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ㅣ정치팀]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 번째 위기 끝에 결국 구속됐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두 차례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우 전 수석은 국가정보원에 불법 사찰을 지시하고, 비선 보고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끝내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부장판사는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련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전략국장에게 자신을 감찰 중인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해 보고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지시를 이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추 전 국장으로부터 우 전 수석 관여 인정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우 전 수석은 총선에 출마 예정이던 전직 도지사 등을 사찰하도록 지시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블랙리스트' 관리 등에 소극적이던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 주변 인물들의 '찍어내기'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교육·과학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국정원에 정부 비판 성향의 교육감들에 대한 개인적 약점 등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하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산하 정부 비판 단체 현황과 문제 사례를 살피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지난달 29일 공개 소환조사 및 지난 10일 비공개 조사를 진행한 뒤 지난 11일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은 전날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다소 힘없는 표정으로 출석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가, "사찰이 민정수석의 통상 업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고개를 돌려 "네"라고만 짧게 답했다.

 오전 10시30분께 열린 구속 심사는 약 5시간30분 동안 진행돼 오후 4시께가 돼서야 종료됐다. 검찰과 우 전 수석 측은 심사에서 구속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관계자 다수를 조사해 얻은 진술 증거 및 문건 등 물적 증거도 충분히 확보했다는 입장인 반면 우 전 수석 측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권 부장판사는 앞서 지난 4월 우 전 수석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권 부장판사가 우 전 수석의 세 번째 영장 심사를 맡게 되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법원은 "컴퓨터 배당에 따라 우 전 수석 심사를 맡을 법관을 결정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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