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됐으면 차라리 ‘갈라서라’는 게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국민의당 내홍을 보고 한심해서 하는 말이다. 서로 막말을 해대가며 설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국민의당 의원들 사이에서 “이게 당이냐”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오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공당의 일원일진대, 상대방을 겨냥해 하는 말들이 너무나 천박하기 짝이 없다. 국민들이 지난 총선에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들에게 제3당의 지위를 부여했는지 의문이 갈 정도다. 정체성 다른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찬성하는 쪽을 향해서 ‘젖 좀 떼라고 이유식을 사가야겠다’고 비꼰 전직 당 대표나, 이에 대해 ‘사왔다’며 이유식을 꺼내드는 모습을 연출한 한 최고위원의 작태가 정말 유치하기 그지없다. 이게 어디 나라 법을 만드는 의원들의 입에서 나올 소리들인가. 
이럴 거면 뭐 하러 아까운 시간 낭비하며 ‘끝장토론’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같은 당에 몸담고 있는 동료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이나 주고 어쩌다 의원회관이나 의사당 복도에서 마주치면 소 닭 보듯 지나간다고 하니 황당하다 못해 가련할 노릇이다. 
국민의당은 사실상 창당 때부터 두 가족이었다. 그동안은 서로가 필요해 할 수 없이 동거했지만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그 진면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말로만 아르렁대다가 지금은 행동으로 쌍방의 세를 과시한다.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당 지도부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정책연대협의체를 본격 가동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반면 통합 반대파는 평화개혁연대를 출범해 바른정당과의 통합 중단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전개하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굳이 같은 당에 있을 이유가 없다. 차라리 깨끗이 갈라서는 게 서로를 위해서도 낫다.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자명하다. 우선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양쪽 접점이 없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창당 때부터 그랬다. 
애초에 만남 자체도 잘못됐다.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그저 선거공학적인 계산으로 뭉쳤을 뿐 양측의 갈등은 이미 예고돼 있었고, 그것이 이번에 폭발한 것이다. 갈등 폭이 위험수위를 넘었다. 그렇다면 한 지붕에서 볼썽사납게 티격태격할 게 아니라 헤어짐에도 익숙하지 않은가.   
갈라서라고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게 다당제 안착에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지금도 국민들이 지난 총선에서 다당제를 지지했다고 확신하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념이 같은 동지들끼리 뭉친다는 명분도 지킬 수 있다. 호남 중심의 통합반대파도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를 매개로 호남지역에서 일정한 지분을 확보해 또 다른 ‘제3당’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손해 볼 일만도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당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어 보인다. 영혼도 없고 정체성도 없이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는 바른정당은 지금 한국당과의 통합도 염두에 두고 양다리를 걸쳐놓고 있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곧 한국당과 통합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낼 것이다.때문에 국민의당은 이제 분당을 전략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거의 신앙과도 같은 다당제 안착을 위해서라도 국민의당은 통합 반대파와 헤어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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