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던지는 시늉부터 요금 안 내겠다는 손님도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3일부로 당구장과 스크린 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 전국 3만여 곳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 과연 이용객들의 불만 없이 잘 시행되고 있을까. 일요서울은 스크린 골프장‧당구장 등 현장에 찾아가 금연구역 지정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들어봤다.

금연구역 안내 표지판‧스티커 의무 부착···횟수별 과태료 가산
‘팁’ 줄 테니 눈감아 달라는 이용객?···단속 실효성 논란도


지난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돼 당구장, 스크린골프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기존 체육시설 금연구역 설정은 1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규모 시설에만 규제가 적용돼 왔으나 이제는 규모에 상관없이 이들 실내 체육시설도 규제가 적용됐다.

당구장 2만1980개, 골프연습장 9222개로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록 신고된 실내체육시설 중 55.9%에 해당한다. 이들 시설과 함께 체육도장, 체력단련장 등 실내 체육시설 전국 약 5만5857곳의 업주는 금연구역 안내표지 등을 설치할 의무가 생겼다.

만약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경우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른 실내 공중이용시설 금연구역 과태료와 같은 수준이다.

업주들도 금연구역 안내 표지판‧스티커를 건물 출입구, 계단, 화장실 등 주요 위치에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며, 위반 시 시정명령이 내려진 뒤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170만 원‧330만 원‧500만 원순 횟수별 과태료 가산이 있다.
 
종이컵 건네는 ‘편법’
 
기자는 현장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5~7일 서울에 위치한 여러 당구장, 스크린 골프장을 찾았다.

매캐한 담배 연기‧냄새로 가득했던 당구장 내부에 변화가 찾아왔다. 재떨이는 사라졌고, 금연구역 안내 표지판들이 새로 붙은 모습이었다. 이른바 당구 다이(당구 테이블)에 담배를 올려놓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겉보기엔 한결 청결해진 느낌이다. 이용객, 관리자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당구장 관리자 A씨는 “(당구장) 금연구역 지정이 시행된 지 며칠 사이에 손님과 언성을 높인 적이 많았다. 홍보물을 부착했지만 법 개정으로 금연이 시행된 걸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한 손님은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고 있어서 제지했더니 ‘이러면 손님이 오겠냐’며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당구장 금연 시행 후 A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흡연자가 취객이면 통제하는 것이 더욱 힘들다고 토로한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당구장을 방문했던 단골 이용객들이 줄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그동안 이용객의 다수가 흡연자라는 이유다.

또 다른 당구장 관리자 B씨는 “현재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해 흡연 부스를 설치해야하는 상황이다. 안 그래도 손님이 줄고 있는 판국인데 당구 다이까지 줄여 흡연 부스를 만들면 당구장 사장들은 죽으라는 말인가”라며 “최근 담배를 피우던 손님에게 (당구장 금연을) 설명하자 이유를 막론하고 담배를 던지는 시늉부터 하더라. 사장한테도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데 아르바이트생에게는 더할 것이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당구장 이용객 C씨는 “음식점이나 카페 등도 이미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가족 단위 손님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사라지지 않았는가. 나도 흡연자지만 그동안 당구장 금연구역 지정에 대한 필요성을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현재 금연구역 지정에 대한 불만도 많지만 긍정적인 평도 많다. 향후 흐름을 본다면 음식점과 같은 맥락(긍정적인 평)을 보이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기자가 방문한 대다수의 당구장에서는 금연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당구장에서는 음료를 제공할 때 사용하는 종이컵에 얼음을 담가 재떨이의 용도로써 은밀히 건네주는 장면도 목격됐다.

기자가 방문한 여러 스크린 골프장에서도 음료와 함께 재떨이를 건네주던 방식은 사라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종이컵을 주며 재떨이로 사용하라는 편법은 일부 스크린 골프장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다.

한 스크린 골프장 관리자 D씨는 “(스크린 골프장) 금연 시행 후 (이른바) ‘팁’을 줄테니 눈감아 달라는 이용객들도 있었다. 안 된다고 말하자 나갈 테니 이용 요금을 내지 않겠다고 하더라”라면서 “금연 자체가 국민 건강 증진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규제를 받는 업계 사장들 사이에서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이용객과 관리자 모두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3월까지
계도기간

 
복지부는 12월 중 지자체, 보건소 등에서 금연지도원이 현장에 나가 단속을 진행한다.

다만 2018년 3월 2일까지 3개월간 계도기간을 운영하고, 이후부터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계도기간도 금연지도원의 금연 요청에 따라야 한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규모와 상관없이 전면 금연구역 지정업종은 ‘음식점‧술집‧카페 등 휴게음식점’, ‘일반음식점 및 제과점’, ‘PC방‧오락실 등 게임시설 제공업체’, ‘만화대여업소’ 등으로 늘었다.

또 현행법상 연면적 1000㎡ 이상의 건물은 ‘금연건물’로 지정된다. 건물 내부에서 영업하는 업소들은 모두 금연구역이다. 학교·어린이집 등 공공시설과 목욕탕, 관광숙박업소, 공연장(300인 이상), 교통수단(16인 이상)과 버스정류소·지하도로앞 등도 금연이다.

그러나 금연구역 운영과 관련해 단속의 실효성이 논란이다.

금연구역 단속은 시청, 보건소 등 지자체 금연지도원이 현장에 나가는데, 흡연자들과의 충돌이 잦은 편이다. 단속권한이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경찰과 같은 공권력을 행사하기가 어렵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흡연자들의 고충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금연구역은 넓어지는 반면, 흡연구역은 마땅치 않아 흡연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가득한 상황. 오죽하면 “담배는 팔면서 피울 공간도 주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금연구역이 확대되는 만큼 흡연구역 확대나 흡연 대책도 함께 고민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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