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최흥식 교감 속 ‘금융지주 CEO 찍어내기’ 시작됐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왼쪽)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 /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사 회장 선출 과정 문제를 놓고 서로 역할 분담이라도 한 듯이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1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을 문제 삼았고, 최 원장도 13일 간담회에서 “내외부 회장 후보군을 구성하는 데 경영진이 과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고, CEO승계 프로그램도 형식적일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제도 운영을 실질적으로 개선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배구조 중에서도 유독 경영승계 절차를 집중적으로 문제삼는 것을 두고 금융권에선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들의 움직임이 민간 금융사 CEO 선임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신(新)관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사 경영 승계 시스템 문제 삼은 두 수장, 향배는
특정인 겨냥 해석도…‘神관치’ 논란에 후폭풍 거세질 듯


금융당국의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그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최흥식 원장은 올해 벌인 지배구조 검사 결과를 일부 공개하면서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금감원이 이 문제와 관련해 검사를 벌인 곳은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BNK금융 등 4곳이다.

특히 최 원장은 금융사의 내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의 부실한 문제를 정조준했다. 그는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며 “후보군에 든 인사들은 여러 분야에 경험을 갖지 못했고 가질 기회도 주지 않았다. 결국 현직 회장만 최종 후보로 남는다”고 언급했다.

금융위원회도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초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 결과 CEO 승계프로그램이 충실히 이행되지 않으며, 전반적으로 회장 후보 추천 구성에서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점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CEO 연임 지적 왜?

금융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 위원장의 지적이 발단이 됐다는 분석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브리핑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금융회사 CEO 선임과 관련해 (여론의) 관심사가 금융지주사 CEO 선임 문제”라며 “CEO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력한 승계 경쟁 후보가 없는 것도 논란”이라며 “만약 자기와 경쟁할 사람을 인사 조치해 대안이 없게 만들고, 자기 혼자 (연임을) 할 수밖에 없게 분위기를 조성한 게 사실이면 CEO의 중대한 책무를 안 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힘을 보탰다. 최 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금융지주사들의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이 허술한 것 같다고 날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도 금융지주에 대한 금감원의 압박은 최흥식 금감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교감 속에 이뤄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당국의 잇따른 조치와 발언은 “특정인을 겨냥하지 않았다”는 거듭된 해명에도 내년 3월 3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이미 연임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최 원장의 경우 하나금융지주 사장이었다가 김 회장의 취임 이후 물러났고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배경을 놓고 여러 말이 나돈다.

게다가 김 회장의 경우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이다. 이미 “조직에 기여할 일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연임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기에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3연임에 나설 것을 유력하게 점쳐왔다.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연임을 확정짓기까지 잡음이 많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KB노조)와의 마찰이 가장 컸다.

KB노조는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에 참여하고 그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선임하는 ‘회전문식 구조’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연임 과정에서 노조가 진행한 온라인 찬반 설문조사에 회사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펼쳤다. KB노조는 윤 회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KB금융 본사를 2차례 압수수색한 상태다.

‘관치금융’ 불멘소리도

금융지주사 일각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에서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문제에 지나치게 깊이 개입하면서 사실상 관치금융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융지주사는 엄연히 민간회사인 만큼 이사회와 주주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박이다. 회장 선임에 금융당국이 개입할 경우 경영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관치금융 논란은 사실상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금융위와 금감원이 2014년 ‘KB사태’를 계기로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사실상 이끌어 낸 사례도 있지만 그때는 비상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자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을 지적한 것은 특정 인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금융회사 경영승계프로그램이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사례를 찾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원장도 “금융감독기관이 금융회사의 경영에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유착 등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투명하게 움직이는 금융회사를 만들려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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