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선진국들에서는 동성결혼 이미 합법화
2300만 호주 인구 중 사실상 10% 동성연애자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사스키아와 렌은 둘 다 여자이며 호주 대륙 남서쪽 연안의 대도시 퍼스에서 사내 아이 둘을 키우며 사는 부부다. 이 두 사람이 보기에 동성(同性) 결혼을 허용하는 쪽으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은 과거 동성결혼을 관용하던 것에서 그것을 수용하는 쪽으로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다. 사스키아는 “결혼 평등이 없으면 세상은 우리를 계속 분리하고 다르게 취급한다. 세상은 우리를 열등한 존재로 보며, 화젯거리로 삼고, 공격 대상으로 삼으며, 바로잡아야 할 어떤 것으로, 비웃음을 보낼 뭔가로, 두려운 어떤 것으로, 자녀들에게 그렇게 되지 말라고 말릴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일단 결혼평등이 이뤄지면 그런 수준의 편협함은 유지될 수 없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WSNWR)가 최신호에서 밝혔다. 사스키아가 말하는 ‘결혼 평등’은 이성(異性) 결혼과 동등하게 동성 결혼을 사회가 용인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이 옳다는 것이다.

호주 법률이 지난달 14일 동성결혼 허용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뎠다. 국민투표 결과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호주 통계청(ABS)은 61.6%가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했고 38.4%가 반대했다고 발표했다. ABS는 모든 주와 지역에서 찬성이 다수였으며 호주 유권자 가운데 79.5%가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이번 우편 조사는 호주의 혼인법률 개정에 대한 최종적인 고려 쪽으로 호주 국회의원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이미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많은 선진국의 대열에 호주를 합류시키게 된다. 관측통들은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법률 개정은 호주에 경제 호황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호주·뉴질랜드 은행그룹(ANZ)에서 나온 한 보고서는 동성결혼 합법화로 인한 이득이 연간 근 10억 호주달러(약 8400억 원)라고 예상한다. 세계에서 20여 나라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호주 노동당 소속 페니 웡 상원의원은 이번 우편투표는 호주정부가 얼마나 호주국민과 보조를 맞추지 않아 왔는지를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2016년 실시된 인구조사에 따르면, 호주 인구는 2340만 명이며, 호주 사람들은 점차 고령화하고 덜 종교적이 돼 가며, 출생국가는 거의 200개국에 달한다. 이 인구조사에서 파악된 동성 부부는 4만7000쌍으로, 이는 2006년의 2만6000쌍보다 81% 증가한 것이다. 호주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통틀어 호주 전체 인구의 최대 10%가 동성연애자일 수 있다.

말콤 턴불 호주총리는 이제 동성결혼 문제를 매듭 지을 의회 표결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국민투표는 그가 선거과정에서 약속한 사안이다. 이제 공은 의회로 넘어갔다. 집권당인 호주자유당의 딘 스미스 상원의원은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을 기초(起草)했다. 스미스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나는 의회에서 자유투표를 하자고 주장할 것”이라며 “우리는 동성결혼과 종교적 자유를 갖게 될 것이며 그 때문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호주 의회는 당시 총리 존 하워드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일로 결혼을 더 좁게 정의한 혼인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여러 호주 주(州)들이 수차 그 결정에 도전했지만 그때마다 호주 대법원은 연방 법률이 우선이라며 주 정부의 결정을 뒤집었다. 이번 국민투표를 앞둔 준비과정에서 호주인들 사이의 깊은 분열이 드러났다. 우편투표 선거운동이 그런 분열을 특히 부각했다. 동성결혼 반대자들은 꽃장수 및 빵장수와 같은 서비스 제공자들이 동성 결혼식을 거부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차별금지법에 예외조항을 더 두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결혼을 남자와 여자 사이의 일로 규정하도록 촉구하는 로비 단체인 ‘결혼을 위한 연합’의 간부들은 종교적 자유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동성결혼을 용납하는 것은 어린이들을 위한 종교교육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니 애벗 전 호주총리는 캔버라의 기자회견에서 “종교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에 대해 당신이 우려한다면 반대 투표하라”면서 “그리고 만약 당신이 정치적 공정(여성·흑인·소수민족·장애자 등의 정서나 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에게 상처 주는 언동을 배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반대표를 던져라. 왜냐하면 반대투표는 정치적 공정이 궤도를 달리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동성연애자인 웡 의원은 상원 의사당에서 토론이 정중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종류의 가정이 최선인가, 어떤 종류의 가정이 좋은가, 그리고 내 가정은 왜 좋지 않은가”에 관한 발언들 때문에 기분이 상한다고 말했다. 웡은 “호주기독교로비(ACL)는 우리 아이들은 훔쳐진 세대라고 묘사했다”며 “당신은 담합하는 순간에 대해 말하는가? 그것은 담합하는 순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은 그런 종류의 증오에 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ANZ의 선임 분석가들인 셰렐 머피와 맨딥 카우라는 최근 작성한 연구메모에서 호주의 결혼평등은, 3만3000쌍으로 추정되는 호주 동성부부 가운데 절반이 결혼한다고 치더라도 결혼식에 관련된 추가지출 비용에서만 약 5억 호주달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들은 동성결혼 합법화의 첫 해에 경제에 생기는 이득이 10억 호주달러가 넘을 것이라면서 동성 결혼식 붐은 “호주경제에 신선하고도 매우 필요한 수요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 애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포드, 제너럴일렉트릭, 골드만삭스, 맥도널드, 마이크로소프트 등 쟁쟁한 기업 836곳이 합동으로 공개서한을 내고 결혼평등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서한은 “결혼평등이 단지 진정으로 공정한 유일한 방안일 뿐 아니라, 그것은 또한 행복한 직원이 생산적인 직원임을 감안할 때 건전한 경제적 방안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 세계적 기업들에 “계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전 세계에서 최고 인재를 유지하려면 모두를 위해 공정하고 존경받는 환경을 창출하라”고 촉구했다. 호주 국영항공사인 콴타스항공의 앨런 조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결혼평등을 다룬 CEO 원탁회의에서 “나는 호주사람이어서 자랑스럽지만 동성연애 호주사람이어서 자랑스럽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는 여성 투표권을 허용한 최고 국가들 가운데 하나지만 “우리의 진보적인 성격은 이 문제에서 실종됐다”고 말했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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