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 있는 권력’의 경쟁자 언행 신중해야
- 문 대통령 지지자들 ‘화학적 결합’ 시도
 

안희정 충남지사의 언행과 행보 하나하나에 많은 관심과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했기에 차기 리더로서 일거수일투족이 조명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가장 궁금증을 자아내는 향후 정치 행보는 오는 18일 도청 송년 기자회견에서 계획의 일단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평소 안 지사 스타일을 본다면 구체적 일정보다는 원론적 수준의 기본 방향을 언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정가 여론은 안 지사가 충남도지사로서 3선에 도전하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분위기지만 중앙 정치 진출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3선 연임’은 안 지사 뿐만 아니라 다른 광역·기초단체장들도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진로로 알려진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됨으로써 향후 많은 정치적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과 ‘3선’의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올드(old)’하게 인식될 가능성 등을 그 이유로 유추 할 수 있다.
 
안 지사의 중앙 정치 진출과 관련해서는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 지역 중 노원병이나 송파을 등 서울 지역에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는 의견과 86세대들이 우리나라 정치의 주도세력으로 본격 활동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민주당 당세가 약한 충청권에서 지역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충청권 진출설로 엇갈린다.
 
하지만 현재 재보궐 지역에서 표밭을 갈고 있는 지역위원장들이 존재하는데 안지사가 이들과 경쟁하는 길을 선택할지는 의문이다. 단, 현역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함으로써 보궐선거 지역이 되는 천안병 같은 지역은 검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천안 병은 양승조 의원이 충남도지사 출마를 결심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보궐선거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지역 언론에서도 안지사의 천안병 출마 가능성이 보도되기는 했지만 경선 중립 입장을 취해야 하는 안 지사가 경선 후보 지역구에 나서는 것이 깔끔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경우든 지역구 출마와 관련해서는 안 지사가 이미 밝힌 것처럼 당의 출마 요구가 최우선적 고려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당의 요구는 내년 구정을 전후해 지방선거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재보궐 지역들이 선별되고 타당 후보도 가시화되어야 구체화할 것이다.
 
언론은 안 지사와 자유한국당의 거물급 후보를 붙이는 ‘빅매치'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 홍준표 대표, 황교안 전 총리 등을 안 지사와 매치시키는 ‘송파을' 출마설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에 홍준표 대표가 ‘(송파을) 거기는 아니'라고 선을 그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안 지사가 명확하게 불출마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될 것이다. 중앙 정치 진출과 관련해 안 지사의 또 다른 선택지는 2018년 8월 민주당 전대에서 당대표에 출마하는 것이다. 현재 당대표 출마 후보군은 지난 전대에서의 ‘컷오프' 충격을 설욕하기 위해 송영길 의원이 뛰는 것 외에 가시권에 든 후보는 없다.
 
안 지사 주변 인사들은 원내 진출과 당대표 출마를 통해 중앙 정치에 안착하길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5.9 대선 이후 하반기 안 지사 일정이 대중 및 당원 대상 강연 정치에 집중돼 있어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는 관측을 낳았다.
 
실제 당대표 선거는 당내 역학 관계를 잘 이용해야 하고 권리 당원을 기반으로 한 조직 선거이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준비와 공을 들여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안 지사가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다음 세가지이다. 첫째는 당청 관계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를 정립하는 일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현 정부는 ‘문재인 정책' 드라이브를 본격화할 것이다. 여당 당대표가 그 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청사진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둘째, 여소야대 국면에서 향후 국정 운영의 동력과 추진력 확보를 위해 지방분권 개헌, 정당 민주화와 개혁 등 어느 컨텐츠에 집중해 본인의 주도력을 행사할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
 
이는 보수 정권 9년에 대한 공과 평가와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이 어디로 나가야 우리 미래 세대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하는 전략적 비전을 만드는 일이다.
 
끝으로 권리당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정서적 교감을 통한 화학적 결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는 안희정 지지 기반의 확대와 직결되는 과제다.
 
그런 면에서 최근 강연에서 불거진 ‘이견을 받아들이는 문 지지자' ‘조건부 차기 도전’ 발언 등에 대해 일부 문 대통령 지지층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3일간 안 지사를 비난했고 그 과정을 일부 언론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보도한 과정은 발언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안 지사에게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말았다.
 
안 지사의 정치적 잠재력을 기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은 이번 과정을 보면서 안 지사가 중앙 언론과의 첫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고 평했다. 그가 어떤 정치적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가장 낮은 출발선에서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라는 주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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