총리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여전히 인기가 있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아직까지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일명 ‘페북정치’를 하며 국민들과 꾸준히 소통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국정원 이 발표한 개혁안 속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황 전 총리에 대한 보수층의 인기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치 세력의 몰락도 한몫하고 있다.

黃 “대안도 없이 대공수사 포기하면 누가 간첩 잡나?” 
洪 “탄핵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절대 안 된다”


“어제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대공수사권 등 모든 수사권을 다른 기관으로 이전 또는 폐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국정원이 앞으로 간첩사건 등 대공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국정원이 수집·작성·배포하는 정보의 범위에서 국내 보안, 대공, 대정부 전복 관련 정보를 제외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공수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한다면 누가 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걱정이 많습니다”

“대공수사가 무엇입니까? 나라를 지키는 수사 아닙니까? 대안도 없이 대공수사를 포기하면 누가 간첩을 잡습니까? 그런데 별다른 대안도 없이 갑자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겠다고 하는 개정안이 제출되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정보기관들에는 그 직무특성상 공과 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보기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공에 대하여는 나라를 더 튼튼히 지키도록 격려하고, 과는 철저히 가려내어 환부를 도려내면 될 일입니다. 결국 대공수사기능 자체를 없애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하기도 어렵겠지만, 나라를 지키는 일에 경솔한 판단을 해서는 안됩니다”

보수가치 옹호 글 등
페북 정치 나선 황교안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국정원이 발표한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황 전 총리는 퇴임한 지 6개월여가 지났지만 ‘페북 정치’를 통해 보수의 가치를 옹호하는 글을 올리며 꾸준히 언론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탄핵 정국에서 ‘보수의 기대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스스로 정치활동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자 보수 정치계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우 차기 보수 서울시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황 전 총리에 대해 “탄핵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절대 안 된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이끌만한 마땅한 리더가 없다보니 대안책으로 황 전 총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대공수사권 이관·폐지
책임론 ‘자유롭지 않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한 비판은 보수층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할 호기다. 하지만 동시에 여권과 진보층에게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과 폐지 여론이 커진 데는 황 전 총리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은 1961년 중앙정보부로 출발하여 1981년에는 국가안전 기획부, 1999년에는 현재의 국가정보원으로 명칭이 변경되고, 조직이나 임무도 바뀐 바가 있지만, 대공수사를 포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하며 민족민주혁명당 간첩사건, 일심회 간첩사건, 왕재산 사건, 황장엽 암살기도 간첩사건, 이석기 내란사건 등을 대공수사 성과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대공수사 성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정원 및 검찰에 의한 대공수사 조작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유우성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다. 이 사건은 황 전 총리가 법무부 장관 시절 2013년에 재판이 진행됐다. 

황 전 총리는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로 ‘국가보안법 권위자’로 알려졌다. 검찰과 국정원의 대공수사 협업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였다. 하지만 유우성 사건 당시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하고 검찰이 검증없이 수용해 재판 증거로까지 사용했지만 조작 사실이 드러난 이후 검찰 수사를 책임지는 법무부 장관이었지만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대공수사 조작 사례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유우성 씨는 2004년 탈북해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국내 체류 중인 북한이탈주민(탈북자)들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2013년 2월 기소됐다. 

중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북한이탈주민으로 인정받아 주거지원금, 정착금 등 총 8500여만원을 부정 수령하고 자신의 신분을 속인 채 발급받은 여권을 이용해 12차례에 걸쳐 중국, 독일, 등으로 출입국한 혐의를 받았다. 

당초 1심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과 여권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무죄가 선고된 유 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유 씨의 출·입경기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변호인 측이 제출한 출입·경기록과 다른 내용이 기재돼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 항소심 재판부는 중국 정부에 진위 확인을 위한 사실 조회를 요청했고, 중국 측은 주한중국대사관을 통해 검찰 측 문건 3건이 모두 위조됐다는 회신을 보내면서 증거조작 파문이 일었다. 

2심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는 대신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 등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 유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여 원을 선고했다. 

지난 2015년 10월 29일 대법원에서는 유 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유 씨에게 적용된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 및 형법상 사기, 여권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해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증거조작 혐의가 드러나 기소된 국가정보원 소속 김모 과장은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또 김 과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 처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확정 선고하고 대공수사국 소속 권모 과장, 이인철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에게 벌금 7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정원 협조자’ 조선족 두 명에게는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차기 서울시장부터 
대통령 후보까지


황교안 전 국무총리 페이스북에는 지금도 그를 지지하는 많은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를 넘어 ‘차기 대통령’으로 지칭하는 지지자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치활동에 대한 분명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만큼 ‘숟가락 얹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치활동에 대한 확실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서 각종 이슈 때마다 언론에 등장해 여론에 편승한다는 얘기다.

황 전 총리는 지난달 9일 제55주년 소방의 날을 맞아 페이스북에 “소방의 날에 즈음해 ‘국민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한다”며 글을 올렸다. 

당시 황 전 총리는 “요즘 국민 안전에 관한 관심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어 안타깝다”며 쓴소리를 냈다. 이어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가 한창일 때 국무총리로 취임했다”며 “급박한 상황이어서 취임식도 미룬 채 메르스 현장으로 달려가 총리 업무를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황 전 총리는 “국민 모두의 협력으로 메르스는 종식됐다”며 “이를 계기로 안전총리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전국의 안전 현장을 챙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안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소홀히 하거나 방심할 수 없는 일”이라며 “어느 정부든 최선을 다해 지켜내야 할 핵심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황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정치 참여 여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칫 지난 대선 과정에서 태풍처럼 불었다 사라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길을 따르는 건 아닐지 우려하는 사람도 많은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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