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적 생명을 걸고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당 대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장에서도 양당제로 회귀를 막고 제3지대에서 다당제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당 대표로서 최대 과제라며 ‘통합’을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당내 박지원·정동영·천정배 등 호남 출신 중진의원들은 ‘당을 망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통합하기 전 ‘분당위기론’도 나오고 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대다수 의원들은 통합에 반대하고 있지만 김동철·김관영·주승용 의원은 ‘조건부 통합론’을 전제로 찬성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3인은 ‘전략가’로 알려진 김한길 전 대표와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막후에 김 전 대표가 ‘코치(자문)’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安·‘바른당 통합' 추진 막후… 김한길 ‘지목’
- 2012 대선 후보직 사퇴-2017 TV토론 ‘MB아바타론’ 비선론

 
전북 군산이 지역구인 재선의 김관영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당내 대표적인 통합파 인사다. 김 사무총장은 바른정당과 통합 관련 의견을 묻는 언론사 전수조사에서 호남 출신 지역구 의원 중 통합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표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중도 세력 결집’과 ‘지방선거 승리’, ‘수권정당으로서 기틀 마련’을 들어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김 의원은 바른정당과 중도통합을 한 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연대를 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다.
 
김동철·주승용·김관영
권은희 ‘통합파’ 공통점
 

반면 전남 여수을 4선의 주승용 의원은 ‘즉각 당대당 통합’보다는 ‘단계별 통합론’을 주장하고 있다. 주 의원은 국민의당이 소수정당이라는 한계를 들어 바른정당과 통합을 하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1차적으로 정책연대를 해 성공하고 2차적으로 지방선거에서 선거연대를 통해 승리를 가져온다면 통합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11월 29일 정책협의체를 출범시켰다.
 
광주 광산갑 4선인 김동철 원대대표도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11월 7일 바른정당과의 통합문제와 관련, “지금은 양당이 정책연대를 통해 굳건한 신뢰를 구축하는 게 먼저지만, 분명 양당 간 통합의 때는 온다”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그때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만의 통합이 아니라 통합을 바라는 또 다른 수많은 정치세력과 함께하는 대통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3인 모두 김한길 전 의원과 친분이 깊은 사이다. 주승용·김관영 의원은 국민의당 내 몇 안 되는 ‘김한길계’로 알려진 인사다. 김동철 의원은 김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해 안철수 신당창당을 주도할 당시 광주 출신 중 ‘1호 탈당’을 하면서 서로 신뢰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선의 광주 광산을 권은희 의원 역시 범통합파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2015년 연말에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 광주 지역 탈당 3호로 기록됐다. 당시 김 전 의원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해온 10여 명의 인사 중 한 명이다.
 
최근 선거법 위반으로 최근 의원직을 박탈당한 국민의당 최명길 전 의원 또한 바른정당과 통합을 주장했던 인사다. 최 전 의원은 김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공보특보로 직접 발탁해 정계에 입문시킨 게 인연이 됐다. 최 전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에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을 위해 도울 일을 찾아 하겠다”고 적극적인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김한길, “안철수 ‘비선’은
말을 잘 듣는 사람”
 

김 전 의원과 친분이 깊은 인사들이 바른정당 통합에 전면으로 나서면서 ‘반대파’인 호남 중진의원들은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해 통합파 배후에 김한길 전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김 전 의원의 정치 이력을 보면 2007년 이후 민주당의 통합과 분당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6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됐으나 2007년 2월 집단 탈당을 추진해 중도개혁통합신당→중도통합민주당→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한 바 있다. 한 해에 당적을 4번이나 옮기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이후 김 전 의원은 2013년 민주당 당대표에 올랐지만 이듬해인 2014년 3월 26일 새정치연합 창당을 주도하던 안철수 대표와 합당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어 공동대표에 올랐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2016년 1월 초에 안 대표에 이어 당을 탈당하면서 현 국민의당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김 전 의원은 통합과 분당을 주도한 배경에는 친노·운동권으로 대변되는 문재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었던 게 주 원인이었다.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워 온 안 전 대표와 손을 잡은 배경이기도 하다. 안 대표와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수도권 야권 연대를 주창하면서 사이가 불편해졌지만 2015년 조기 대선을 맞이해 안철수 캠프에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참여하면서 관계는 다시 복원됐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합당에 김 전 의원이 막후에서 자문을 하고 있다는 호남 중진들의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안 대표의 비선 논란에 대해 김한길 전 의원은 한 사석에서 “안철수 대표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상대방 말을 잘 듣는다는 말이 나온다”며 ‘비선’이 존재하기보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동감하는 인사가 곧 ‘비선’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가 당 공식 채널보다 비선에 휘둘리는 것은 이번뿐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멀리는 2012년 대선 초기 ‘박근혜 대세론’이 지속되면서 문재인 후보가 맥을 못 추는 사이 ‘깜짝 등장’한 안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1등을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지지율이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당시 안철수 진심 캠프는 ‘단일후보 여론조사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안 대표는 2012년 11월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직 사퇴’를 깜짝 선언했다.
 
당시 캠프 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는 저서를 내 “캠프 내 소통 부재와 비선 조직이 실패의 원인”이라며 그 비선 핵심으로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금 의원은 당시 “박 원장이 ‘이제 나의 목표는 내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조금이라도 상처가 적게 빼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전해들었다”고 회고했다.
 
2012 후보직 사퇴,
2017 TV토론 ‘박경철’ 지목
 

가깝게는 올해 치러진 대선과정에서도 ‘비선’논란이 불거졌다. 3차 대선후보 TV토론의 장이었는데 TV토론팀에서는 전날 없었던 안 전 대표의 발언 내용이 당일에 추가됐는데 바로 그 내용이 문 후보에게 던진 “내가 갑철수냐?”, “MB 아바타냐?”와 ‘홍준표 후보와 비대면 토론’ 3가지였다는 전언이다.
 
안 대표의 대선 패배에 따른 결과적인 평가지만 3차 TV토론은 안 대표가 3위를 하는 데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홍 후보는 “이게 무슨 초등학생 토론회도 아니고...”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캠프 내 TV토론팀 관계자는 추가된 발언으로 “강남 박경철 원장이 막후에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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