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노조 철회하라” ‘총력투쟁’ 앞과 뒤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전교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여러 경로로 충분하게 우리의 요구를 전달했지만, 아직도 바뀐 것은 없다. 7개월이라는 기간은 누가 보아도 정부가 귀를 기울이고 방안을 마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난 1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국회 정론관에서 밝힌 기자회견 내용 중 일부다.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는 전교조가 문재인 정부에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이날 15일엔 전교조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쟁의 행위인 ‘연가투쟁’을 벌이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2013년 ‘해직자 조합원 인정’ 사유로 현행법 위반 ‘노조 아님’ 통보
‘교육자’로 정치적 단체행동 안 돼 vs ‘노동자’로 목소리 낼 수 있어야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6월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9명의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둬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제2조는 조합원 자격을 ‘현직 교사’로 제한하며, 노동조합법(노조법) 제2조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전교조와 정의당 등 진보정당은 “조합원이 부당한 해고를 당한다면 이를 보호해야하는 노조의 마땅한 책무를 빌미로 탄압하고 있다”는 취지로 법외노조 문제에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는 이날 연가투쟁에서 “교사 노동자의 권리 중 기본권인 ‘노조할 권리’를 회복시켜 달라”면서 법외노조 철회와 노동기본권 보장, 교원평가와 성과급 폐지를 촉구했다.
 
2010·2012년 시정명령
전교조, 잇따라 거부

 
전교조는 ‘교직원이 교육의 주체로서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참교육 운동 전개’라는 목적으로, 1989년 단체를 구성했다. 하지만 교원노조가 합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직원을 구성해 창립했기 때문에 당시 노태우 정권은 ‘법외노조’인 전교조를 불법 단체로 간주했고 이 과정에서 결국 1500여명의 전교조 교사가 파면·해임됐다. 이후 10년이 지난 1999년 교원노조법이 발효되면서 전교조는 합법화됐다.
 
현행법상 전교조는 단체행동권(파업권)이 없다. 교원노조법 제3조는 교원 노동조합은 일체의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8조엔 파업, 태업 또는 그 밖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에도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단체행동권은 헌법상 권리지만 공무원이나 교원 등은 제약을 받는 것이다.
 
2010년 3월 이명박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는 ‘현직 교사’가 아닌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이 현행법을 위반했다며 이를 개정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2012년에도 같은 사유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전교조는 잇따라 시정명령을 거부했고, 박근혜 정부인 2013년 6월 24일 결국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다.
 
이에 전교조는 “단지 9명 때문에 6만여 명의 조합원을 장외로 내모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며 즉각 반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법외노조 통보 정당” 노동부 勝
난처한 文정부 
3심 지켜보자’ 신중 
 
2014년 6월 1심은 고용부의 처분 근거인 교원노조법과 노조법 등이 정당하다며 고용부의 손을 들어줬다. 전교조는 1심에서 패소하자 교원노조법 2조(해직 교원 지위에 관한 사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를 헌법재판소로 가져갔다.
 
전교조는 당시 항소도 진행했는데 2심도 교원노조법 제2조 자체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보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그러나 2015년 5월 헌재는 “해고된 교원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6년 1월 항소심은 헌재 판단을 존중해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전교조는 같은 해 2월 즉각 상고해 현재 이 사안은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문제에 대해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대법원 판단을 지켜보며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전교조의 연가투쟁이 예고되자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교조는 “지난 6월부터 고용노동부, 교육부, 청와대와 전교조 사이에 총 30여 차례의 공식·비공식 협의가 있었으나 정부 기존 입장에서 진전된 내용이 아니었다”며 “조율 과정에서 핵심적인 어휘를 바꾸는 등 교육 적폐 청산의 진정성보다는 연가 투쟁을 와해시키려는 얄팍한 계산을 드러냈다”고 비난하면서 이날 연가투쟁을 강행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러한 전교조 행동을 비판하는 한편, 전교조 합법화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한 의원은 “관련법에 교육 공무원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도록 명확히 명시돼 있다”며 “전교조 합법화를 추진하는 것은 교육을 정치판이자 이념 갈등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 법질서도 무시하는 전교조는 교육을 논할 자격조차 없다”며 “법적 절차와 정부가 제안한 조정안도 무시하고 자기들의 주장만 들어달라는 전교조의 모습은 교사의 본분은 고사하고 시민으로써의 기본 양식도 져버린 볼썽사나운 행태”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교원도 ‘노동자’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며 이를 근거로 전교조 합법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조직에서 해직당하면 배제시켜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면 누가 나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며 “결국 어찌 보면 ‘교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 노동권 관점에서 권리가 보호돼야 할 부분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 재합법화를 묻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0~11일 전국 거주 성인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무선 전화 방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교조 재합법화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56.8%로 ‘반대한다’는 답변 26.1%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에 대해 53.3%가 ‘부당한 조치였다’고 응답했고, 19.9%는 ‘합당한 조치였다’고 답했다. 나머지 26.8%는 ‘모른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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