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불씨 여전히 남아 내년 3월 주주총회에 관심

두 수장의 공동경영 ‘인사 문제’로 불협화음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KTB투자증권의 권성문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인사 문제와 이 부회장의 지분 매입 등으로 두 사람 간 불협화음이 일기 시작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4일 서울 강남 팔래스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권성문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 최석종 사장 등 3인의 공동대표와 사외이사인 김용호 김앤장 변호사, 임주재 김앤장 고문, 이훈규 법무법인 원 고문, 정기승 전 현대증권 감사 등 KTB투자증권 이사진 7인이 참여했다. 이번 긴급 이사회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됐다는 지적이다.
 
불화 발생 이유는
 
권성문 회장은 지난해 수백억 원대 적자 성적표에 고심하던 중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병철 부회장을 선임했다. 그런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며 분쟁설이 퍼지기 시작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이병철 당시 다올인베스트먼트 사장이 KTB투자증권 주식 5.81%를 장내 매수했다는 공시가 게재됐다. 이후 권 회장은 이 부회장과의 공동경영체제를 선언하며 KTB투자증권을 대체투자 전문 증권사로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이 부회장은 공식 취임한 후 지난해 8월 쇄신인사를 단행하면서 KTB투자증권의 개선에 나섰다. 다만, 증권업계는 두 수장의 공동경영이 인사 문제로 급격히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고 풀이한다.
 
이 부회장의 제안으로 영입된 전 경영관리본부장을 권 회장이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보직을 변경시킨 일이 발생했다. 전 경영관리본부장이 권 회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자 권 회장은 보직을 변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권 회장은 이 부회장에게 러브콜을 보냈을 당시 경영권에서 단계적으로 손을 떼기로 약속했지만 권 회장이 이 부회장이 영업한 인사를 변경하는 등 경영권을 쥐고 놓지 않자 이 부회장은 불만을 제기했고, 이로 인해 두 수장의 관계 불화로 이어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한다.
 
특히 권 회장은 지난 8월 권 회장의 개인회사 직원 폭행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그는 특가법상 횡령·배임 및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이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본사 사무실과 도곡동 자택까지 압수수색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 KTB투자증권 보유 지분이 5.8%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장내 주식을 사들여 지난 9월 16.39%(보통주 기준)를 보유한 2대주주에 올라섰다. 최대주주인 권 회장의 지분 21.96%과의 차이가 5.57% 밖에 나지 않는다. 지난 1년간 권 회장이 20%대 지분율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이에 KTB투자증권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 다툼설’은 더 이상 ‘설’이 아닌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재점화 가능성 높아
 
한편 이번 긴급 이사회는 권 회장이 경영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됐으나 KTB투자증권 측은 “긴급 이사회에서 특별한 안건 결의는 없었다”며 “최석종 사장이 이사회에 경영 현황을 보고하고 원만히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경영권 분쟁이 일단 봉합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분쟁은 언제든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2018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을 건 표 대결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권 회장이 선임한 이훈규 사외이사의 임기가 2018년 3월 만료돼 경영권 확보에 가장 중요 역할인 신규 임원 추천을 두고 다시 두 수장의 싸움이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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