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요구 묵살 위해 친정 체제 구축’ vs ‘새로운 체제 대비’

대대적인 임원 승진 인사 및 조직개편 등으로 끝까지 버티기 돌입
 
KT전국민주동지회, “임 사장 해임, 지위에 도전말라는 경고” 반발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최근 대대적인 임원 승진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황 회장이 대내외적인 퇴진 요구와 교체설을 묵살하기 위해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에겐 국정농단의 부역자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닌다. 이런 영향인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경제사절단 명단에서 황 회장이 배제됐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교체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차기 회장으로 거론됐던 임헌문 사장이 이번 인사 명단에서 빠지면서 해당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KT전국민주동지회 역시 이번 인사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이번 조직개편을 둘러싼 잡음이 시끄럽다.
 
지난 15일 KT가 대규모 인사와 더불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날 시행된 인사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황창규 회장이 올해 마지막 경제사절단 명단에서도 제외됐으며, 대통령 방중기간에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는 점 때문이다. 황 회장은 지난 6월 미국 경제사절단, 11월 인도네시아 경제사절단에 이어 방중경제사절단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KT의 방중경제사절단에는 중국 사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인 채종진 BC카드 사장이 참가했다.
 
KT는 차세대 네트워크인 5G 상용화를 위해 5G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5G사업본부는 ▲주파수 전략 ▲네트워크 구축 계획 등을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거래와 밀접한 블록체인(Block Chain) 전담조직도 신설과 AI 관련 조직은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특히 KT의 핵심부서이자 영업과 마케팅을 총괄 담당하는 Mass(이하 매스)총괄을 폐지하고, 하부 조직인 커스터머(Custumer)부문과 마케팅 부문을 황 회장 직속으로 배치했다. 또 전무, 상무, 상무보 승진자도 발표했다. 신규 임원은 15일자로 전무 8명, 상무 19명 등 총 27명을 임명했으며, 상무보 41명을 2018년 1월 1일자로 임명했다.
 
경제사절단 명단에 빠진 이유는
 
대통령의 방중기간에 조직개편을 단행한 이유와 국내 상장사 시가 총액 30대 그룹 에 이름을 올리는 KT의 수장이 경제사절단 명단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황 회장은 전 정권 때 KT 회장직에 올랐다. 이후 연임에 성공하며 ‘정권 교체 때마다 수장이 바뀐다’는 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가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등 ‘적폐 해소’를 내세워 전 정권 색채가 짙은 인사인 황 회장을 교체하기에 리스크가 크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황 회장은 차은택의 인사 청탁을 받아들이는 등 전 정권 색채가 짙다고 분류되며 인사 교체 1순위로 꼽힌다. 황 회장의 퇴진 압박은 이전부터 계속 이어져 왔다. 지난 10월에 열린 2017 국정감사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증인으로 출석한 황 회장에게 자진 사퇴를 이끌어 내기 위해 여당 의원들은 고액 연봉 문제와 국정농단 연루 의혹 등에 대해 압박을 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다만, 황 회장은 안종범 전 경제 수석의 압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차은택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 황 회장의 교체설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황 회장의 교체 시기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라며 관망하고 있다. 반면 KT 측은 이를 전면 반박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전 세계에 선보이며 우리나라가 5G 우위를 점하려는 노력이 수장 교체로 한순간에 물거품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직 개편 통해 친정 체제 구축?
 
위기를 느낀 황 회장이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친정 체제를 구축한 것은 퇴진 압박을 묵살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황 회장이 조직 장악력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는 것.
 
특히 황 회장 다음으로 KT 내에서 서열이 높던 임헌문 사장이 이번 인사 명단에서 빠졌다는 점 등이 해당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임 사장은 황 회장에 이어 차기 회장으로 거론돼 오던 인물이다. 하지만 임 사장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매스 총괄 부문이 사라져 보직을 잃고 대기발령 상태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지난 18일 논평을 통해 이번 인사와 조직 개편에 대해 “박근혜 비리에 적극 협조하여 안팎으로 퇴진 요구에 직면해 있는 황창규 회장이 이를 묵살하고 계속 회장직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라고 했다. 이어 “차기 회장을 노린다는 소문이 돌던 임모 매스 총괄 사장을 2선으로 후퇴시키기도 했다. 이는 자신의 지위에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이자 정치권에 ‘끝까지 버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조직 개편과 승진인사로 KT 황창규 회장의 몰염치와 뻔뻔함이 또 한 번 분명히 드러났다고 본다”며 “황창규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KT회장직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며 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의 회삿돈으로 평창올림픽을 지원하는 것인데 황 회장의 유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일요서울은 KT 측에 황창규 회장 관련 내용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