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와 성균관대, 서강대, 연세대 등 서울 지역 7개 사립대학이 펴는 공동 입시설명회가 최신 입학정보를 얻어내려는 수험생과 학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미 본인이 갈 대학에 합격해 놓고 정규수업 후 도서관에서 영어공부와 관심분야의 책을 읽으며 첫 통일 대통령을 꿈꾸며 지내는 새터민 학생이 있다.

경북 문경시 문창고등학교 3학년 양 혁(21)군. 급우들보다 3살이나 많은 양 군은 지난 1999년 탈북해 중국에서 4년을 보내고 2003년 6월 문경에 정착한 새터민이다.

정규학교에 다니는 새터민 대부분은 양 군처럼 또래보다 1년 이상 늦다고 한다. 중국 등 제3국을 거치는 탈북 과정에서 시간을 소모하는데다, 남북한 학습 내용의 차이가 커 쉽게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미친 듯이 공부한 결과 올해 연세대 법학과(최종), 고려대 법학과(1단계), 성균관대 법학과(최종) 등 3개 대학 법학과를 동시에 합격하는 영예를 안은 양 군은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점촌중 2학년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영어, 수학 등이 생소했을 뿐 아니라 세종대왕이 누구인지, 지구과학이라는 과목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고1 때까지 수학을 따라잡기 위해 학원에 다닌 것 빼고는 별도의 과외 학습을 받지 않았는데도 새터민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영어도 스스로 정복한 것이다.

양 군은 하루에 다섯 시간을 자면서 문창고 기숙사인 청운 실에서 밤을 낮 삼아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각오를 다지며 공부했다.

틈틈이 도서관에 들러 자기 관심분야인 정치, 문화 쪽의 도서들을 읽으면서 풍부한 교양을 습득하고 늦깎이 학생이지만 동료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며 교사들에게도 사랑받는 학생이었다.

양군은 남한에 정착해 가장 기쁜 것은 "사람들과 만나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과 다양한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라며 "지금까지는 그저 남한 친구들을 따라잡고 싶은 생각에 정신없이 공부했지만 지금은 훌륭한 지도자가 돼 통일 한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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