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버스ㆍ전기트럭 시대 도래…상용화 위해선 배터리가 관건

- 한국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 강국…세계적 선두 달려
- LG화학ㆍSK이노베이션ㆍ삼성SDI 등 수익성 향상 기대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전기버스ㆍ전기트럭 시대가 도래했다. 전기버스와 전기트럭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차체와 화물의 무게를 견디면서 에너지 효율을 낼 수 있는 배터리가 관건이다. 다행히도 한국 기업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 선두를 달린다. 우리나라는 전기 상용차 시장 성장세는 시들하지만 명실상부 전기차 배터리 강국으로 꼽히고 있다.
 
 
전 세계적 환경규제 강화와 친환경차 확대에 발맞춰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상용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버스, 트럭 등 상용차는 이동 경로가 비교적 단순해 충전 인프라 구축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데다 연료비 절감 효과가 커서 승용차보다 빠른 대중화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세계 완성차 업계는 전기버스ㆍ전기트럭 양산에 질주하며 배터리 선정에 부쩍 신경 쓰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 리서치는 전 세계 전기버스의 연간 판매량이 작년 기준 11만9000대에서 2026년에는 18만1000대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중대형 전기 트럭의 글로벌 연간 판매량은 3만1000대에서 33만2000대로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ㆍSK이노베이션ㆍ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는 전기버스와 전기트럭 수요 확대로 시장 지위 강화는 물론 배터리 사업 수익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완성차업체,
전기 상용차 시장에 잇따라 진출

 
전기 상용차의 경우 일반 승용 전기차보다 탑재되는 배터리 셀의 규모가 커 배터리 업체에게는 수익성이 더 낫다. 게다가 배터리 제조 기술 확대 및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에 힘입어 전기상용차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를 포함해 글로벌 전기 상용차 시장에 완성차업체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테슬라가 11월 중순에 공개한 전기트럭 ‘세미’는 2019년 양산을 목표로 두고 있다. 세미는 1회 충전으로 최대 804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테슬라가 독자 개발한 초고속 충전소인 메가차저를 이용할 경우 30분만 충전해도 644km를 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웨덴 볼보그룹도 전기버스 개발에 이어 전기트럭 콘셉트를 공개한 상태다.

독일 다임러그룹은 미국과 일본에서 자회사 미쓰비시 후소를 통해 경형 전기트럭 ‘e캔터’를 택배 및 편의점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지난 10월 도쿄 모터쇼에서 선보인 대형 전기 트럭 ‘E-후소 비전 원’(E-Fuso Vision One)도 4년 내 양산형 모델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그룹은 미국 트럭 제조사 나비스타와 협력해 2019년 출시를 목표로 전기 트럭을 개발 중이다.

르노삼성도 현재 정부 국책 과제의 하나로 대구시, 한양대 등과 함께 1t 전기 트럭을 개발 중이다. 2019년까지 일 주행거리가 국내 중소형 상용차의 운송 거리를 상회하는 250㎞ 이상이 되도록 개발한다는 목표다.

업계는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이 세계 최상위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전기상용차시장 확대에 따라 새로운 수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차전지 시장조사 전문기관 SNE리서치가 개최한 ‘배터리컨퍼런스 2017’에서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 세계 완성차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며 “머지 않아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선두는 일본 파나소닉(24.9%)이다. 2위는 LG화학(11.7%)이 뒤쫓고 있다. 관건은 LG화학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0.7%나 성장했다는 점. 6위 수준에서 곧바로 2위까지 치솟았다는 게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김지현 LG화학 배터리연구소 기술전략팀장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을 기준으로 LG화학은 세계 2위, 수주규모는 1위”라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발맞춰 국내 오창공장을 시작으로 미국 미시건주, 중국 난징,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생산공장을 짓고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 6.1%인 삼성SDI도 7위에서 5위로 두 계단 상승한 상태다.

클라스 닐슨 볼보트럭 CEO는 지난 11월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볼보 그룹은 순수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버스를 개발했지만, 앞으로는 순수 전기로 가동되는 트럭도 만들 계획”이라며 “볼보트럭은 전기차시대를 맞아 삼성SDI 같은 한국 배터리 업체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선두 배터리사인 LG화학, 삼성SDI의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도전도 거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헝가리에 유럽 배터리 생산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약 8400억 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내년 2월 착공 예정인 이 공장은 2020년이면 연간 7.5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1.0GWh 규모의 공장은 3세대 전기차(항속거리 약 500km)를 기준으로 약 3만3000대가 1회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2018년까지 7만 대 분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게 되는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세계 최초로 NCM (니켈 코발트 망간) 8:1:1 배터리를 개발했음을 밝히고 향후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증대 기대감을 돋우는 중이다.

“우수한 배터리 기술력,
전기차 육성에 큰 도움”


LG화학은 현대·기아차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으며 2015년 중국 둥펑자동차에도 소형 전기버스에 배터리를 납품한 적 있다. 또한 2019년 출시될 르노삼성자동차 1톤(t) 전기트럭에도 중형전지를 전량 공급하고 올해 9월에는 미국 전기버스업체 프로테라의 전기버스 ‘카탈리스트 이투’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는 BMW, 피아트크라이슬러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미쓰비시 후소의 모회사인 다임러의 주요 배터리 공급사인 SK이노베이션은 2012년부터 MFTBC(Mitsubishi Fuso Truck and Bus Corporation)에 Hybrid 트럭용 Battery를 공급 중이다.

김병도 SK이노베이션 과장은 “전기상용차 배터리는 승용차량에 공급하는 배터리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지만 차체 규모가 큰 만큼 한 대당 탑재되는 배터리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디젤 차량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문제로 전기차가 활성화됨에 따라 버스, 트럭 등 상용차용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상용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전기 상용차 시장을 육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도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관련 사업을 펼치는 데 유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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