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내년 6월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청와대 발 ‘자출론’(自出論)과 함께 ‘출마설’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정가에서는 청와대 비서관급 이하 청와대 참모진이 내년 1~2월 예비후보 등록 전 최소 30명에서 최대 40여 명이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를 결심한 인사들은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거 출마설이 나오는 배경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지리멸렬한 보수 정당으로 인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 필승론’이 힘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청와대내 참모진내부의 ‘지방선거 승리가 곧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한다’는 명분도 한몫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청와대 발 출마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자.
 
  - 비서관급 포함 기초단체장·기초의원 대거‘자출’(自出)
- 靑, 문 대통령 ‘운명’ 걸린 지방선거 “다 건다”분위기

 
청와대 참모진들의 지방선거 출마설은 수석급 이상과 비서관급 이하로 나뉜 양상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서울시장, 조국 민정수석 부산시장, 이용섭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광주시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성남시장 등 출마설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
 
임 실장과 조 수석은 “출마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윤 수석 역시 성남에 자택이 있고 네이버 부사장 출신으로 네이버 본사가 분당에 있다는 점에서 출마설이 나오지만 본인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반면 재선 출신인 이 부위원장은 광주시장 출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지역 정가에서는 보고 있다. 이미 이 부위원장은 두 번 광주시장에 도전했다가 낙마한 경험이 있다.
 
반면 비서관급 이하 청와대 ‘어공’(어쩌다 공무원)출신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국회·캠프 출신들로 이뤄진 그룹으로 청와대 경력을 활용해 내년 지방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심산이다. 대표적인 인사로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53)이 있다. 박 대변인은 안희정 캠프 대변인을 맡은 바 있어 ‘안희정계’로 분류된다. 안 지사의 3선 도전이 변수지만 불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박 대변인이 조직을 이어받아 출마할 경우 유력한 충남지사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
 
청와대 내 ‘친문’,
‘비문’ 대결 구도까지

 
나소열 청와대 자치분권비서관(58) 역시 충남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나 비서관은 서천군수를 내리 3번 당선된 이력을 갖고 있어 내년 출마에 도전 의지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중 인지도 측면에서나 안 지사 측근이라는 점에서 박 대변인이 유리하지만 나 비서관이 민주청년회(민청) 초대운영위원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충남의 ‘친문’이라는 점에서 주류가 세게 밀 경우 경선에서 해볼 만 하다는 입장이다.
 
제주 출신 문대림 제도개선비서관(52)은 제주지사 출마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미 출마를 결심한 문 비서관은 지방선거 예비등록일인 내년 2월13일 전 비서관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의회 의장 출신이기도 한 문 비서관은 ‘힘 있는 여당 지도자론’을 내세워 출마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문 비서관은 제주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을 역임한 전대협 출신이다.
 
오중기 정책실 소속 균형발전실 선임행정관(50)은 경북지사 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청와대 입성을 끝까지 고민한 배경 역시 출마 때문이었다. 포항 출신인 오 선임행정관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경북지사 선거에도 출마한 바 있다. 18대~1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경북선대위 상임위원장을 역임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대구·경북 당직자 중에서 유일하게 청와대에 입성한 인사다. 전대협 멤버다.
 
박영순 제도개선비서관실 선임행정관(53)은 대전 대덕구청장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12월6일 민주당 조직강화특위는 대전 대덕구지역위원장으로 박종래 씨를 임명했다. 박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박 선임행정관과 친분을 이어온 사이로 지역위원장이 지방선거 후보 공천시 일정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박 비서관은 대전시 정무특보, 전 대덕구지역위원장 출신으로 1991년 전대협 부의장을 맡기도 했다.
 
김병내 정무수석실 행정관(46)은 광주 남구청장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영광 염산출신인 김 행정관은 강운태 전 광주시장의 16, 18대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으며 민선 5기 광주광역시 민원실장, 민주당 부대변인, 광주대학교 총학생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재수 농어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53)은 강원도 춘천시장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임행정관은 춘천 태생으로 강원고·강원대를 졸업했다. 춘천시의회 6·7·8대 시의원을 지냈으며 봄내생활협동조합 이사장과 춘천지역농업연구소장을 거쳐 19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정책센터 소장으로 활동했다.
 
