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책, LPG 사용 확대해야” vs “경유차로 인한 미세먼지 전체 6% 불과”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운행한 지 14년 된 경유 차량. 배출가스를 내뿜자 하얀 천이 시커멓게 변한다. 매연 측정량은 38%, 기준치 20%를 넘겨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다.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 대책으로 경유 값 인상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조정을 통해 지금까지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100:85 수준으로 맞춰 왔는데 경유에 붙는 세금을 늘려 경유 값 부담이 커지면 경유차 판매와 운행이 줄지 않겠냐는 것.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은 LPG 차량에 대한 규제는 푸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LPG차가 경유차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짚어봤다.
 
 
“LPG 화물차도 이제 기술이 발달해 엔진 출력이 전혀 달리지 않는 데다가 매연 냄새가 안 나서 좋습니다”

대기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LPG의 활용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노후 경유차 중 배송차량 등으로 사용되는 화물차에 대한 교체 수요 목소리가 꾸준히 흘러 나오고 있는 것.

LPG차는 미세먼지 배출이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경유차의 10∼2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질소산화물은 배출 후 대기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초미세먼지를 유발한다.
 
LPG차, 전기·수소차 시대 과도기에 적합
 
LPG차는 최근 강력한 지구온난화 원인 물질로 부각되고 있는 블랙카본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도 강점이다. 흔히 온실가스라 하면 이산화탄소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블랙카본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산화탄소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디젤차 배출가스 중 블랙카본은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발암물질일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680배나 되는 온난화 유발 물질이므로 그 위험성이 크다.

이에 LPG 업계는 LPG차 보급으로 경유차 수요를 대체하면 대기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환경부 수도권대기환경청이 2015년 7월 국산차 133종의 배출가스 등급을 산정한 결과 LPG차 평균등급은 1.86으로 휘발유차 2.51, 경유차 2.77보다 우수했다. 배출가스 등급은 대기오염 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지수의 합을 1~5등급으로 분류한 것으로, 오염물질이 적을수록 등급이 낮다. 특히 최근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유차와 비교할 경우 LPG차의 환경오염 비용은 현격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송용에너지 상대가격 공청회 자료를 근거로 2014년 환경피해 비용의 경우 휘발유는 약 6조7000억 원, 경유는 약 20조 원, LPG는 약 1조6000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LPG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경유차 시대에서 전기차·수소차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적합한 현실적인 대안이 LPG차”라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LPG를 수입하고, 휘발유·경유를 수출하는 게 국가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다”고 말했다.

실례로 2015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비교해보면 석유환산톤(toe) 기준 LPG(부탄)는 368.8달러로 휘발유 536.1달러, 경유 451.2달러보다 저렴했다. 국제 LPG가격이 휘발유대비 약 69%, 경유 대비 약 82% 수준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LPG 소비량의 60%는 해외서 수입하고, 나머지 40%는 국내에서 석유제품 정제과정을 통해 생산한다.

한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가 에너지 균형발전을 위해 LPG 소비 비중을 4%대로 유지하도록 권장한 바 있다. 일본은 대지진 이후 에너지기본계획을 수정해 재해 시 LPG를 에너지공급 ‘최후의 보루’로 규정, 이를 위해 공급 체계를 강화하고 이용 방안을 다양화하며 LPG차의 필요성을 명기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LPG차 확대가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한다.

온실가스 감축은 미세먼지 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환경 문제다. 국제사회는 2015년 12월 ‘파리협약’을 체결해 공동 이행을 다짐했다. 우리나라도 2030년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해야 한다. 수송 부문 감축량만 2590만톤에 달한다.

그런데 LPG차는 경유차보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를 많이 배출한다. 상대적으로 연비가 나쁘기 때문이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1600cc급 경유차가 1㎞ 주행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3g에 불과하지만, 같은 배기량의 LPG차는 122g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유 승용차를 모두 LPG차로 바꾸더라도 미세먼지 감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경유차 줄이자니 LPG차 온실가스가 걸림돌
 
실제로 2012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도로·농경지·개활지·석탄야적장 등에서 발생하는 날림(비산) 먼지와 제조업체의 미세먼지가 전체의 82%를 차지한다.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6.1%에 불과하고, 휘발유·CNG·LPG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도 적지 않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합성고무 등의 원료인 LPG 소비의 47.7%를 연비가 낮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차량의 연료로 태워버리는 것은 심각한 낭비다. 미국은 LPG 소비의 99%를 산업용 원료로 활용한다”며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경유를 60%가 수입 물량인 LPG로 대체하겠다는 발상도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LPG는 국내 생산도 모자라서 수입을 하는데, 국내서 생산된 에너지를 먼저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미세먼지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되면서 무역 수지만 악화할 수도 있어, 단순히 LPG차를 늘리기보다는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화물업계는 경유 화물차를 퇴출시켜야만 한다면 대체 차량에 대한 구매비용은 물론, 생계 수단인 만큼 대폐차로 인해 운행하지 못한 시간 경제적 손실비용 보전방안 등이 없다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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