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중동국가 방문을 두고 정가가 시끄럽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특사 자격으로 첫 해외 방문에 나선 임 실장이지만 ‘카더라 식’ 소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임 실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과 친분이 깊은 아랍에미리트 왕세제와 회동을 두고 한 방송사가 ‘과거 정권 비리 문제와 관련 있다’고 보도하면서 일파만파 번졌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전 정권 비리 관련 수사 특히 MB관련 수사가 전방위로 벌어지면서 ‘불똥’이 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와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임 실장을 긴급히 투입하게 된 배경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임 시장의 갑작스런 중동 특사 파견 앞과 뒤를 알아보자.
   - UAE 왕세제 긴급 회동, 전 정권 맺은 경제 협력 무산 수습책
- 이명박 전 대통령과 ‘형님 아우’ 왕세제… ‘SOS 접수했나’

 
문재인 정권 2인자의 임종석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 특사파견은 이례적이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미국, 중국 국빈 방문을 할 당시에도 동행하지 않았던 임 실장의 첫 해외출장이 아랍에미리트와 레바논 2박4일(12월9~12일)이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비서실장이 외국 특사로 파견된 것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문희상 비서실장의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이었다. 14년 만의 일이다.
 
청와대 설명처럼 임 실장의 중동특사 방문 이유로 “중동지역 파견부대 격려차원”이라는 설명도 미흡하다는 시각이다. 단순히 중동국가 파견부대에 대통령 시계를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 2인자가 특사 자격으로 갔고 이미 한 달 전 이미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파병부대 격려차 방문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격려차 갔다는 청와대의 설명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盧정부 문희상 비서실장
이후 14년 만의 특사

 
이런 점에서 12월11일 MBC는 “눈길을 끄는 건 임 실장이 아랍에미리트의 실질적 통치자인 모하메드 왕세제를 만났다는 점이다”며 “지난 2009년 20조 원 규모의 한국형 원전 수주를 계기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MB 정권 시절 한국전력공사는 원전 강국으로 알려진 프랑스를 제치고 UAE가 발주한 총 400억달러(현재가치로 약 43~44조 원대) 규모의 원전 공사를 수주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원전 수주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두 달여 동안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6차례 전화해, 한국 원전기술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사업을 강력히 추진했다. 현재 UAE 바카라 지역에 짓는 원전 4기는 2020년 완공될 예정이며 순수한 우리기술로만 제작·운영된다.
 
두 인사가 원전 수주로 친분이 깊어진 이후 2년 뒤인 2013년 3월 한국석유공사는 UAE 아부다비석유공사와의 유전 개발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에도 이 전 대통령은 막후에서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친서를 7~8차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연으로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두 차례나 모하메드 왕세제의 초청을 받아 UAE의 바카라 원전 건설지역과 유전 개발 현장을 시찰했다.
 
두 사람의 남다른 친분을 거론한 MBC는 “때문에 외교가에선 원전 관련 의혹이나 MB 비리에 대한 본격 조사에 앞서 임 실장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국교단절 등)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 하기 위해 특사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요약하자면 청와대 설명과는 달리 현 정권이 MB를 ‘잡아넣기’위해 ‘UAE 원전 수출’의 비리를 캐기 시작했고, 이에 당시 계약 체결 전후로 거액의 리베이트 제공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 이 대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UAE측이 관련 내용을 전해 듣고 불쾌해 하자 임 실장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특사 자격으로 긴급 파견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현 정권은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어 검찰을 통해 전 정권 특히 MB 관련 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구속을 면하면서 김이 빠진 형국이다. MB정권 시절 군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의혹관련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구속됐다가 풀려났다. 최근에는 MB정부 ‘안보 실세’로 군과 청와대 ‘가교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의심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의 구속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정기관에서 국정원과 군을 통한 정치개입 의혹 수사로는 MB에 대한 소환조사가 어렵게 되자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관련 리베이트 의혹으로 ‘MB를 옥죄자’는 방향으로 튼 게 아니냐는 의심을 MB 측에선 보내고 있다. 그동안 여당은 야당 시절부터 UAE원전 수주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전병헌 전 수석은 2011년 정책위원장일 시절 “정부가 UAE 원전 사업에 28년간 10조 원을 지원한다고 했는데 매우 이상한 거래”라며 “의혹진상조사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2년에는 “원전 자금 조달과정에서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고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홍익표·김병관 의원 등이 “UAE 원전은 누더기 계약이다”, “원전 계약에서 UAE에 유리하도록 개악을 거듭했다”고 문제 삼았다.
 
여권, “코너 몰린 MB
먼저 부탁한 것 아니냐”
 

한편 여권에서는 ‘코너’에 몰린 MB측이 평소 친분이 두터운 UAE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SOS’를 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여권 한 인사는 “아랍에미리트가 국내 정치 상황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고 이미 원전 운용계약까지 끝난 사안에 대해 ‘국교단절’의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MB측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대응책으로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개인 친분을 활용해 도와 달라고 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임 실장은 본인의 중동특사 파견 관련 ‘침묵’을 지키고 있다. MB 정권 비리 관련 방문이든 외교적 불화에 따른 수습을 위한 방문이든 확실한 설명이 없어 각종 ‘카더라식’ 소문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에서조차 아랍에미리트가 우리나라와 전략적 경제 파트너라는 점에서 국가이익에 반하는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의 무역규모는 작년 기준 약 128억여 달러다. 교역규모 순위를 보면 16위에 해당되지만 중동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최대 교역국이다. 국내 정치 이슈 때문에 국제적 경제 손실을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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