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공천 심사에 돌입했다. 우선 자당 소속 현역 광역단체장에 대한 내부 평가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홍 대표는 현역 단체장부터 경선에 앞서 별도 평가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상태다. 한국당 소속 현역 단체장들이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중에서도 TK 지역 현역 단체장과 출마 후보군은 ‘초긴장’ 상태다. 홍 대표가 ‘텃밭’ 사수를 위해 어느 지역보다도 까다로운 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여당 주자에 따라서 TK를 경선 지역이 아닌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보수 아성 복원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은 한국당이다. ‘TK 목장 결투’에 나서는 한국당 장수(將帥)가 누가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 TK, 일부 조사서 ‘현역 뽑지 않겠다’ 전략 공천 급선회?
- 여의도연구원 조만간 심층 여론조사…
黨 대비 지지율·교체지수 등 파악

자유한국당이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광역단체장에 대한 내부 평가에 돌입하는 등 사실상의 공천심사에 착수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일 “당의 싱크탱크로 지방선거 공천의 주요 잣대가 될 공천·선거·당무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여의도연구원이 이달 하순쯤 한국당 소속 현역 지방단체장에 대한 심층 여론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는 당 지지도 대비 현역 단체장의 지지도·교체지수·업무평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 결과는 곧바로 지방선거 공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정치권의 이목은 자연스레 한국당의 ‘텃밭’인 TK 지역을 향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미 ‘광역단체장 6곳 수성’을 자신했고 실패 시 대표직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쳤다. 이를 위해선 당의 지역기반인 TK 수성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어느 지역보다도 TK 지역의 공천 심사는 까다롭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서다.
 
일단 ‘보수의 심장’ 대구는 권영진 현 대구시장이 재선 의지를 분명히 했음에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리얼미터가 11월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유권자 1만 7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1월 정례 광역자치단체 평가’에서 권 시장은 38.6%의 긍정평가로, 17개 시·도 단체장 중 15위에 랭크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다.
 
리얼미터 광역자치단체 평가
17개 시·도 단체장 중 대구 15위
 

지난 8일 국민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3~4일 전국 성인남녀 1015명 대상 엠브레인에 의뢰,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결과에서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역 광역단체장을 뽑겠다’는 응답비율은 TK 지역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으면서 여론조사의 의미가 퇴색되긴 했지만 권 시장 입장에서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홍 대표가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낮은 단체장은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며 일찌감치 칼을 빼들었기에 권 시장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이에 권 시장은 최근 지역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낮다는 기자 언급에 여론조사가 시민 판단이라 생각지 않고 한국당 경선도 ‘센’ 경쟁을 하고 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지지율 저조의 한 원인으로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율 자체가 낮음을 꼽았다.
 
권 시장은 최근 ‘되는 사람’을 밀겠다는 홍준표 대표와도 불협화음을 내면서 재선가도가 순탄치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동시 개헌 투표를 해야 한다는 권 시장에게 홍 대표는 “(당 방침도 아닌데) 대구시장 선거나 잘하지 왜 관심을 가지냐”며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대구 시장 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예정자는 권영진 현 대구시장을 비롯해 이재만 최고위원과 이진훈 수성구청장 그리고 김재수 전 농림부장관이다. 현재 분위기는 권 시장과 이재만 최고위원의 양강 구도가 점쳐진다.
 
대구 동구·수성구
‘핫 플레이스’ 女·청년 우선 추천 ‘고뇌’
 

대구 시장 경선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 경선 역시 치열할 전망이다. 홍준표 대표가 한국당 강세 지역에선 전략 공천이 아닌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선출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후보군들이 조기 출마 선언을 통한 책임당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동구청장에는 권기일 전 시의원과 윤형구 전 중구청 도시관광국장, 도재준 의원, 최해남 전 국장 그리고 오태동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청 홍보전략팀장(대구MBC 뉴스데스크 앵커)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다만 현 강대식 동구청장이 바른정당 소속인 만큼 바른정당으로 가지 않고 한국당에 남아 있었던 도재준 의원이 ‘배신자 프레임’을 내건다면 경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구 수성구청장에는 이진훈 현 수성구청장이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동희 대구시의회 전 의장과 오철환 현 대구시의회 의원, 정순천, 김대권 전 수성부구청장 등도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김부겸 행정자치부장관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있는 데다가 자유한국당 수성을 지역구 국회의원인 주호영 의원에 대한 지역민들의 거부반응 상승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처럼 대구 지역 광역·기초 단체장 후보군이 난립함에 따라 본선과 같은 경선이 치러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비록 ‘보수의 심장’ 대구라 할지라도 여권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나에 따라 홍 대표가 ‘경선’에서 ‘전략 공천’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에서 김부겸 행정자치부장관을 내세운다면 현 권영진 대구시장으로는 맞서기 힘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도 한국당의 대구지역 기초단체장 여성 및 청년·장애인 우선 추천 공천도 관심사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이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출마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어느 선거구에 누가 여성 공천을 받느냐에 따라 한국당 대구 기초단체장 전체 공천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지난 20대 총선에서 대구지역 여성 및 청년·장애인 우선 추천 후보가 모두 낙선했던 경험이 있는 한국당으로선 우선추천 공천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경북지사 ‘예선이 곧 본선’
이철우·김광림·박명재 ‘접전’

 
한편 경북도지사 경선에는 이철우 의원과 김광림 의원 박명재 의원 등이 이달 중순과 연말을 기점으로 일제히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철우 의원은 경북도 부지사 경륜을, 김광림 의원은 재경부 차관, 박명재 의원은 행자부 장관과 경북도 부지사 경력을 전면에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기초단체장 출신으로 남유진 구미시장, 김영석 영천시장, 전통관료 출신으로 김장주 경북도 행정부지사가 출마예정자로 점쳐지고 있다.
 
경북도지사 선거는 자유한국당이 ‘무혈입성’할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꼽힘에 따라 다른 지역보다 일찍 선거전이 불붙을 전망이다. 로이슈와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가 지난 4~5일 경상북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843명을 대상으로 차기 경북지사 한국당 후보군들을 조사한 결과 이철우 의원(12.6%), 김광림 의원(11.7%), 박명재 의원(11.1%)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한국당 후보군 한정 적합도에서는 이철우 의원(12.6%), 김광림 의원(11.7%), 박명재 의원(11.1%), 강석호 의원(10.0%), 남유진 구미시장(7.8%), 김장주 경북도 행정부지사(5.9%), 기타 후보(9.2%), 이들 중 지지후보 없음(27.1%), 잘 모름/기타(4.8%)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데이터앤리서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처럼 오차범위 내 접전이 펼쳐지자 도지사 후보들 사이에서는 출마 시점과 장소를 두고 눈치 싸움에 들어갔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철우 의원은 오는 20일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이철우 의원은 “최고위원과 당협위원장 자리를 연말에 내려놓겠다”고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림 의원은 정책위의장 임기가 끝나는 대로 출마 선언을 한 뒤 본격적인 도지사 행보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이 의원과 출마 선언 날짜가 겹치면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명재 의원 역시 20일 또는 임시국회가 끝난 뒤 경북도청에서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 의원과 일정이 겹치면서 다른 날짜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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