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각종 불법 정치 관여 전모 밝혀줄 ‘키맨’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이명박 정부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지난 5일 검찰에 출석해 18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적부심 심사로 풀려나면서 자칫 힘이 빠질 뻔한 검찰이 김 전 비서관 수사로 댓글공작 수사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 수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밝히려 하고 있다. 만약 연결고리가 밝혀진다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 댓글 공작 관련 당시 청와대 관계자 첫 소환
연결고리 밝혀지면 MB 직접조사 불가피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의 검찰 조사가 주목 받는 이유는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관계자를 공개 소환한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정치 관여 수사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국방부 연결고리
 
김태효 전 비서관은 지난 5일 검찰소환 당시 서울중앙지검 출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있는 대로 사실관계에 따라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또 ‘댓글공작에 관여했느냐’는 질문에 “조사실에 들어가서 말할 것이고, (취재진에게는) 나중에 정확하게 확인하고 말하겠다”며 “자세한 내용을 미리부터 여기서 토론할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이 청와대와 국방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군 사이버사령부 관련 지시를 하거나 보고를 받을 때 김 전 기획관이 배석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이 군 심리전단 증원 등에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당시 관련 회의에서 김 전 비서관이 ‘우리 사람을 철저하게 가려 뽑아야 한다’는 취지의 ‘VIP(대통령) 강조사항’을 군 관계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김태효 전 비서관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까지 만났던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이 전 대통령의 측근과 나눈 문자가 발견됐다. 측근과 나눈 문자 내용에는 최근 김 전 비서관과 이 전 대통령이 서로 만난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8일 김 전 비서관의 성균관대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문건 등을 확보한 바 있다.
 
이명박 외교안보 전략통
 
검찰은 김태효 전 비서관을 이명박정부의 댓글공작을 비롯한 각종 불법 정치 관여 전모를 밝혀 줄 ‘키맨’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전 비서관이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비서관은 이명박정부였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외전략비서관과 대외전략기획관을 지냈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이었던던 그는 ‘소통령’ ‘소년책사’ ‘외교 과외교사’ 등으로 불렸다.

김 전 비서관과 이 전 대통령의 인연은 2004년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낼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 전 비서관은 외교통상부외교안보연구원 교수로 이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자문을 맡았다. ‘소년 책사’라는 별명은 이때부터 따라 다녔다.

이후 성균관대 교수를 거쳐 2007년 대선 때 이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캠프에 합류했다. 캠프에서 이 전 대통령은 훗날 ‘5인회’로 불린 외교안보팀을 구성했는데 김 전 비서관이 그중 한 명이다. 당시 멤버는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 남성욱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남주홍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 전 비서관 등이었다. 김 전 비서관은 이 모임에서 막내였다.

이 ‘5인회’는 이 전 대통령의 대북·외교정책을 만드는 실무그룹인 ‘비핵개방·3000’으로 확대돼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만들었다.

김 전 비서관은 이명박정부 청와대 내 최장수 참모였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시카고대 정치학과에서 미어 세이머 교수 밑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일 정보보호협정
‘밀실 처리’ 불명예 퇴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 뒤 승승장구하던 김태효 전 비서관은 2012년 7월 한·일 정보보호협정 ‘밀실 처리’를 주도한 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공들여 추진해 온 정보보호협정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난기류에 휩싸이면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게다가 청와대와 외교통상부가 정보보호협정 밀실추진의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이어서 김 전 비서관의 사의 표명은 ‘의표’를 찔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이 전 대통령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길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전 비서관은 강력한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대북 공세를 주창해 왔다. 그가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프레임은 명료했다. 영원한 적도 없으며,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것이었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속성을 무시하고 북한을 포용의 대상으로만 바라봄으로써, 북한에 이용만 당하는 실기를 저질렀다는 것이 그의 기본 인식이었다.

한일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한 것도 이러한 접근의 산물이었다. 김 전 비서은 ‘한미일 삼각 동맹’을 중시했다. 이른바 휴민트(대북 인적자원)에 강한 우리나라와, 대북 감청 장비에 강한 일본이 대북 관련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중국의 부상으로 급류를 타는 동북아시아 정세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강력한 신뢰를 바탕으로 독주에 대해 당시 청와대와 외교부는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통령’이라고 불렸던 만큼 일각에서는 그를 ‘불통인사’로 부르기도 했다.

비록 불명예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전 김 전 비서관에게 황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훈장 수여를 둘러싸고 비난 여론도 많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핵안보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공로로 훈장 수여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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