이 선임행정관 외에도 강원도 출신으로 눈에 띄는 인사로 신동호 연설기록비서관(춘천), 여준성 행정관(원주), 탁현민 선임행정관(춘천), 김혜애 기후환경비서관(인제) 등이다. 신 비서관은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임종석 비서실장 1년 선배(85학번)로 전대협 문화국장을 지냈다.
 
김 비서관 역시 한양대 사회학과 85학번으로 임 실장 1년 선배이자 환경운동에 참여, 녹색연합 공동대표를 지냈다. 여 행정관은 김용익 전 민주당 의원실의 보좌관 출신으로 상지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이들은 임 실장과는 막역한 사이로 현재까지 지방선거 출마와는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한편 유행렬 청와대 자치분권비서관실 행정관(54)은 충북 청주시장 출마를 권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선임행정관은 2014년 지방선거 충북지사 선거캠프 기획본부장,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충북선거대책위원회 조직국장, 충북기업진흥원 사무국장 등을 지내며 정.재계는 물론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인맥을 형성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임 실장이 전대협 3기 의장을 할 당시 전대협 중앙위원을 지냈다.
 
20여명 출마, ‘절반 이상’
‘86 운동권’ 출신

 
강성권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부산 사상구청장 출마 결심을 굳힌 상황으로 내년 2월 전에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구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로 강 행정관은 당시 문 의원 부산지역 보좌관을 지냈다. 백두현 지방자치분권 행정관(52)은 경남 고성군수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출마 경험도 있는 백 행정관은 그동안 통영·고성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최근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됐다.
 
한편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의 부천시장, 권혁기 춘추관장의 서초구청장 출마설이 돌기도 했다. 국민대학교 선후배 사이이자 총학생회장 출신이기도 한 두 인사는 기초단체장보다는 총선 출마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방선거 차출론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상과 같이 청와대 비서관급 이하 인사들이 내년 기초단체장 이상 출마 예상자는 2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 전 정권의 분위기와 무관하게 그 숫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자출’이든 ‘차출’이든 출마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대국민 지지율이다. 현재처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달릴 경우 청와대 출마자는 더 늘어수밖에 없다. ‘출마=당선’이 확실하다면 전국 기초단체장 선거에 청와대 출신 인사 열명 이상 출마도 가능하다. 여기에 수도권 시도의원 출마 예상자까지 합칠 경우 최대 40명까지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청와대가 권력 게임에 빠지거나 권력에 취해 오만해진다면 지지율 거품이 지방선거 전에 꺼지고 ‘심판론’이 불어 역대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여당의 무덤’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도 청와대 차출론이 거세게 불면서 청와대뿐만 아니라 정부·공공기관장 수장들까지 대거 차출 출마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불출마’ 입장을 밝힌 임 실장뿐만 아니라 조국 수석, 심지어 김부겸·김영춘 등 현직 장관의 청와대 차출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로선 집권 1년 밖에 안된 상황에서 지방선거 패배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문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까지 걸렸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2018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재차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변화한 시대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며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개헌과 지방선거 승리를 동시에 잡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고 있다. 개헌이 되면 차기 대선은 2020년 총선 때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은 잔여 임기를 포기하는 대신 재선에 도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대선에서 또 승리할 경우 문 대통령은 7년 동안 집권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중차대한 지방선거를 두고 문 대통령은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도 임 실장 지방선거 출마관련 “현재는 99% 불출마지만 나머지 1%는 정치 상황에 따라 단정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文 정부 ‘지방선거’에
목숨 거는 이유

 
이럴 경우 문 대통령 대선캠프 구성원으로 청와대 참모진으로 입성한 이른바 ‘광흥창팀’ 인사들이 우선적으로 청와대내 차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임 실장을 비롯해 조한기 의전비서관,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신동호 연설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한병도 정무비서관, 이진서 사회정책비서관, 오종식 정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김종천 비서실장실 선임행정관 등으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출마 경력을 갖고 있다.
 
한편 청와대 지방선거 출마관련 11월6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운영위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출마 관련 어떤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며 불출마 입장을 거듭 밝혔다. 또한 청와대 일부 참모진의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해 본 적 없고, 일부 그런 계획을 갖고 계신 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공식적으로 파악해 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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