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투자’ vs ‘게임에 대한 애정’

타 3세 경영인과는 다른 국내 게임 산업에 투자
 
증권업계, 구 씨 ‘마이다스의 손’…우려는 여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LG家 방계 3세 구본호 씨의 근황이 알려졌다. 그는 게임개발사 ‘넷게임즈’에 투자를 했는데 이와 관련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구 씨의 불미스런 전력(?) 때문이다. 그는 과거 ‘검은머리 외국인’ 신분으로 주가조작에 관여해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넷게임즈 측은 이런 논란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그에게 달린 주홍글씨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또 타 3세 경영인과 다른 게임 산업 투자 등 그의 투자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요서울은 베일 속에 가려진 구 씨의 정체와 그의 투자 의도, 향후 행보 등을 추적해 봤다.
 
모바일게임 개발사인 ‘넷게임즈’에 투자한 구본호 씨의 행보를 두고 잡음이 예고된다.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 고 구정회 창업고문의 손자인 그는 지난 6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넷게임즈에 투자를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 씨는 지난 9월 기준 넷게임즈 주식 657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발행 주식의 5.72%에 해당한다. 넷게임즈는 게임 ‘히트’의 흥행에 힘입어 회사 설립 4년 만에 코스닥에 진출한 중소 게임사다.
 
그가 넷게임즈 지분을 얻게 된 경로는 이렇다. 바른손이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구 씨에게 당시 비상장사였던 넷게임즈의 보유주식 일부(10만주)를 현금 70억 원에 매각했다. 구 전 부사장은 이후 넷게임즈의 우회상장 후 증자 참여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의 지분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구 씨의 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다는 것. 과거 그의 화려했던 이력이 원인으로 꼽힌다. 구 씨는 2006년도 미디어솔루션(범한여행) 인수 과정에서 재미교포 조풍언 씨와 공모해 해외기관 투자자를 유치한 것으로 가장한 뒤 주가조작을 하는 등의 수법으로 조 씨와 함께 부당이득 170억여 원 상당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심 징역 3년, 2심에서 징역 2년 등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일부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았다.
 
또 구 씨의 게임 업체 투자는 넷게임즈가 처음이 아니다. 그는 과거 효성家 3세 조현준 회장과 동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조 회장은 액션스퀘어 주식 매입을 통해 효성의 IT사업 역량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 일환으로 조 회장은 모바일 게임 개발사 액션스퀘어의 지분을 2015년 당시 갤럭시아컴즈 3대 주주로 등극했던 구본호 씨와 함께 사들였다. 효성은 액션스퀘어와의 협력을 통해 게임 기획, 개발, 퍼블리싱(유통)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 씨가 사기·횡령 혐의로 피소되면서 관련 사업은 무산됐다. 이 때문에 그의 투자 행보에는 항상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굴지 재벌가의 자손이 투자한 종목이라는 점 때문에 투자가치 평가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그를 보는 시각을 불편하게 보는 원인으로 꼽힌다. 그의 부친은 고(故) 구자헌 범한물류(현 판토스) 회장이다. 할아버지가 고 구정회 LG 창업고문으로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그는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6촌 동생인 것. 그러나 LG와 효성 측은 구 씨와 전혀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게임에 대한 특별한(?) 애정

또 게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그와 대조적인 평을 받고 있는 조현민 한진가 3세와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은 진에어 이름을 붙인 프로게임단 구단주로서 e스포츠를 통한 기업 브랜드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업계는 구 씨의 투자목적이 게임에 대한 애정으로 인한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로 보고 있다. 지난 11일 의무 보호예수 기간(투자자 보호를 위해 대주주 등의 지분 매매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조치)이 풀려 구 씨가 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넷게임즈는 2018년도 상반기 실적 개선이 클 것이라는 기대감과 신작에 대한 기대심리 등이 높아 단기투자가 장기투자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또 국내 게임 산업은 ‘미래 新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히며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 게임 시장이 PC온라인·비디오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넘어가며 국내 게임 업체들과 게임주들의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게임 신작 출시를 앞둔 게임 업체들의 주가가 한 달여 만에 10% 이상 상승하는 등 그 성장세가 뚜렷하다.
 
넷게임즈 측 관계자는 “(구 씨와 관련된) 어떤 내용을 말할 수도 말해드릴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베일에 가려진 그는 누구
 
한편 구 씨의 경력 대부분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의 영어이름은 KOO BENNETT로 미국 시민권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미국 등 해외에 거주했으며, 뉴욕의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폭넓은 금융지식을 갖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 구 씨는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그가 손을 대는 종목마다 주가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그가 증권업계에서 주목 받은 것은 2005년부터다. 소프트포럼 등 코스닥 기업 지분을 사들여 10억 원대의 차익을 올린 것. 이후 구 씨 측은 미디어솔루션·액티패스·엠피씨·동일철강 등에 500여억 원을 투자해 2000억 원대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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