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10월 23일 시작된 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동안 회생이 어려운 말기·임종기 환자 7명 대해 연명의료 유보·중단 등이 이뤄졌다. ‘연명의료’란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에게 제공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의미하는데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응급상황에서 이 같은 연명의료를 받지 않거나(유보), 현재 받고 있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된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내년 2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논란이 많은 만큼 해당 법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모든 환자가 연명의료결정법 적용받는 것 아니야…
시범기간 연명의료 중단 선택자 7명 중 환자 선택 2건뿐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3일부터 시작된 ‘연명의료결정’ 시범사업에 따라 한 달간 7명에게 연명의료 유보·중단이 이행됐지만 이들 중 본인 의사로 연명의료를 유보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사람은 단 2명뿐이다.

나머지 5명은 환자의 가족이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대신 결정했다. 현실적으로 임종기에 접어들면 환자가 스스로 연명의료 유보·중단 의사를 나타낼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되더라도 이처럼 환자 본인의 선택보다는 환자 가족에 의한 결정이 우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환자에게 선택권
주기 위해 도입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된 것은 환자의 생명을 경시해서는 안 되지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다.

인공호흡기, 혈액투석기 등의 장치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다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것 대신 임종 전까지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둔 것이다. 이미 유럽과 싱가포르 등에서는 환자의 가정을 의료진과 종교인, 사회복지사 등이 방문해 임종까지 기본적인 치료와 돌봄을 돕는 가정형 호스피스 제도가 도입돼 운영 중이다.

다만 이제 막 첫 발을 뗀 만큼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앞서 활발한 논의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명의료는 현재 환자의 요청에 따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이 연명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거나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을 때는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을 통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의료인이 절차나 요건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 7년 이하의 자격정지 등에 처해질 수 있다. 위반사항은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연명의료중단을 이행하는 것 외에도 기록 허위 작성, 정보 유출, 기록 미보존, 주의감독 의무 위반 등 다양하다.

현행법에는 말기·임종기에만 연명의료계획서를 쓸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말기·임종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환자가 이미 의식불명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환자의 선택권을 위해 계획서 작성시점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현행법에는 연명의료 시술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인공호흡기 착용 등 4가지로 한정돼 현실적으로 말기 환자의 사용이 많은 ‘에크모(ECMO·체외막 산소화 장치)’나 승압제 등 약물 투여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복지부는 여러 개선사항에 대한 의견을 듣고 논의 후 내년 법 시행에 앞서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연명의료 유보·중단은
무의미한 의학적 시술 ‘그만’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과 맞물려 안락사 합법화 논란도 뜨겁다. 일각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 안락사 합법화 길도 열리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연명의료 유보·중단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치료효과 없이 임종기간만을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시행하지 아니하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을 의미한다. 환자의 생명을 단축하는 시술을 시행하거나 물·영양·산소의 단순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만큼 안락사와는 다르다.

연명의료를 유보 또는 중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사 2인의 의학적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환자 스스로 임종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을 할 수 없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용어 사용에 대한 정립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안락사’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사망을 위한 방법과 시기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명의료중단등결정과는 다르다.

‘존엄사’는 사망하는 사람의 존엄성 확보를 목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하지만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이 전제된 환자에 대해 제한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을 인정하는 연명의료중단 등결정의 이행과는 구별된다.

이 밖에 ‘행복한 죽음’이라는 뜻을 지닌 ‘웰다잉’은 유언 작성, 장례 절차 준비, 유산의 상속 및 기부 등을 포함하여 임종 문화에 관한 포괄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응급·뇌사 환자 등
연명의료결정법 제외


모든 환자가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상황에서의 응급환자, 집에서 사망하는 환자 등은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판단을 받고,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이행하고자 하는 환자가 아닌 경우라면 의료법, 응급의료법 등 관련법에 의한 일반적인 원칙을 따르면 된다.

또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인지 여부나 통상 뇌사상태라고 지칭하는 환자인지 여부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이 아니다. 어떠한 상태의 환자라 하더라도, 연명의료결정법 제 16조에 따라 오직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인이 해당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환자의사 확인을 거쳐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한편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전이라 하더라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연명의료 시범사업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돼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시범사업 기관이 아닌 곳에서 작성된 사전의료지시서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효력을 갖지 않는다. 다만,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에 있는 경우 환자가족 2인 이상이 환자의 의사를 진술할 때 그 증거자료로 확인할 수는 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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