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승자는 김무성? 부활한 ‘무대’ 홍준표와 당 주도권 경쟁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친박(親朴)의 몰락, 친홍(親洪)의 주류 등극 그리고 ‘무대’ 김무성의 귀환. 당초 정치권은 한국당 경선이 결선까지 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결과는 싱거웠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35표를 얻는데 그치며 친박계의 몰락을 방증했다. 반면 홍준표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는 과반 확보에 성공하면서 결선 투표 없이 신임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한국당 내 권력지형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그러자 정치권은 김 신임 원내대표가 본래 김무성 의원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번 경선의 진정한 승자가 홍 대표가 아닌 김무성 의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무성 당 대표론’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본격적인 세 확장에 나서는 친홍준표계와 친김무성계의 갈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몰락한 친박계를 누가 흡수하느냐가 두 세력의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 바른정당 추가 복당 ‘투톱’ 이견 표출... 김성태는 사실상 김무성계
- ‘김무성 당 대표론’ 솔솔, 와해된 親朴 흡수가 ‘관건‘


홍준표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김성태 의원(3선·서울 강서구을)이 지난 12일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의원총회’에서 한국당 전체 의원 116명 중 108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55표를 획득, 과반 확보에 성공하면서 결선투표 없이 승기를 잡았다.
 
친홍·복당파 주류 부상추가 복당에는 ‘이견’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35표, 중립지대 단일 후보이지만 사실상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한선교 의원은 17표를 얻는 것에 그쳤다. 친박계는 명실공히 한국당의 ‘주류’였다. 20대 국회 출범 이후 친박계는 지속해서 원내 지도부를 차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치러진 당시 원내대표 선거에서조차도 친박계가 지원한 정우택 의원이 119표 중 62표, 비박계의 나경원 의원이 55표를 얻어 정 의원이 당선될 정도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계속된 악재를 겪으면서도 버텨온 친박계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끝으로 사실상 소멸됐다.
 
반면 홍준표 대표와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 의원들의 지원을 받은 김 의원이 새 원내사령탑에 오름에 따라 ‘친홍-복당파’ 연합은 앞으로 친박계를 대체하는 신(新) 주류로서 당을 강성 야당 노선으로 이끌 전망이다.
 
또한 바른정당 복당파 출신인 김 의원이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바른정당과의 ‘보수 대통합’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을 향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13일 바른정당 김세연 원내대표 권한대행 및 정책위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하나”라면서 “앞으로 바른정당과 정책연대 공조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그 하나를 위한 신뢰와 동질감을 가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며 보수 대통합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투톱’ 간의 이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관측한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선출 직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바른정당에 샛문만 여는 것이 아니라 대문을 열어 보수 대통합의 길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홍 대표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는 지난달 김무성 의원 등 9명의 복당 이후 “문을 닫는다”고 말했었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입장 차이로 인해 정치권은 홍 대표와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김 원내대표지만 홍 대표가 원내활동에 개입할 경우 언제든지 반기를 들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무대’ 김무성 의원이 김성태 원내대표의 측근인 점은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는 게 사실이다.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는 본래 김무성 의원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김 원내대표는 김무성 의원이 바른정당으로 갔을 때 따라 나갔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김 원내대표가 한국당에 복당했을 때는 김무성 의원도 바른정당을 떠날 것이라는 설이 정치권에 나돌 정도였다.
 
洪, 김무성계 제압 나설 듯초·재선, 親朴에 공천 압박

 
상황이 이쯤 되자 홍 대표가 바른정당의 추가 복당에 부정적인 이유 역시 바로 ‘김무성 의원 견제’를 위함이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무성 의원을 필두로 한 바른정당 복당파가 지금까지는 홍 대표와 뜻을 같이하고 있지만 이들은 언제든 홍 대표의 적이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 원내대표도 사실상 친홍계보다는 바른정당 복당파와 더 가깝다. 그 역시 바른정당 출신 중 한명이다. 이에 홍 대표가 언제든 자신과 적이 될 수 있는 세력이 필요 이상 커지는 것을 차단했다는 논리다.
 
나아가 홍 대표는 당 정비 후 곧바로 김무성계 제압에도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관건은 친박계 흡수다. 김무성 의원은 ‘무대’로 불릴 정도로 당내 세력이 크다. 바른정당에 있던 당시에도 한국당에 김무성계가 있었을 정도였다. 따라서 홍 대표로선 사실상 소멸의 길로 접어든 친박계 활용이 김무성계와의 세 싸움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홍 대표가 김성태 후보 당선 직후 “오늘부터 친박계는 없다”고 공식 선언까지 한 것은 친박계가 이제 자신에게로 집결하라는 신호라고 정치권은 분석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사실상 전략공천을 시사하고 있는 홍 대표가 전권을 휘두를 경우 친박계 의원들은 공천을 위해서라도 자신에게 집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가 당무감사 결과 발표를 경선 이후로 미룬 점 역시 초재선 의원과 친박계 의원을 압박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나아가 정치권은 홍 대표가 복당파의 당 장악에 대한 친박계의 반발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른바 차도살인 전략을 펼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맞서 김무성 계 역시 친박계 흡수를 통해 세 확장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 때 자신이 친박 좌장을 맡았던 인연을 통해 친박 흡수력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최측근이 원내대표가 된 것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최근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과 관련한 의총을 열지 않겠다고 한 것 역시 친박계를 ‘달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무성 당 대표론’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만약 김 의원이 친박계를 흡수하고 한국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크게 패배해 홍 대표의 입지가 좁아진다면 김무성 의원이 또다시 당권을 거머쥘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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