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서울+경기’ 지역혁명 주장한 許 “내 공약 전부 예언 맞아떨어져”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 <일요서울TV>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저는 내일 경기도를 포기하겠습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한 문장을 올렸다. 현직 경기 지사의 갑작스런 경기도 포기 발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는 결국 재선을 노리는 남 지사가 서울·경기를 합치자는 본인의 공약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으로 판명났다.

그런데 이러한 공약이 알려지자 공교롭게도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가 주목을 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남 지사의 공약이 허 전 총재가 내걸었던 10년 전 공약과 유사해서다. 이에 대해 허 전 총재는 “내 공약은 전부 예언이 맞아떨어진다”며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南측 “許, 트렌드 많이 앞서가… 그러나 벤치마킹은 아냐”
 
남 지사가 밝힌 광역서울도는 현재 분리돼 있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행정구역 경계를 없애 하나로 묶자는 것이다. 그는 “사실 교통, 상수도, 주거 생활을 보자면 서울로 금 그어놓고 경기도로 금 그어놓는다는 게 큰 의미가 없다”며 “이 때문에 오는 불편함이 크다”고 말했다. 도시의 광역화에 따라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로 주민들이 불편과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대표적인 것이 교통 분야인데, 경기도에서 서울·인천지역으로 가는 광역버스와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가는 광역버스의 기본요금이 차이가 나는 등 지자체별 요금 산정 체계가 상이해 시민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남 지사는 “이런 문제를 해소해 주민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행정 효율을 높여 수도권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광역서울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토대로 전국을 수도권, 대전·충남권,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부·울·경남권 등 5개 권역 광역도시로 만들어 국가 경쟁력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초강대도시’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남 지사는 “우리나라의 혁신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수도권 규제가 철폐되고 초강대도시를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수도권이 하나 돼 세계 주요 초강 대도시와 어깨를 견줄 수 있다면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지방자치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경기지사 <뉴시스>
  ‘서울+경기’ 낯설지 않다?
南측, 부인 속 ‘놀랍다’는 반응

 
그런데 서울과 경기도를 합치자는 주장이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름 아닌 10년 전 허경영 전 총재의 공약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허 전 총재는 17대 대선 출마 당시인 2007년 ‘혁명 공약 33조’를 발표했다. 그 중 18번째 ‘지역혁명’ 공약에는 경기도를 서울에 편입시켜 하나의 도시로 만들자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역감정 완전 해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허 전 총재는 서울·경기를 합친 ‘통합 서울’을 포함해, 전국 8개도를 동서로 4개 권역으로 합치자고 했다. ‘통합 서울’을 비롯, 충남·충북·강원을 하나로 묶는 ‘충강도’, 경북·전북을 묶는 ‘경전도’, 전남·경남을 묶는 ‘전경도’ 등 4개 지역을 통합하자는 것이다.
 
남 지사가 권역을 나눠 5개 광역도시로 만들자는 것과도 유사하다. 이에 대해 허 전 총재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특유의 자신감을 보이며 말했다. 그는 “나는 (이미) 옛날에 경기도를 서울로 (합)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내 공약은 전부 예언이 맞아떨어진다”면서 높은 억양조로 말했다.
 
과거 파격적 견해로 당시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았던 그의 공약들이 실제 최근 정치권에서 다시 회자되는 모습이 늘고 있다. 모병제, 노인수당, 결혼수당, 국회의원 100명으로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축소하자고 주장한 바 있으며, 금액과 방식 등은 다르지만 정부에서 유사한 복지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이 저출산 대책 일환으로 ‘허경영보다 센’ 발언을 해 화제를 모았다. 김 의원은 지난달 정기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전체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출산장려금 1억 원을 주자고 제안했다. 허 전 총재는 출산수당 3000만 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모병제는 남 지사 등이 지난 대선에서 본격 주장한 공약이다. 남 지사로선 이번 광역서울도가 모병제에 이어 허 전 총재의 두 번째 유사 공약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남 지사가 허 전 총재를 벤치마킹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남 지사 측은 우연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다만 허 전 총재가 일찍부터 이 같은 공약들을 밝힌 점에 대해서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 지사 측 관계자는 “저희가 고민해서 내놓은 것들의 결과를 보니 그 분이 일찍 주장했던 것들이 많았다”며 “이상한 분은 아닌 것 같다. 트렌드를 좀 많이 앞서간 분”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 분이 굉장히 획기적인 어젠다(의제)를 많이 제기했다. 그러나 저희가 그의 공약을 보고 벤치마킹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광역서울도에 대해 추가 세부 설명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서울·경기를 (단순히) 합치는 대신 (수도권 규제 완화로) 파생되는 이익들을 어떻게 지방분권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내놓았다”며 “이 이익을 그냥 온전히 다 지방으로 이양해 지역 특색에 맞게, 예컨대 어떤 지역은 기본소득을 준다거나 하는 그런 획기적인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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