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한 품질로 ‘메이드 인 차이나’ 편견 희석…한국시장 잠식

CK미니밴 <사진제공=중한자동차>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한국에서 중국산 상용차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버스와 화물용 트럭 등 상용차 시장에서 중국산 자동차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는 모양새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그리고 관세청 등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국내 수입된 중국산 완성차(대당 3000달러 이상)는 1048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 980대에서 6.9% 증가한 수준이다. 연간 중국산 완성차 수입이 1000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1년(181대)까지 채 200대에 미치지 못했던 중국산 완성차 수입은 불과 5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했다. 차종별로는 승용차 296대, 버스 8대 등이며 트럭은 719대로 68.6%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산 상용차 수입이 증가한 것은 단기간 내 품질이 크게 향상돼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편견에서 다소 벗어난 데다가 가격이 저렴해 경쟁력이 높은 점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가격에 민감한 수요자가 많은 1톤 트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포터’보다 20~30% 저렴한 1000만 원대 차량이 출시돼 중국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 트럭은 국내 업체의 독무대였던 경형, 소형, 준중형 등 중소형 이하 세그먼트에서 진출이 가시화됨에 따라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1000만 원대 트럭 출시
 
중국산 자동차 판매의 최전선에 있는 업체는 중국 북기은상(北汽銀翔)이다. 북기은상의 공식 수입업체인 중한자동차는 2014년 국내 사업을 시작해 2015년 초 ‘CK미니밴’과 ‘CK미니트럭’을 들여왔다. 이 차들은 각각 550㎏과 800㎏의 짐을 실을 수 있는 소형 상용차로서 판매가격은 1140만 원, 1085만 원이며 한국지엠(GM)에서 생산하는 다마스와 라보를 경쟁 차종으로 삼고 있다.

약 2년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국내에 출시된 CK미니밴과 CK미니트럭의 외관은 국내에서 흔치 않은 세미보닛 타입으로 최고출력 89마력, 최대토크 11.7 kg·m의 1.3ℓ급 가솔린 엔진과 수동 5단 변속기가 맞물린다.

또한, 듀얼 에어백, 차체자세제어장치, 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 전자식파워스티어링 등 중국 상용차의 고질적인 안전 문제를 잠식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중한자동차 관계자는 “저가라는 선입견을 뛰어넘기 위해서 중국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전국에 50여개 판매망과 100여개 정비 네트워크까지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둥펑(東風)자동차 계열사인 둥펑쏘콘(DFSK)은 지난 4월 2인승 화물밴 C35 S2와 0.9t 트럭 C31 등 2종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5인승 화물밴 C35 S5 판매에 돌입했다.

둥펑쏘콘 코리아에 따르면 C35 S2의 크기는 길이 4500㎜, 너비 1680㎜, 높이 2000㎜다. 적재함 크기는 길이 2360㎜, 너비 1480㎜, 높이 1280㎜(2인승 기준)다. 최대적재중량은 675㎏이며, 파워트레인은 4기통 1.5ℓ 가솔린 엔진과 수동 5단 변속기로 이뤄졌다. 성능은 최고 117마력, 최대 15.0㎏·m이며, 연료효율은 유럽 기준 복합 ℓ당 13.1㎞다. 차체는 넉넉하지만 폭이 좁아 골목길 운행에 안성맞춤이다. 가격은 C35 S2 스탠다드 1456만 원, 비즈니스 1582만 원이다.

C31은 장축 기준 길이 4930㎜, 너비 1655㎜, 높이 1960㎜다. 적재함 크기는 길이 2900㎜, 너비 1540㎜, 높이 370㎜다. 엔진은 1.5ℓ 가솔린으로 수동 5단 변속기를 맞물렸다. 최고 117마력, 최대 15.0㎏·m의 성능을 내며 효율은 ℓ당 13.7㎞다. 적재함이 국산 1t 트럭과 비슷해 무거운 짐보다 부피가 큰 짐을 싣는 이용자에게 적합하다. 가격은 단일 트림으로 1235만 원에 판매한다.

C35 S5는 소형 2인승 밴 C35 S2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차 크기와 가격이 한국지엠 다마스와 현대차 스타렉스 사이에 위치해 있다. 가격은 1482만 원부터 시작한다.

둥펑쏘콘 코리아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 품질을 검증 받은 제품을 한국에 출시한다”며 “소상공인을 비롯,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드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둥펑쏘콘은 현재 한국에 11개의 전시장이 있으며, 아우토빌정비소와 협업을 통해 전국 30개 서비스 거점을 확보했다.
 
전기 상용차 출시 본격화
 
중국 상용차의 국내 공습은 전기 상용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005년 설립된 중국의 신생 버스전문 제작사, 선롱버스(Shanghai Shenlong Bus)는 이미 2012년부터 마을버스, 소형 관광버스용 모델들이 우리나라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는 중국 업체 비야디(BYD)는 지난해 10월 한국에 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전기버스를 제주공항 지상조업 업체에 납품했다. BYD의 eBus-7은 지난달 27일 환경부 보급평가 기준을 통과, 정부의 전기버스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인증을 마쳤다. BYD는 향후 추가 모델의 인증 추진 및 AS 네트워크 구축으로 국내 전기버스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1위 버스 생산기업인 중국 우통버스의 국내시장 진출 소식도 전해졌다. 우통버스는 지난 8월 국내 인증을 마친 뒤 하반기 시판에 들어갔다.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도 국내에 전기 상용차를 내놓았다. 수입사 베이징모터코리아는 지난 7월 베이징자동차그룹의 해외수출을 전담하는 북경기차국제발전유한공사, 국내 자동차엔지니어링 업체 디피코와 한국 전기상용차 진출을 위한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베이징모터코리아는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전기 버스와 전기 트럭을 수입하게 됐다.

디피코는 제품 인증, 차량 보완 및 국내 판매 절차를 완료한 후 판매에 착수했다. 운수사업자, 택배회사 및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국전기상용차융합협동조합과 연계해 국내 판매를 진행한다는 것이 디피코의 구상이다.

제임스 고 베이징모터코리아 대표이사는 “국내 기업 및 자영업자 중심으로 가성비 높은 전기 상용차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베이징자동차의 우수한 전기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차량을 선보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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