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을 완전히 떨쳤다. 홍 대표는 그동안 자신을 옭아맸던 꼬리표를 떼어 내면서 지방선거 체제로 당을 정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자 정치권은 얼마 전 발표된 한국당 당무감사 결과에 다시 촉각을 곤두세운다. 자유한국당 당무감사 결과 TK는 ‘완생’이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받았다. TK지역의 한국당 지지율과 조직력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게 당의 설명이었지만 정가는 이번 당무감사 결과엔 홍 대표의 ‘복안’이 숨어 있다고 판단한다. 이른바 홍 대표의 ‘TK 맹주 플랜’이다. 어찌 됐든 TK 친박계가 전원 생존할 수 있었던 데는 홍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이는 당분간 TK 친박계가 홍 대표에 날을 세우기 어렵게 됐음을 뜻한다. 바로 이 틈을 타 홍 대표가 지방선거 TK 공천권을 좌지우지하고 나아가 TK에 남아있는 ‘박근혜 정서’를 잠식, TK를 기반으로 ‘대선 재수’까지 준비할 것이라는 게 정가의 추측이다. ‘TK 알박기’ 작업에 들어간 홍 대표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 무주공산 TK ‘알박기’ 나서는 洪 대선 ‘재수’까지 바라본다
- 한국당 당무감사 결과에 드러난 洪의 ‘복안’ 셋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홍 대표는 지난 대선 때부터 발목을 잡아 왔던 ‘성완종 리스트’의 굴레에서 벗어나며 당내는 물론 정치권에서 활동 범위를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K 당협위원장 전원 생존
親朴 흡수 위한 ‘당근’

 
그러자 정치권은 날개를 단 홍 대표가 친박계 흡수와 함께 ‘TK 맹주 플랜’을 본격 가동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17일 발표한 당원협의회 위원장 교체자 62명의 명단에 는 대구·경북(TK) 위원장이 사실상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미 사퇴한 양명모 ‘대구 북구을’ 위원장의 이름만 올랐을 뿐이다.

이는 정략적으로 손을 대지 않았거나 건드리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오기에 충분한 수준인 게 사실이다. 특히 TK 당협위원장의 전원 생존이 ‘친박 청산’이란 당내의 큰 흐름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홍준표 대표의 의중이 실린 게 아니냐는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정치권은 TK 전원 생존이라는 성적표에 홍준표 대표의 ‘복안’이 숨어 있다는 추측을 내놓으면서 홍 대표의 ‘TK 맹주 플랜’을 거론하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다른 지역과 달리 TK에서는 예상 현역의원 2명을 포함해 3명 정도는 교체 대상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면서 “이는 TK를 구심점 삼아 한국당의 결속과 본인의 입지를 다지려는 홍준표 대표의 의중이 포함됐을 개연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석인 ‘대구 달서구병’ 또는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겠다고 공언한 홍 대표가 TK 현역의원들을 내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렇듯 홍 대표의 첫 번째 복안은 친박 의원들을 ‘친홍’으로 줄 세우는 ‘당근’으로 풀이된다. 어찌 됐든 TK 친박 의원들 입장에선 자신들을 살려준(?) 인물이 홍 대표다. 이는 TK 의원들이 그동안은 홍 대표와 날을 세웠다 할지라도 당분간 반기를 들기 쉽지 않게 됐음을 뜻한다.

설령 홍 대표가 자신이 공언한 대로 대구 당협위원장에 입성, TK 공천권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눈치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역 정가에서는 홍 대표뿐만 아니라 홍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강효상 의원도 공석인 대구 지역 당협위원장 한 곳을 차지할 것이란 후문까진 나도는 실정이다.
 
‘박근혜 정서’ 지우고
‘홍준표 정서’ 심는다?

 
나아가 홍 대표는 김무성 계와의 지분 싸움(본지 ‘비주류에서 주류로’ 홍준표·김무성·김성태 한국당 장악 기사 참조)에 앞서 소멸된 친박계를 흡수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TK 친박을 품음으로써 친박계 전체를 흡수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홍 대표는 TK를 지역 기반으로 대선 재수까지 노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TK는 예전만은 못해도 여전히 ‘보수의 심장’이고 한국당의 지역기반이다. 만약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과 친박계의 위축으로 무주공산이 된 TK 맹주 자리를 차지할 경우, 홍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굳어질 수 있다.
 
만약 홍 대표의 복안대로 그가 TK에 팽배한 박근혜 정서를 잠식해 나간다면 당장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부터 TK 지역 후보들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홍 대표에 극심한 눈치를 봐야만 한다.

비록 홍 대표가 최근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지역 한국당 후보들은 현 지역구의원 또는 당협위원장들은 물론 홍 대표를 향한 구애 전략까지 가동해야 하는 2중·3중고를 치르게 됐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의 당협 입성은 물론 홍 대표 비서실장인 지역 출신 강효상 의원의 동반 대구 입성은 절대 불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홍 대표가 소박하게 대구에 자리를 잡을 경우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구도 마저 전략 경선을 놓고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면서 “내년 지방선거는 TK 맹주를 놓고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홍 대표와의 전면전이 예상되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연대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당은 또 다른 바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 TK’ 이재만·이진훈
vs ‘서울 TK’권영진·김재수

 
한편 정치권은 내년 대구시장 선거를 ‘대구 TK와 서울 TK 간의 싸움’으로 관측한다. 대구시장 출마 후보군 가운데 중앙 정치권과 중앙 정부에서 일했던 현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서울 TK’로 이재만 최고위원과 이진훈 수성구청장을 ‘대구 TK’로 지칭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진훈 수성구청장 역시 지난 14일 대구 호텔수성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 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21(이사장 변태석)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서울 TK와 대구 TK의 차이는 여기(대구)에 집을 얻어 가지고 근거지를 가지고 있느냐, 계속 여기서 살 것이냐가 차이”라면서 “대구 사람들이 중앙에서 내려온 사람에 대한 큰 기대가 있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고, “김 전 장관은 전형적인 서울 TK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청장은 또 “대구시장 선거는 자유한국당 당내 경선에서 이재만 최고의원과 자신과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오는 20일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만 최고위원 역시 지난 9월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구 유권자들은 대구 정치인들을 ‘진정한 대구사람’과 ‘KTX 대구사람’ 둘로 나눈다. ‘KTX 대구사람’이란 자신의 정치적 출세를 위해 마치 대구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다가 정치 생명이 끝난 이후에는 수년이 지나도 대구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정치인들을 말한다”라며 “이런 정치인들에게 대구 유권자들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 대구 유권자들은 대구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토박이 대구 정치인을 지지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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