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 ‘여전하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3일 잊을 만하면 터지는 낚싯배 인명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시객을 태운 낚싯배와 급유선이 충돌한 것. 사고로 낚싯배가 전복돼 낚시객 22명 중 1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이 때문에 세간에는 해경의 조치‧낚시어선업 악용‧안전불감증 등에 대한 지적이 속출하고 있다.

15명 숨지고 7명 다쳐···왜 인명 피해 커졌나
낚시 어선 경쟁 치열···불법 개조 등 사고 유발 요인 많아


지난 3일 오전 6시 5분경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시객이 탄 낚싯배가 전복돼 낚시객 등 22명 중 1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은 사고 당일 오후 3시 30분경 전복된 낚싯배에 타고 있던 낚시객 20명을 구조했으나 13명이 사고해역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인천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인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9.77t급 낚싯배(선창1호)와 336t급 급유선(명진15호)이 충돌해 발생했다.

전복된 낚싯배에는 선원 2명과 낚시객 20명 등 총 22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이후 해경은 해경 함정과 해군 함정, 민간어선, 헬기 등 항공기까지 동원해 실종자를 찾기 위해 사고 해역을 중심으로 구조작업을 벌였다.

이후 지난 5일 오전 9시 37분경 영흥도 용담해수욕장 남단 갯벌에서 선장 A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로써 사고 희생자는 14명으로 늘었다. 수색활동에 나선 해경은 영흥도 남쪽 해상에서 마지막 실종자 B씨의 시신도 발견했다.

일각에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사고 발생 33분 뒤 사고 해역에 도착했으나 짧은 시간 동안 왜 그렇게 인명 피해가 컸는지 의구심을 표했다.

우선 두 척의 배가 충돌하면서 낚시어선에 타고 있던 승선원들이 미처 손 쓸 겨를도 없이 전복돼 제때 대피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또 낮은 해수 온도와 빠른 유속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진단이다. 승선원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겨울철 수온이 10도 미만인 탓에 물에 빠지면서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면 구명조끼 때문에 뒤집힌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지적을 하는 전문가들은 갑판이 아닌 선실 안에 있을 때는 구명조끼를 벗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배에 오를 때 구명조끼를 입는 것은 기본이지만 선실로 들어갈 때는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가 뒤집혔을 때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면 부력 때문에 탈출이 쉽지 않아, 우선 벗고 신속히 배에서 탈출한 뒤 입어야 한다는 얘기다.
 
급유선 선장‧갑판원 구속
 
선창1호 전복 사고와 관련해 충분한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명진15호의 선장과 갑판원이 지난 6일 구속됐다.

인천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명진 15호 선장 C씨와 갑판원 D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할 우려가 있고 범죄가 중대하다”는 이유를 들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C씨와 D씨는 두 배의 충돌당시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은 C씨가 낚시 어선을 발견하고도 감속이나 항로 변경 등을 하지 않는 등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C씨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열리는 인천지법으로 가는 당시 “희생자 유가족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상자가 난 것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낚시어선업 악용?
안전 교육 강화해야

 
이번 선창1호의 전복 사고로 또다시 안전 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국적으로 낚시 인구가 700만 명에 달하면서 선박과 갯바위 등지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

특히 낚시어선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선 불법 개조 등 사고 유발 요인도 많다는 것이 관계 당국의 분석이다.

지난 5일 해경 등에 따르면 낚시어선업은 어한기에 수입이 없는 10t급 미만 영세 어선의 최소 생계를 보장키 위해 지난 1995년 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최근 실내 낚시터와 고기잡이 카페 등 도심에서도 낚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손맛(입질)을 느끼려 바다낚시를 즐기는 초보 낚시꾼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해경이 낚시어선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나 문제는 돈벌이 수단으로 나선 선주‧선장과 일부 낚시꾼의 과욕이 맞물려 사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 이번 사고처럼 어선과 일반 선박의 충돌로 인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15년 4월에는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 인근 해상에서 여객선과 어선이 충돌해 1명이 사망하고 57명이 대피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10월에는 인천 영종도 삼목선착장 앞에서 어선과 예인선이 충돌해 2명이 실종되고 2명이 구조됐다.

인천 지역 일부 낚싯배는 최근까지도 크고 작은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해경에 단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해경과 인천 옹진군 등은 지난 10월 영흥도 진두항 등의 낚시어선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 단속에서 총 39건의 불법 사항을 적발했다.

주요 위반사항을 보면 구명조끼 미착용이 18건으로 가장 많고 미신고 낚시업 2건, 음주운항·영업구역 위반이 각 1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인천 지역에 등록된 낚시어선은 모두 247척이다. 이 중 옹진군에 신고된 배는 절반에 해당하는 127척에 달한다.

선창1호도 2개월 전 단속에서 적발됐다. 최근 3개월 동안의 승객 명부를 객실 내 비치해야 하지만 이를 갖추고 있지 않아 해경이 옹진군에 과태료 부과를 의뢰한 바 있다.

부실한 안전 교육도 문제로 떠오른다. 낚시 영업은 지자체로부터 허가가 아닌 관련 서류를 갖춘 후 신고만 하면 되므로 선장‧선주 등이 상대적으로 안전에 소홀하기 쉽다.

더욱이 안전교육 이수증이 필수 제출 서류도 아니다. 안전성 검사 확인증과 어선 검자 증서, 보험 가입 증서 등이 전부다. 안전 교육도 연 1차례에 그친다.

옹진군 관계자는 “연 1차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과 별도로 지자체에서는 어민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 교육은 거의 없다”면서 “관련 매뉴얼과 운영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 개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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