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적폐청산과 관련해 ‘주요 수사를 가능한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뒤 파장이 일고 있다. 총장이 특정 수사를 거론하며 종결을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건 이례적이라는 게 반응이다. 특히 연내 주요 수사를 마무리하는 건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주요 적폐 청산 수사의 핵심 대상으로 지목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 대한 수사가 올해 안에 마무리 될 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국가정보원과 군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에서 주요 관련자들이 연이어 석방됐고, 현재 BBK 관련 다스 의혹 수사는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 역시 공직자와 민간인들을 불법 사찰한 의혹으로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총장은 ‘연내 마무리’ 발언을 하면서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수사 의뢰한 사건을 거론했는데, 해당 사건은 댓글조작 사건 외에도 NLL 회의록 유출, 논두렁 시계 보도 등 15가지 사건에서 관련자 54명이 수사 의뢰됐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진행했던 민간인 댓글팀장, 이명박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정치 공작과 각종 사법방해 시도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기면서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를 종결로 보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당시 청와대가 보고받고 지시했다는 문건과 진술들이 있지만 여전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윗선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국정원과 군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 등 적폐 청산 차원에서 진행 중인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많다.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지시·관여 여부를 규명하는 게 수사의 최종 목적지인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는 국정원 댓글 공작 지시·관여 의혹과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의혹, 자동차부품사 다스 관련 직권남용 의혹 등 크게 세 갈래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윗선 수사’가 어느 정도 진척됐으나 원 전 원장은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 댓글 사건도 윗선으로 꼽히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다스 의혹 수사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민단체가 또다시 고발장을 접수해 사건수사가 시작돼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소환에 나설 경우 다스 관련 의혹은 뒤로 미뤄둔 채 나머지 수사 진척 내용을 조사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도 올해 안에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 지난해 11월 검찰의 특별수사팀이 우 전 수석을 처음 소환 조사한데 이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잇따라 소환조사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지난달 29일에도 서울중앙지검이 우 전 수석을 소환해 공직자와 민간인 불법사찰 등 의혹(직권남용)을 조사했지만, 아직 구속영장 청구를 못하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새로운 혐의인 과학계와 교육계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문 총장의 이번 발언은 적폐 청산 수사가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적폐수사 피로감’ 증대와 ‘하명수사 논란’ 등 반발이 거세진 것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논란이 된 이번 기자간담회 발언 전에 이미 문 총장이 윤 지검장에게 사건 마무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총장의 의견은 지검장에게도 무게감 있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적폐 수사를 하고 있는 한 검사는 “수사는 생물이어서 물리적으로 무 자르듯 종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문 총장의 연내 마무리 공표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수사 시한을 못 박으면 피의자들에게 ‘시간 끌면 잠잠해진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연일 새 의혹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범계 최고위원은 수사가 졸속으로 이뤄져 중요 피의자들이 무죄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다만 야권의 ‘정치 보복’ 공세에 검찰총장이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본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간을 정해놓고 언제까지 한다 안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수사 대상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가 있기 때문에 주요 사건이 끝나고 안 끝나고는 범인들의 과오에 달린 것”고 못 박았다.
 
청와대와 검찰은 논란이 확대되자 “문 총장의 발언은 우선순위를 정해 중점 추진한다는 취지로 안다며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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