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재보선, ‘서울 2곳 확정·재판중 17곳’ 전국 최대 ‘20곳’까지도…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제7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역대 그 어느 지방선거보다 복잡하고 치열할 전망이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와 재·보궐 선거를 동시에 치르기로 결정되면서다. 이미 두 곳의 재보선이 확정됐다. 현재 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은 17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의원직 상실이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배지를 내려놓을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재보선 지역 숫자는 20곳을 넘길 수도 있다. 이 중 거물급 인사들의 등판 가능성이 예상되는 지역도 있다. ‘미니 총선급’ 재보선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 선관위 “2017.4.9 ~ 2018.5.14 사유 발생 시 지방선거 때 재보선”
- 현역 후보군… ‘배지, 경선 때 던지느냐 본선 때 던지느냐’ 관전 포인트

 
내년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재보선 규모가 예년에 비해 커지면서 ‘미니 총선’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거물급 인사들의 등판 가능성도 점쳐지면서다.

재판 中인 의원 17명…
재보궐 후보군 하마평 ‘무성’
 

이미 서울에서만 두 곳의 재보선이 확정됐다. 안철수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일찌감치 보궐선거가 예약된 서울 노원병에 이어 지난 4일 당선무효형 판결을 받은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의 지역구인 송파을도 재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위 두 곳 외에도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즐비하다. 현재 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이 17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들 중 항소심까지 당선 무효형을 받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의원이 4명이다. 아직 1심이지만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의원도 3명이다. 재판의 속도에 따라 재보선 지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자유한국당에서는 권석창(충북 제천·단양) 의원이 불법선거운동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박찬우(충남 천안갑)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되면서 당선 무효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당에서는 박준영(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았다. 송기석(광주 서구갑) 의원의 경우 회계책임자가 불법 선거비용을 쓴 혐의 등으로 2심까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200만원형이 유지됐다.
 
반대로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의원들도 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강원 춘천시)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200만원벌금형이 내려졌지만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철규 한국당 의원(강원 동해·삼척시)은 허위로 학력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 원,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보수 강세 송파을,
‘공천 파동’ 후 민심 변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재보궐 지역으로 지정됐거나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후보로 뛸 인사들의 하마평이 줄을 잇고 있다. 먼저 지난 4일 재보궐 선거가 확정된 송파구을은 안희정 충남지사의 출마가 점쳐진다.
 
안 지사가 도지사 3선 보단 ‘재보궐→당 대표 경선→대선’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예측이 힘을 받는 가운데 송파을이 거론되는 것이다. 물론 안 지사 입장에선 지역기반인 충남 지역이 ‘꽃길’임은 분명하지만 정치적 비중을 고려할 때 서울 지역이 ‘큰 그림’을 그리기에 적합하다는 논리다.
 
자유한국당에선 홍준표 대표와 송파을 당협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이 거론된다. 다만 홍 대표가 최근 대구를 찾아 “대구에 당협위원장 자리가 2개 비어 있다”며 “연말에 조직 개편을 할 때 (두 곳 중 한 곳의) 당협위원장 자리에 신청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송파을보다는 한결 수월한 대구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반대로 김 의원의 경우는 이번 최명길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호기’로 보고 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저희가 당협위원장을 받을 때는 송파에 올인한다는 생각으로 한 것이니까 (재보궐 출마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거의 1차적으로 당협위원회를 정비해서 어느 정도는 (지역을) 만들어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파을은 지난 17·18·19대 총선에서 모두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승리를 차지했을 만큼 보수 정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최근 20대 총선에서 ‘공천 파동’을 겪으며 민심에 변화가 생겼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당시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인 유영하 변호사를 송파구을에 공천하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김영순 전 송파구청장과 채현 후보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김무성 의원의 소위 ‘옥새투쟁’으로 인해 새누리당은 해당 지역에 공천을 하지 못했고 결국 김 전 구청장 등은 무소속 후보로 선거에 나섰다. 새누리당 발 ‘공천 파동’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최명길 전 의원이었다. 당시 정치 신인에 가까웠던 민주당 소속 최명길 후보는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44%에 달하는 득표율을 올리며 당선됐다. 이로 인해 송파을 지역은 보수 정당 진보 정당 어느 쪽 후보가 유리하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지역이 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역 지방선거 출마자 多
서울/경기/경북 등

 
한편 유죄 확정에 따른 의원직 상실 지역구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배지를 내려놓을 현역 의원들까지 고려하면 재보선 지역 숫자는 최대 20곳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에는 국회의원이 의원직 사퇴 없이 지방선거 출마가 가능했으나, 현재 공직선거법에서는 ‘국회의원이 지자체장 선거에 입후보한 경우 선거일 30일 전까지 의원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제53조 2항에 명시돼 있다.
 
아울러 재보궐 선거는 매년 4월에 치러졌지만 이번에는 6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예외적으로 4월이 아닌 6월에 치러진다. 따라서 현역의원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선거가 치러지는 6월 13일로부터 30일 전인 5월 14일 이전에 내려놓게 되면 그 지역구의 재보궐선거는 2019년 4월이 아닌 불과 한 달여 뒤 지방선거 때 같이 치러진다.
 
선관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7년 4월 9일 이후부터 2018년 5월 14일까지 사유가 발생할 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5월 14일 이후 사유 발생 시에는 2019년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진다”고 말했다.
 
일단 자유한국당에선 텃밭 경북을 비롯해 영남지역에서 출마를 저울질하는 현역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당의 무혈입성이 예상되는 경북지사 선거에는 현역인 이철우 의원과 김광림 의원의 양강 구도가 예상된다. 두 의원은 최근 경북지사 선거 출마 의지를 확고히 했다.
 
김광림 의원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경북지사 출마 여부와 관련 “거의 마음을 먹었다”며 출마를 시사했다. 김 의원은 “개인적으로 정치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 고민을 하며 좋은 모습으로 하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도지사를 하며) 2년 더 봉사하고 심부름도 하며 잘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이철우 의원 역시 정기국회가 끝나는 이달 중순 경북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할 방침이다. 특히 이 의원은 최고위원 및 국회의원직과 당협위원장 등 세자리 동시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높은 당 지지율에 힘입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현역의원들이 앞 다퉈 광역단체장 선거에 뛰어들 태세를 보이고 있다. 또 전통적 불모지로 통하던 영남지역의 경우 현역의원이 출마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당내 여론에 따라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현재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물망에 오르는 인사 중 현역의원은 10명을 훌쩍 넘어서는 상황이다.
 
여권 내 서울시장 후보군만 보더라도 현역 의원들이 즐비하다.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고공비행을 계속하면서 민주당 내에선 “공천이 곧 당선”이라면서 자천타천 후보만 10명 가까이 된다. 지금까지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했거나 출마가 유력한 인사는 박영선·민병두·우상호·추미애·이인영 의원이다.
 
차기 경기도지사 민주당 경선 후보로 거론되는 전해철 의원 역시 현역이다. 전 의원은 이재명 성남시장, 양기대 광명시장 등과 함께 더민주 내 내년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 유력 주자다.
 
이처럼 현역 의원들이 지방선거 출마자로 하마평에 오르자 정치권은 이들이 ‘배지’를 내려놓는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경선과 본선 중 언제 의원직을 내려놓느냐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당내 경선이 선거일 30일 이전에 모두 끝나기에 후보들 입장에선 굳이 의원직을 내려놓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경선 때부터 의원직을 내려놓고 배수진을 친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는 극명히 대비될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와 유권자 입장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같을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현역 의원들 입장에선 경선에서 배지를 던졌음에도 후보로 선출되지 못할 경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게 되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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