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해서 어떤 아파트에 강도가 침입해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총을 들고 문을 열라고 위협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아파트 주민에게는 기껏해야 부엌칼만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CCTV를 보다 이 상황을 알게 된 경비원이 경찰에 신고해서 중무장한 경찰이 신속히 출동하게 된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주민은 경찰이 빨리 강도를 체포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그 가족 중 하나는 반대로 “강도와 대화로 문제를 풀 테니 경찰은 물러가라”고 소리친다. 강도가 연신 공포탄을 쏘아대고 있는데도 말이다.
정말로 경찰이 이런 모습을 보고 있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최근 한 닷새 동안 한반도 상공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 공중훈련이 전개됐다. 미국의 전략무기인 스텔스 전투기 F-22 6대를 포함한 한·미 공군 항공기 230여대가 참가했다. F-35A와 F-35B를 포함하면 훈련에 참가한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는 24대에 달했다. 여기에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한반도 상공에서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와 함께 폭격 연습을 했다. 아마 북한은 최고의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이처럼 유사시를 대비해 한국과 미국이 연합해 훈련하고 있는 와중에 훈련을 반대하는 시위가 서울 곳곳에서 펼쳐졌다. 일부 진보 단체들이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한미 공군이 사상 최대 규모로 훈련하는 것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 방식이 아니라 군사 대결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공중훈련은 대결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제재와 압박, 군사대결 방식으로는 결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한미 군사연습 중단과 조건 없는 남북간 북미간의 대화 재개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와 대화를 하면서도 뒤에서는 핵을 개발한 집단이다. 사드 배치 문제만 해도 그렇다. 성주에서는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가 아직도 열리고 있다. 이는 마치 강도가 갖고 있는 총에 대항하기 위해 방탄복을 입혀 주겠다는데도 막무가내로 싫다고 하는 것과 같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한·미 정상회담 때는 서울 도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트럼프 방한을 반대하는 단체들은 청와대 근처와 광화문광장, 그리고 서울 청계광장 등에서 각종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우리는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똑바로 알아야 한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움직이는 나라다.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는 과감히 버린다. 일제의 우리나라 강점(强占)을 눈감아 준 나라가 미국이다. 1969년 “아시아인의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이른바 닉슨독트린을 발표한 나라 역시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아직까지는 한국과의 동맹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역시 미국의 이익을 쫓는 사람이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군사훈련마저 하지 말라고 떼쓰는 우리 국내 모습을 보면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할지가 궁금하다. 미국 내에서는 주한미군 가족 철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인내심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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