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적, 과속, 과로할 수밖에 없는 고리사슬 구조 형성

- 복잡한 다단계 운송거래로 중간 착취 심해…갈수록 상황 악화
- 매년 약 3만 건 화물차 사고…약 1200명 사망ㆍ4만5000명 부상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화물차 운전자의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상태다. 세부 업종과 운영체계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대기시간까지 포함해 일일 일반적으로 16∼19시간 근무를 하는 운전자도 다수다. 특히 지입차주들의 근로 문제는 과적, 과속, 과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교통사고로 비화되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시장정보센터에 따르면 2014년 4/4분기 기준으로 일반화물 운전자들의 일평균 근로시간은 13.6시간이며 월 평균 운행일수는 23.8일이어서 월 평균 근로시간이 323.7시간에 달했다. 2010년 이후 일평균 근로시간과 평균 운행일수 모두 계속 증가하면서 월 평균 근로시간이 55.8시간(20.8%)이나 증가했다. 개별화물 운전자들은 각각 12.4시간, 22.5일을 운행하면서 월 평균 근로시간이 279시간이며 2010년 이후로 30.6시간(12.3%)이나 증가했다. 용달화물도 각각 11.6시간, 22.2일을 운행하면서 월 평균 근로시간이 257.5시간으로 조사됐으며 2010년에 비해서 20.2시간(8.5%)이나 증가했다.
 
순수입 정체되거나 하락
 
화물 업종마다 월 평균 근로시간이 다르지만 2014년 4/4분기 상용 운전자 평균 노동시간인 180.7시간과 비교해보면 화물 운전자가 많게는 120시간에서 적게는 52시간이나 초과 노동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화물자동차 운전자들은 고속도로 통행요금 50% 할인혜택과 보다 빠른 운행을 위해 심야운행을 주로 하고 있어서 근로시간 압박이 더하다.

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화물자동차 운전자들의 5년간 월 평균 총수입, 총지출, 순수입 변화를 보면 순수입은 거의 정체하거나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일반화물의 경우 2014년 4/4분기 기준으로 월 평균 총수입은 958만 원이고 총지출은 719만 원으로 순수입은 239만 원에 불과했다. 2010년과 비교하면 총수입은 103만 원(12.0%)이 증가했으나 총지출이 111만 원(18.2%)으로 더 많이 늘어나면서 순수입이 오히려 8만 원 감소했다. 2014년 4/4분기 상용 운전자 평균 임금총액인 334만 원과 비교하면 95만 원이 적어서 임금수준이 71.5%에 불과했다.

대다수 화물 운전자들이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갈수록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 운송업체의 직원에 따르면 화물 운전자들의 순수입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이유는 운임이 오르지 않고 중간 착취가 심하기 때문이다.

우선 컨테이너 편도운임은 1998년 이후 오히려 하락하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1998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같은 기간 물가는 매년 오르면서 지입차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차량 운영 비용은 늘어났지만 운임은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중간 착취도 심하다. 예를 들면 수출입 업체가 부산-서울 왕복 40피트 컨테이너를 운반할 때, 대형운송사에서 123만 원을 지불하지만 운송사와 중간 알선업체가 중간 착취를 하면서 실제 화물 운전자가 최종적으로 받는 운임은 78만 원에 불과했다. 화주가 지급한 운임의 63% 정도만 화물 운전자들에게 지급되며 운임의 37%는 화물운송을 직접 하지 않는 중간 알선 업체들이 가져가는 것이다.

이렇게 중간 착취가 심한 이유는 다단계 운송거래 때문이다. 화물운송시장에서는 운송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지입제에 의존하는 지입전문운송사업자들이 대다수다. 지입차주들도 타 운송업체와 주선업체를 통해서 물량을 확보할 수밖에 없어서 복잡한 다단계 운송거래가 형성된다. 운송업무가 운송업체와 개별 및 지입차주로 이원화돼 있어 다단계 거래구조를 형성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화물운송사업자가 화주로부터 위탁받은 화물의 전부를 직접 운송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화물운송주선업을 겸업하기도 한다. 화물운송주선업 면허를 이용해 위탁받은 화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화물운송사업자에게 재위탁함으로써 화물운송시장이 다단계 거래구조화를 형성하는 것. 이 경우 화물운송사업자는 사실상의 화물운송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면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다.
 
지입차주, 불이익 사례 빈번
 
화물 노동자들은 지입제와 다단계 하청으로 일상화된 중간 착취 그리고 낮은 운임이라는 시장조건에서 수입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장시간 운행으로 인한 과로가 대두되는 구조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화주와 대기업 물류회사들 또한 이익을 위해서 화물 운전자들에게 과적을 강요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연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적을 하는 이유에 대해 53.5%의 운전자가 차량소유주의 강요라고 응답했다. 34.9%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11.6%는 기름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었다.

더 빨리 운행을 해야 새 일감을 하나라도 더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과속도 일상화 돼 있다.

현재 한국의 화물자동차 운송시장은 화물 운전자들에게 과로, 과적, 과속을 강요하는 구조에 봉착해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화물차 교통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 간(10년∼14년) 연 평균 약 3만 건에 이르는 화물차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중에서 평균적으로 매년 약 1200명 정도가 사망하고 4만5000명 정도가 부상을 당했다.

한편, 지입제에서 차량의 실소유주는 차주이나 명의는 운송회사로 돼 있어 계약해지 시 불이익이 차주에게 전가되면서, 이로 인한 재산권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입차주의 불안정한 지위를 악용하는 운송회사들의 불공정 계약 관행이 상존한다. 또한 실제 차량의 소유자가 위수탁 차주임에도 운송사업자의 임의 매매나 운송사업자의 채무로 인한 차량 압류로 재산권이 박탈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위수탁 차주가 경영위탁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운송사업자가 요구하는 권리금을 주고 다시 위수탁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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