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집권한 지 한 달도 채 못 된 6월 8일 MBC 김장겸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다음 날 KBS 고대영 사장 퇴진도 들고 나왔다. 두 공영방송 사장들은 임기가 남아있으며 물러나야 할 허물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의당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사람을 일거에 교체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진보좌파 코드에 맞는 사람을 사장으로 들여앉히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부당한 간섭이고 공영방송 장악 기도이다.
  새 정부의 방송장악 획책은 폭로된 민주당 전문위원실의 음습한 각본을 통해 드러났다. 이 방송장악 각본에 따르면 공영방송 야당측 “이사의 부정·비리를 부각시켜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치권이 나설 경우 언론탄압이라는 역공 우려가 있다”며 “방송사 구성원 중심으로 사장·이사장 퇴진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새 정권은 민주당의 각본 처럼 ‘구성원’인 노조, 방송통신위원회,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을 통해 지도부 교체를 강행한다. ‘사장·이사장 퇴진 운동 전개‘를 위해 노동부·검찰·감사원까지 동원한다. 감사원은 이례적으로 방송사 이사진의 법인 카드 부당 사용에 대해 감사했고 검찰은 MBC 사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방문진은 정부와 여당이 추천한 2명의 이사를 보강해 다수결로 MBC 사장을 해임했고 고영주 이사장도 불신임 결의로 내쳤다. 노동부는 MBC에 대해 특별 근로 감독에 들어가 사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KBS 노조원들은 보수편향 이사를 내쫓기 위해 그의 소속 대학까지 찾아가 사퇴를 압박, 관철시켰다. 노조로부터 사퇴를 강요당하고 있는 이인호 KBS 이사장은 KBS 노조가 “새 정권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한다”고 개탄했다. 
  공영방송 장악 작태는 치졸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의 방송장악 각본처럼 ‘야당 측 이사의 부정·비리를 부각’시키고 ‘방송사(노조) 중심으로 사장 퇴진 운동’을 밀어붙인다. 아시아 최고의 민주국가라는 나라에서 아프리카 후진국만도 못한 추한 짓들이 자행되고 있다. 16년 전 친북좌편향 김대중(DJ) 정부가 햇볕정책을 비판하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을 길들이기 위해 자행한 세무 조사와 천문학적 탈세 추징금 부과를 연상케 한다.  
  당시 조선·동아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DJ 정권의 국세청은 신문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고 2001년 6월 29일 6개 신문사들에 견디기 어려운 천문학적 추징금을 부과했다. 조선일보 864억 원, 동아일보 827억 원, 중앙일보 864억 원을 각기 탈세혐의로 추징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비판언론에 대한 청부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김병관 동아일보 전 명예회장 부인 안경희 여사는 그 해 7월 세무조사로 친인척들이 소환되자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이어 검찰은 8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김병관 동아일보 전 명예회장, 조희준 국민일보 사장 등을 구속했다.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은 재판정에서 신문사 세무조사는 “적법으로 포장된 언론탄압”이라고 항변했다. 당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김대중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사 소유주를 구속한 건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람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비난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도 DJ에 대한 기대가 “환멸로 바뀌었다”고 적시했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졸렬한 공작도 DJ 경우처럼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환멸’로 바꿔간다. 새 정권은 공영방송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게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요건이고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촛불 민심’임을 직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누구 보다 앞서 자유를 존중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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