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이트 덕에 부진 털어 낸 하이트진로, 피츠 챙기다 적자 전환한 롯데주류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카스vs하이트’에 이어 주류업계의 신흥 경쟁구도를 형성했던 필라이트와 피츠가 출시 100일 이후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초반에는 필라이트가 3400만 캔(355ml 기준), 피츠가 4000만 병을 판매하며 피츠의 우위가 점쳐졌다. 하지만 하반기를 지난 후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가 ‘호불호가 클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가성비를 강점으로 승승장구하는 반면, 피츠는 각종 논란에 시달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맥주 수요가 가장 큰 여름을 앞두고 출시돼 초반 높은 판매고를 올렸던 두 제품이 하반기를 기점으로 희비가 엇갈린 배경은 무엇일까.

피츠, 초반 우세했지만 표절·마케팅 논란 등 불거져
필라이트, ‘호불호’ 우려 딛고 ‘가성비’ 내세워 승승장구

지난 4월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Filite)는 ‘초록 코끼리 맥주’라는 캐릭터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필리’라는 캐릭터를 앞세워 기존 국내 맥주 광고와 차별화된 전략을 시행, 친근하고 캐주얼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했다.

특히 국내 최초 발포주로서 ‘가성비의 놀라움을 느껴보라’는 광고 카피를 통해 선전한 저렴한 가격은 필라이트의 성공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필라이트의 출고가격은 1캔(355ml) 기준 717원으로, 기존 맥주 대비 약 40% 저렴하다. 필라이트의 맥아 비율은 10% 미만으로 맥주가 아닌 발포주로 분류, 기존 맥주에 적용하는 72%의 주세율이 아닌 기타주류의 주세 30%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근검절약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개그맨 김생민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가성비 갑’으로서의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필라이트는 10월 말 기준 누적판매량 1억 캔(355ml 환산기준)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1억 캔이 돌파된 190일 기준 초당 6캔씩 판매된 것으로, 100일 판매기준에 1초당 4캔씩 판매됐던 것에 비해 1.5배 빨라진 수치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10월 말까지 추산된 누적판매량이 1억 캔이고 그 후에는 아직 집계된 바 없지만 판매량은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라며 “가성비에 주목한 소비 트렌드에 따라 ‘메가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필라이트가 하이트진로 맥주 사업 부문의 부진을 털어낼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필라이트를 시작으로 국내 발포주 시장의 포문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100일 4000만병 판매고 초반 위세 떨쳐

필라이트가 마케팅 덕에 승승장구하고 있다면, 롯데주류의 피츠 수퍼클리어(Fitz Super Clear, 이하 피츠)는 초반 기세를 상실한 모양새다. 

6월 출고가격 1147원(500ml 기준)으로 출시된 피츠는 초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극찬했다고 알려지며 입소문을 탔다. 기세를 몰아 롯데주류는 ‘소맥용’ 맥주라는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을 통해 시장에 진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에 100일 만에 4000만 병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초반 맹공을 펼쳤다.

하지만 위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피츠는 출시하자마자 각종 잡음에 시달리며 소비심리를 위축시켰다. 

첫 번째 구설은 피츠의 표절 논란이다. 피츠는 광고 베끼기 논란에 휩싸였다. TV광고의 배우 조정석이 하얀 배경의 방에 혼자 앉아 피츠를 마시는 모습과 ‘마신 후 3초면 알게 되는 최적의 깔끔함’이란 광고 카피가 문제였다. OB골든라거의 2011년 광고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 OB골든라거의 광고에는 배우 공유가 출연해 “OB를 마실 땐 입안에서 3초만 음미해주세요”라는 말을 내뱉는다.

당시 롯데주류 측은 “광고 콘셉트 자체가 다르다”며 반박했지만, 누리꾼들은 그동안 롯데그룹의 제품이 여러 차례 표절 의혹을 받았던 점으로 미루어 “역시 롯데, 표절왕국” “롯데=카피캣 공화국” 등 지탄이 끊이질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주류는 경고문구 위반 논란에 이어 8월에는 옥션을 통해 ‘피츠 리미티드 에디션 패키지’를 단돈 100원에 판매해 주목을 끌었으나, 이마저도 결제 오류·서버 마비 등으로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과도한 PPL(Prod uct PLacement, 영화나 드라마 속에 상품을 노출시키는 광고마케팅 전략)을 문제 삼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누리꾼들은 “PPL이 너무 심해 마시기 싫어진다” “맛이 없으니까 홍보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등으로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필라이트는 ‘발포주’와 ‘가성비’를 내세워 시장에 안착한 반면, 피츠는 이렇다 할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하지 못했다”며 “수입맥주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 맥주 소비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인 것을 보면 피츠는 장기적으로 롯데주류의 ‘계륵’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당장 1~2년 안에 시장 점유율을 15%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매출이 부정적이지 않다”며 “초반 계획처럼 앞으로도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3분기 영업이익은 365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2.0%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출액은 6684억 원으로 4.2% 증가했으나 당기순손실 228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주류 부문 부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3분기 기준 주류 부문에서는 222억 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 적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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