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 번째 위기 끝에 결국 구속됐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두 차례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우 전 수석은 국가정보원에 불법 사찰을 지시하고, 비선 보고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끝내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검찰은 그동안 ‘부실 수사’ 등의 오명을 얻어왔던 만큼 적폐청산 수사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돌발 변수로 우 전 수석의 구속이 ‘수사의 성공’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전략국장에게 자신을 감찰 중인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해 보고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이 ‘악연’으로 꼽히는 이 전 감찰관으로 인해 세 번째 영장심사에서 구속을 면치 못하게 된 셈이다. 권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 전 감찰관 불법 사찰 관련 혐의를 지적했다. 이 전 감찰관은 우 전 수석의 처가 부동산 넥슨 매각 등 의혹을 감찰해 우 전 수석과 갈등을 빚은 인물이다.
 
앞서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추 전 국장 등 사건 중요 관계자들이 혐의와 관련된 의미 있는 진술을 내놨고, 문건 등 증거 자료도 충분히 확보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권 부장판사는 우 전 수석이 받고 있는 다양한 불법 사찰, 블랙리스트 지시·운영 등 혐의가 소명됐다고 봤다. 검찰이 확보한 진술 및 물적 증거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구속이 ‘수사의 성공’은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구속적부심사 청구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구속적부심은 피의자의 구속이 과연 합당한지를 법원이 다시 판단하는 절차로, 국민 누구나 수사기관으로부터 구속을 당했을 때 관할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되고 함께 연루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이미 증거가 모두 인멸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찰 관련 수사가 시작된 지 상당한 시일이 지난 만큼 관련 증거 처분은 얼마든지 가능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 전 수석 자신이 어떤 혐의를 받는지 알고 있었고, 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이 같은 추측이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범들이 대부분 구속된 가운데 국회 청문회 때부터 홀로 법망을 피해가고 구속영장도 기각되는 과정에서 ‘법꾸라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우 전 수석의 구속 전만 해도 검찰은 여러 변수로 난관을 맞이한 모양새였다. 적폐청산 수사의 다른 한 축인 국정원 정치관여 의혹 사건도 원세훈 전 원장이 입을 닫은 채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 ‘종착지’로 분류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적폐청산 수사에서 상징성이 큰 우 전 수석이 구속되면서 검찰에게 남다른 의미가 됐다. 지난해 말 검찰이 국정농단과 개인 비리 등 혐의로 우 전 수석을 조사할 때 ‘황제 소환’ 논란이 일었고, 두 차례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면서 ‘부실 수사’라는 시선도 있었다. 검찰로서는 이런 부정적 시선을 어느 정도 떨쳐내고 신뢰를 회복할 계기를 찾은 셈이다.
 
한편 우 전 수석은 총선에 출마 예정이던 전직 도지사 등을 사찰하도록 지시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블랙리스트’ 관리 등에 소극적이던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 주변 인물들의 ‘찍어내기’ 인사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교육·과학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국정원에 정부 비판 성향의 교육감들에 대한 개인적 약점 등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하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산하 정부 비판 단체 현황과 문제 사례를 살피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우 전 수석은 두 차례 구속 위기에서 모두 벗어난 바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구한 구속영장은 모두 법원의 기각 결정을 받았다. 우 전 수석을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이번에 우 전 수석에게 적용된 혐의는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국정농단 의혹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 향후 수사를 진척시킬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검찰의 추가수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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