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분 매각 ‘불발’…올해 넘길 듯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채용 비리 파문으로 은행장이 사퇴하고 그 자리에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장이 내정됐지만 우리은행의 숙원인 완전 민영화와 지주사 전환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예정됐던 정부의 잔여 지분 연내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지주회사 전환을 우선 추진한 뒤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잔여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채용 비리 늪에서 허우적대다 신사업도 차질…속끓는 예보
차기 은행장에 손태승 부문장 내정…풀어야 할 숙제 산적

예보는 지난해 11월 보유 중인 우리은행 지분 51.06% 가운데 프라이빗에쿼티(IMM PE) 29.7%를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 7개 투자자에 매각했다. 지난 10년 간 경영권 지분 일괄 매각을 고집하던 것을 ‘과점주주 매각’으로 변경한 후에 얻은 결과다. 

현재 예보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은 18.5%다.
올해 안에 남은 지분을 매각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완전 민영화를 진행하겠다는 게 예보의 복안이었지만 이 역시도 물거품이 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예보 잔여지분 매각 연내 ‘포기’

그동안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우리은행과의 협의를 통해 지분 매각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실무를 진행하던 은행장이 사퇴의사를 밝혔고, 후임 행장으로 손태승 글로벌그룹장이 내정됐지만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 전까지는 대행 역할이다. 이날 주주총회를 거쳐야 우리은행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이에 따라 공자위는 이달 말 후임 행장 인선이 마무리되면 내년에 새 행장과 함께 잔여지분 매각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우리은행의 완전 민영화 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다른 사업들도 영향이 적지 않다.

우선 완전 민영화가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지주사 전환 작업도 순탄치 않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민영화 이후 은행과 카드, 종합금융 등 8개 계열사 구조로 이뤄진 지수사 전환을 추진해 왔다. 특히 2018년에는 기업 공개도 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현재로서는 이마저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그동안 이광구 전 행장이 추진하던 핵심 과제들도 동력을 잃게 됐다.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비롯해 그동안 적극 관심을 보였던 증권사 인수도 당분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 상반기 가장 화려한 성과를 보였던 은행주는 우리은행이었다”며 “2016년 12월 1일 과점주주에 대한 지분매각을 신호탄으로 높은 수익성 개선 폭(올해 1분기 순이자마진(NIM) 개선 폭 1위), 매력적인 배당정책(중간배당 주당배당금(DPS) 100원) 등 연이은 호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잔여지분 매각 일정이 잠정 연기되고, 거버넌스(협치) 이슈가 불거졌다”며 “그 결과 이후의 주가 흐름은 변변치 못한 상황”이라며”완전 민영화 스케쥴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수익성만 고려한 목표주가 산정이 더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15%가량 떨어져 1만50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은행 주가는 지난 11일 1만5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7월 1만965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그 이후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 회복도 당분간 어려워

같은 기간에 은행지주사 주가를 살펴보면 KB금융지주는 오히려 9.5%가량 올랐고 신한금융지주는 4.1%가량, 하나금융지주는 0.8%가량씩 각각 떨어지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 주가가 다시 일정수준으로 회복해야 예보의 지분매각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 내정자는 우리은행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 행장은 2015년에 취임한 뒤 3차례에 걸쳐 2만6251주를 사들였다. 당시 우리은행의 민영화와 관련된 강한 자신감을 외부에 보이기 위한 결정으로 평가됐다.

손 내정자는 현재 우리은행 주식 2만3127주를 보유하고 있다. 손 내정자 역시 우리은행을 향한 시장의 평가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을 새롭게 이끄는 수장으로서 자신감을 외부에 보이기 위해 이 전 행장처럼 개인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손 내정자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주가는 인위적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치가 올라야 한다”며 “배당금의 경우 시장 친화적 배당정책을 유지하고 해외 기업설명회에 적극 나서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예보의 매각도 그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주가가 연일 최고점을 찍었을 때도 예보가 적극적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하지 않은 만큼 현재 우리은행 상황 등을 고려하면 더욱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일 것”이라며 “우리은행 잔여 지분을 가능한 한 빨리 매각해야 완전한 민영화가 이뤄지지만, 지금은 이보다 행장 선임과 지배구조의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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